정세현 前통일 "햇볕정책 덕에 군사적 긴장완화, 남북한 교류 늘어"
한겨레 통일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 보수 대 진보 격론벌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코스모스홀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것인가-남북갈등 해결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햇볕정책 덕분에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남북간 민간교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의 발제와 이를 옹호하는 토론자들 대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이동복 북한 민주화포럼 대표와 김희상 前대통령국방보좌관의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이날 학술 세미나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토론을 맡았으며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 김희상 前국방보좌관,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서동만 상지대 교수,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이 토론자로 나왔다.
민병석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날 무한경쟁의 양상이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보다도 더 노골화되고 있는 국제상황 속에서 우리만 격렬한 내부적 갈등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면 나라와 민족의 장래가 매우 어둡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어떤 주장이 옳고 어떤 주장이 그르다는 것을 판가름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 아니며 진보와 보수 간에 서로의 이해를 증진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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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배기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상임의장의 인사말과 임채정 국회의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으며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반세기 동안 짓누르던 전쟁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평화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었다는 점"이라며 최근의 북한 핵과 미사일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
임 의장은 이어 "최근 남남갈등을 보면 해방 직후 좌우대립이 연상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극단적 주장이나 소모적 대립은 지양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의견을 존중하는 가운데 국론통일을 이루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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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동복 북한 민주화포럼 대표,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의 발제가 시작됐다. 이동복 대표는 발제문에서 "1945년 당시 남북의 잠재력을 비교해보면 북한이 월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선택으로 세계 최악의 나라가 되었다"며 "앞으로 분단을 넘어 통일을 지향함에 있어 정당한 조건을 제시해 통일을 지향해야지 실패한 국가인 북한의 조건대로 통일에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방제 문제도 연방제라는 염불의 문제가 아니라 연방제로 가는 과정이라는 잿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도외시 하고 있다"며 좌파측이 연방제를 지지하는 점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또 "햇볕정책도 원래 북한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북한의 변화라는 건 기껏해야 화장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몇몇 사람들은 북한이 중국식 개방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개방개혁을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개인숭배를 없애고 둘째 법치를 확립해야 하고 셋째 시장경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도저히 중국식 개혁개방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햇볕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남북한 간의 인적 교류가 늘어났다는 통계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잔치'라며 "남북한이 화해협력과 민족통일을 이야기할 때 남한에서는 보수우파가 사회의 주류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몫만큼 참여해야 하며 북한 정권의 교체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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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이 반론을 제기했다. 정 前장관은 '햇볕정책은 계속되고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햇볕정책은 군사, 민간 교류를 통해 한반도 안정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 前장관은 "과거 정권은 평화유지(Peace Keeping)에만 노력했지 평화생성(Peace Making)에는 노력하지 않았다"며 개성공단에서 8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 남북군사 장성급회담"등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햇볕정책이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북한의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햇볕정책은 나중에 민족사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될 것"이라며 "햇볕정책을 펼친 기간 중 북한이 대남안보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 때 안보불감증이 커졌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반북이 아니면 친북이고 친미가 아니면 반북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도 이제 젊은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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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희상 前대통령국방보좌관이 나섰다. 김희상 前 보좌관은 "정 장관께서는 햇볕정책의 논란에 대한 공과로 논란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모두 잘한 거라고 말씀하시냐"며 반박했다.
그는 "남북대화는 민족통일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놓고 죽느냐 사느냐를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죽은 지 12년이 넘은 김일성의 말을 빌려 김정일이 통치하면서도 책임은 지지않는' 북한의 비정상적인 통치체제에 대해 설명했다.
김 前보좌관은 "햇볕정책도 북의 위협을 약화시키는 등의 의미있ㄴ즌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며 "북한은 햇볕정책을 실시한 이후 헛 말이라도 대남위협을 포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걸핏하면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이제는 핵무기까지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 장관은 성과가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정 前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前보좌관은 "금강산과 개성공단 진입로에 대한 군사회담과 같은 주변적인 회담은 열렸지만 본격적인 군축회담의 성과는 전혀 없고 서해에서는 북한이 NLL도발을 해도 정부가 대응을 못하게 했고 북한 상선이 김정일의 교시를 내걸고 남해를 횡행했다"며 "이제는 군 실무자들조차 NLL이 어떻게 될지 겁이 난다고 하는데 햇볕정책이 과연 무슨 성과를 이뤘냐"며 질타했다.
그는 또 "김대중은 햇볕정책을 통해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긴장이 완화되었다고 주장했는데 대한민국 과거에 국민들이 이렇게 안보불안을 느낀 적이 언제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국정 책임자의 생각이 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곧 서동만 상지대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등이 나서 햇볕정책과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서동만 교수는 "북한은 6.15선언 이후 이미 변화를 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작년 6,15선언에는 전환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인다"며 "지금 북한의 문제는 실제 변화의 문제보다는 변화의 표현이 부족한 문제로써 남한이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동복 선생께서는 햇볕정책이 가시적인 진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정세현 장관은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2002년 조치가 과연 개혁개방인지 궁금하다"며 정세현 前장관의 발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차관보의 말에 따르면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장거리 미사일이나 초소형 인공위성일 경우를 모두 가정하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인공위성 이야기를 하면 바로 빨갱이가 된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실은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일성 종합대학 출신의 조명철 박사가 나섰다. 조명철 박사는 북한 사람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그는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보수였던 사람이 진보적으로 변하고 진보적이었던 사람은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봤다. 결국 북한에 대해 한 가지 의견으로 수렴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지금 대북정책, 잘못된 점 많다. 북한에게 식량을 지원할 때 우리가 정말 양심적으로 감시했는가 하는 점에서 얼마든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또한 "북한에서는 극단적인 사람을 제외하면 모든 사람이 지금 잘못되어 있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체제를 바꿔야 되겠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평화를 쓰자면 빨갱이고 제재를 하자면 수구인가? 북한도 대남 사업에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며 남남 갈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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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여 명이 방청한 세미나는 낮 12시 40분까지 이어졌고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는 남남갈등의 해법에 대한 세미나가 이어졌다. 세미나를 취재한 20여 명의 취재진들은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중의 소리, 오마이 뉴스, 한겨레 등 소위 '진보 언론'들이었다. (Konas)
전경웅 코나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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