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발표, 이제 안보위기 상황을 맞아 채찍을 들 때다
북한은 10월 3일 국조(國祖) 단군왕검이 나라를 개국한 개천절을 맞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실험 강행 방침을 천명했다. 같은 날 아침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4차 안보리 이사국 예비투표를 통해 사실상 유엔사무총장에 내정되는 쾌거를 이룩하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는데, 북한은 이에 축하하기는 커녕 재 뿌리듯이 핵실험 발표라는 강펀치를 우리에게 날렸다.
작년 2월 10일 전격적인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지 대략 20개월 만의 일이다. 이로써 북핵문제는 최악의 대결/경색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북한은 핵실험 구실로 미국의 ‘고립 압살책동’이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오는 제반 정세를 들었다. 때문에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지만 메가톤급 폭탄선언이 현실화되고 보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당장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외교적 고립과 체제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의 발표 직후 국제사회가 보인 반응은 한 마디로 차가왔다. 예컨대,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시아와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위협’으로 규정했고, 아베 일본 총리도 ‘용서할 수 없는 일’로 ‘국제사회가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한은 왜 이런 초강수를 두었을까. 일각에서는 강력한 ‘충격요법’을 사용해 자신이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해 달라는 것,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 등을 통해 파상적으로 전개되는 미국의 대북 경제봉쇄 중단을 강요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 핵실험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시기를 못박고 있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핵실험보다는 ‘대미 압박’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무시전략’에 대한 또 다른 ‘벼랑끝 전술’이라는 예기다.
더 이상 북한이 잃을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핵실험이란 배수진을 친 만큼, 잘 돼서 6자회담이 재개되면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일거에 얻어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강성대국’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핵무장을 하려는 게 북한의 진짜 속내라는 것이다. 소위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논리다. 이 견해 역시 핵실험 발표가 ‘협상용’이란 측면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협상용’이란 시각은 작금의 안보상황에서 매우 안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간 미․일 등 서방세계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군사적 제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비공식으로 드러내곤 했다. 그럼에도 일전불사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행태를 단순히 ‘협상용’이라고 치부하는 건 지나치게 ‘문제축소적’인 자세가 아닐까. 북한이 이미 다량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핵무장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 확고하게 서있지 않은 한 핵실험은 감히 택할 수 없는 대안이라고 보아야 한다.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데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완고한 자세에 그 책임이 있지만, 한국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게 필자의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가 ‘북핵 불용’이란 원칙을 수립했지만, 그간 이를 관철하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해 왔다. 말로만 국제공조였지 북한의 민족공조 노선에 호응해 남북교류에 매달린 게 사실이었다. 더욱이 ‘북한 핵이 자위 수단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근거없는 가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남북관계를 해롭게 할 뿐’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는 사이 현 정부 하에서만 무려 3조원의 돈이 대북지원과 경협의 명목으로 북한에 흘러들어 갔다. 지금 그 상당 부분이 북한 핵개발에 쓰였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요컨대, 북한의 핵실험 발언은 안보를 소홀히 한 우리의 대북정책이 자초한 결과라고 하겠다.
북한은 이번 사태로 더욱 고립무원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핵실험 카드가 북한의 뜻대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나쁜 행동에는 결코 보상하지 않겠다, BDA 문제는 국제범죄의 억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7월 15일자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에 따라 대북 경제제재가 발동되고 있다. 일본, 호주, EU 국가들이 적극 동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유렵연합(EU)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엄중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즉각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추가 제재를 가능케 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도 지난 7월 15일의 결의 1695호 채택 때처럼 서방의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경우 동북아의 핵군비 경쟁과 역내 불안정을 고조시킬 것이며, 이는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동은 미국 등 강대국들로 하여금 북핵문제 해결 차원에서 김정일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를 은밀하게 추진케 하는 자극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이란 폭탄발언은 대북 압박의 강화와 더불어 북한 체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제2의 이라크’가 되지 않기 위해 파키스탄이 되겠다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실험과 핵무장이 북한체제를 보장해 주기보다는 김정일 정권의 수명을 재촉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핵실험 강행 입장을 조속히 철회하고 아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나와야 한다. 9.19 공동성명에 입각해 핵 포기와 안전보장, 관계 정상화, 에너지, 평화체제 전환 등을 함께 논의하고, 상호 만족스런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생존, 그리고 김정일의 북한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한국은 북한이 핵무장 수순을 밟는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핵포기 없이는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있을 수 없다”는 기본입장을 수립하고, 대북 경제제재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강온양면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한, 어설픈 중재자 역할이나 민족공조로는 북핵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미일 등 국제공조를 강화해 대북 압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모든 역량을 북핵문제 해결에 투입하는 총력전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채찍을 들 때다. (프리존 www.freezone.co.kr)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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