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의 군사안보적 의미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제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보유는 남북한 군사균형을 일거에 역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남한은 북한에 대해 재래식 전력과 전쟁지속능력 면에서 우위라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그러한 우위는 무의미해졌다.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이 전혀 없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자주국방이 어렵게 된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국제사회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불행한 사태진전이다. 1945년에 핵무기가 처음 사용된 이래 인류는 핵전쟁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핵무기는 성격이 재래식 무기와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유엔군축위원회는 이미 1948년에 대량살상무기라는 범주를 도입하여 이를 군축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왔다.
핵무기는 속성상 가진 나라가 안가진 나라에 대해 엄청난 비대칭적 우위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둘 다 핵을 가질 경우 그러한 우위는 상쇄되면서 소위 ‘공포의 균형’이라는 매우 위험스런 균형에 도달하게 된다. 핵무기가 확산되면 핵보유를 통해 가지고자 했던 레버리지 효과는 없어지는 반면, 재래식 군사력이라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균형이 핵 균형이라는 좀 더 위험한 균형으로 바뀔 뿐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가 좋은 예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그 반작용으로 일본과 한국마저 핵을 가지게 된다면, 북한이 기도하는 전략적 우위는 무의미해지는 대신 동북아 국가들은 있어도 함부로 쓸 수 없는 흉기만 갖게 되는 꼴이다. 핵무기는 갖기만 하면 모든 군사안보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지만 정작 실제 전쟁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흉기다.
또한 핵무기는 한번 보유하게 되면 그것을 되돌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유일한 경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 경우는 흑인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백인 정권이 서둘러 핵무장을 자진 해제한 특이한 경우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일본의 핵무장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고, 한국도 결국 핵을 개발하거나 미국의 핵우산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들이 뒤를 이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과 일본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도 핵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의 핵보유를 막는 것이 한국은 물론 동북아의 평화에 최선의 길이다. 북한의 핵보유는 국제비확산 레짐의 실패인 동시에 동북아 핵도미노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에서 관련국 모두에게 최악의 선택이다.
앞으로 북한이 실제로 핵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터질 장소는 결국 한반도이다. 또한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물질의 타국 이전을 시도해 미국이 군사행동에 들어갈 경우 북한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공격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은 자위용이고, 그것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주한미군과 일본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다.
이제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구도는 분명해졌다. 더 이상 북한 핵보유 의도에 관한 의혹이나 미온적 대처는 용납될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의 핵보유 실체를 둘러싼 의혹은 이제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제야말로 북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순간을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북한에 대해 핵 불용 의지를 나타내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래 ‘북핵 불용’을 북핵문제 해결의 첫 번째 원칙으로 강조해왔다. 정부는 앞으로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이 오더라도 북핵 불용 원칙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국은 북한에 대해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핵을 가진 북한과는 결코 관계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은 분명한 대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북한정권에 현금 수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성사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믹스를 통해 채찍도 훌륭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그와 더불어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기해야 한다. 국제공조와 민족공조 중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그 핵심은 한미 공조 강화다. 우리가 북한 핵에 대한 억지력이 없는 한 우선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참여정부는 자주노선을 강조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합의 등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의 핵보유가 분명해진 이상 그러한 흐름은 재고되어야 한다. 자주는 핵을 가진 북한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한미동맹을 완화시키는 방향을 택했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은 핵보유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도 단순히 연구해 보겠다는 차원을 넘어 북핵 문제와의 연관성을 고려한 조정이 필요하다. 가까이는 곧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구체화하는 방안과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일정을 북핵과의 연관성 하에서 논의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은 북한에 끌려 다니고 국제사회의 신뢰도 상실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핵실험 이후 취하고 있는 일련의 태도는 갈수록 과연 북핵 불용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준다. 한국이 핵실험 이후에도 북을 껴안고 동맹을 이탈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외국자본 이탈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남과 북이 함께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것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konas) (출처: 세종연구소 세종논평)
이상현(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shlee@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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