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집권당이라는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
한미관계를 생각해 자이툰 부대 철군에 목매이지 말라
노무현 정부가 지난 3년9월 동안 잘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라는 답변이 대다수 일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한자리 수로 떨어진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일이다.
그래도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것 하나만은 '잘한 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파병 2주년에 즈음하여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파병 연장'을 지지한 국민이 절반(51.7%)이 넘기 때문이다.
2년 전 노무현 정부는 여야 국회의원 상당수와 반미단체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라크 파병을 추진해 냈다. '반미정권'이라는 비난이 일시에 쑥 들어갔었다. 노 정권은 자신을 지지한 세력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한미동맹'이라는 국익을 선택한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었기에 노 정권에게 반대했던 세력들까지도 박수를 보냈었고, 이들은 지금도 노 정권의 '잘한 일'로 이라크 파병을 꼽고 있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한은 12월로 종료된다. 한 달여를 앞두고 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파병연장안을 의결했다. 내년 4월에 병력을 1,200명 선으로 줄이고(현재 2,300명 규모) 파병을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철군 계획서'를 요구하며 정부안에 제동을 걸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23일 철군계획서 요구를 당론으로 정한 데는 90여 명의 386 초·재선 의원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정부가 철군계획서 없이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철군계획서는 내년 중에 수립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크게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에 앞서 철군계획서 제출과 관련된 당·정협의를 먼저 했어야 되는데 거꾸로 했다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집권당을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데 대한 불만이지만 이들의 속내는 파병연장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29일 당정(黨政)협의회에서 내년 말 철군을 조건으로 정부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철군'에 합의한 것이다.
철군계획서를 당론으로 주도한 여당 의원들은 대다수가 '반미 코드'다. 이들은 처음부터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었다. 정부가 당장 철군계획서를 낸다고 해도 이들의 생각은 여전히 '파병반대'이다. 파병 성과가 하나도 없다고 폄훼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부도덕한 전쟁에 한국이 말려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미 감정이 골수에 배어있는 이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넘기기엔 집권당의 책임이 너무 크다.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돼야할 집권 여당이 반미 시민단체와 같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오늘의 국정난맥은 당연한 결과다. 당 지지율이 9%대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도 자신들이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느니, 임기를 못 채울 수도 있다느니 하는 푸념이 노 대통령 입에서 자주 나오는 데는 열린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이라는 책임을 통감하고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안 찬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라크 전쟁의 도덕성이나 평화재건 활동의 실적을 말하기 전에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한미동맹을 굳건이 맺어주는 쇠밧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이툰 부대를 일방적으로 철군했을 때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우리가 파병으로 얻는 이익 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특히 민족의 사활이 걸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돈독한 관계가 최우선이다. 지금 자이툰 부대를 전면 철수할 경우에는 북핵문제를 다룰 지렛대가 소진됨은 물론, 한미관계는 급속한 긴장의 수렁으로 빠질 게 뻔하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나 전쟁수행과정의 피해, 반미적 이념 등에 근거해 파병연장을 반대한다는 것은 집권 여당의 태도가 아님을 열린우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은 또한 한미관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이라크 재건 노력에 대한 동참의 의미도 강하다. 단순히 전쟁에 참전한 것이 아니라 이라크의 안정과 민주 정부 수립, 그리고 전후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유엔의 결의안(제1546호)에 대한 동참이다. 유엔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유엔의 평화노력에 참여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또 지난 2년 동안 자이툰 부대가 불안정한 치안 상황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거둔 성과를 간과해서도 안 될 일이다.
집권당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파병 반대 입장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의원들은 북핵 해결, 한미동맹 등 보다 큰 국익을 생각해서라도 개인적인 반미 감정을 접고 정부가 낸 파병연장 동의안을 잡음없이 처리해 주기 바란다. 이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고 노무현 정부와 집권당의 지지율을 높히는 최선의 길이다.(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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