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와 4개 언론단체가 브리핑룸 통폐합 등 언론취재 대안 마련 협의 와중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협의에 참가한 단체는 정부 측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 언론단체로서는 (i)한국기자협회 (ii)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iii)전국언론노동조합 (iv)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연대회의 등이다.

 지난 7월 10일 국정홍보처가 공개한 공동발표문(안)을 보면, “정부와 언론단체는 국가보안법이 언론 자유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폐지를 위해 공동 노력하며, 국회에 성의 있는 처리를 촉구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안영배 홍보처 차장은 “이 조항은 언론단체에서 먼저 요구한 것”이라 발뺌했고, 정일용 기자협회장은 “국가보안법은 남북관계 보도에 있어서 정보 접근권을 축소하는 악법이니까 폐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취재와 관련된 브리핑룸 통폐합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해진 안건 외에 왜 국가보안법 이슈가 포함됐는지도 의문이고, 노 정권과 위 단체들 특히 ‘기자협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을 합의문 조항에 포함시키게 된 경위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남북관계 정보 접근권을 축소하는 악법’이라는 기자협회장의 인식이다.

 그동안 국가보안법 존폐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국가보안법은 수차에 걸쳐 개정돼 이제 더 이상 손 볼 필요가 없을 만큼 ‘누더기’가 되어 있다. 따라서 현 국가보안법은 오직 친북·친공 세력들의 대한민국 파괴공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로 압축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이 법의 존속으로 일반 국민들은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며, 오직 공안사범 만이 그들의 국체파괴 활동에 걸림돌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인권 유린’ 운운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법의 악용 사례가 있다면 운용(運用)을 올바르게 하면 되지, 법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 친북·좌파 세력들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 미명하에 완전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나, ‘자유민주체제 그 자체를 파괴하는 자유마저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국보법 존치를 뒷받침하는 법리(法理)의 핵심이고, ‘언론의 자유’ 운운하나, 국보법 때문에 못하는 취재라면 우리에겐 해롭고 북한엔 이로운 이적(利敵)행위뿐이 아닐까 싶다.

 최근 일심회 간첩사건, 사진작가의 美군사기지 촬영 사건 등 일련의 공안사건 재판이 속행되는 시점에서, 모종의 음모에 의해 국가보안법 폐지 기도가 되살아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친북·반미·좌파의 발호가 극에 달해왔고, 최근처럼 국가보안법 존치와 법 집행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진 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 사회 내에서는 북한의 핵심 지도 노선인 ‘선군정치·강성대국’을 부르짖고, 북한의 대남 적화노선인 ‘주한미군 철수’를 공공연히 요구하며, 심지어 과거 북한 편에 서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 국군과 대적(對敵)했던 ‘빨치산’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언행이 거리낌 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제지하기 위한 국보법은 거의 무력화돼가고 있는 형편이다. “국보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하는 이 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 폐지 기도와 음모가 본격 진행되었으나, 자유·우파의 저지로 가까스로 막아낸 상태인데, 정권 말기임에도 이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때를 놓칠세라 국가보안법 폐지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총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7월 11일 이른 바 「서기국 보도(제932호)」를 통해 ‘남한이 선군정치·주체사상 신봉자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6·15시대 흐름을 가로막는 반(反)통일적, 반민족적 망동’이라고 비난하고, 국보법을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과 남한 내 친북 세력이 한 목소리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일부 뉴라이트 단체(자유주의연대 등)에서도 “이제 반공은 필요 없다”며 국보법 핵심조항인 제7조 ‘찬양·고무죄’와 제10조 ‘불고지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엊그제는 한나라당의 수정된 대북정책 내용에 국보법을 폐지하고 대체 입법하겠다는 조항이 있어 자유민주 국민들의 강한 분노를 일으킨 바 있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급변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하나, 영변 시설은 사실상 수명을 다했고, 他 지역 핵시설과 HEU 핵개발이 문제인데 이에는 하등의 진전이 없어, 이번 ‘영변 조치’는 실제 북한 핵폐기와는 거리가 멀다.

 안타깝게도 부시행정부가 ‘북핵 성과’를 이루려 조바심을 내면서 盧정권과 함께 北과의 종전선언·평화협정 같은 한반도 안보 핵심 현안에 손을 댈 용의를 밝힘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북한은 이 틈에 미·북 단독의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나섰다. 나라 안팎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자유민주 세력의 가일층의 냉철함과 경계가 요망된다.(Konas)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