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 국민담화에서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를 1200명에서 600명으로 줄이고 철군 시한을 내년 말까지 주둔기간을 1년 연장하는 안을 공식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이유를 ‘어느 때보다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 등 경제적인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하면서 ‘지금 철군하면 그 동안 우리 국군의 수고가 보람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 제거, 미·북 수교 등 60년 만의 대변동을 앞둔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과의 협조체제를 유지해야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반면 이라크에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미군은 한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을 제안한 정부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반대여론을 설득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3년간 자이툰 부대가 이룩한 업적은 실로 놀랄만하다. 군사작전을 포함하여 현지인들을 위한 기술교육과 건설지원 그리고 의료봉사 활동 등 민사작전은 이라크 평화재건 사업에 적극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동맹군의 작전모델로 평가되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곧 한국군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고 군사외교를 수행함으로써 국익에 큰 보탬이 된 것이다.

 앞으로 이라크 재건 사업에 한국기업이 진출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 최근 쿠르트 지역의 유전개발 사업에 한국석유공사 등이 참여토록 결정되었는 바 이를 계기로 확대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는 석유자원이 풍부한 국가이고 자이툰 부대가 3년 넘게 주둔하면서 복구사업에도 기여했으므로 앞으로 자원외교, 경제외교를 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1964년 월남파병은 일부 국민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으로 5만 여명이 파병되어 많은 희생을 치루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을 도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였다. 특히 한국군의 월남 대민지원 사업은 대단한 성공을 거둬 월남국민을 진정한 친구로 만들 수 있었다.

 자이툰 부대가 파병된 것은 이라크가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되고 곤경에 처해 있는 미국을 혈맹으로서 돕는데 있었다. 그러므로 자이툰 부대의 파병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될 때까지 자이툰 부대가 연장 주둔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이라크 정부와 국민, 현지 언론도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21세기 국제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명실 공히 협력적 안보정신이다. 이제 국경과 민족을 떠나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며 공통의 국익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선과 관련지어 이해득실을 따져서는 안 될 것이며 먼 장래를 보면서 국익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런 의미에서 당면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문제는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를 함이 없이 국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적 합의 하에 신속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konas)

 이정린 (성우회 정책위 의장, 전 국방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