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인권단체 모임인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이 질의한 공개질의서에서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원회의 기본적인 입장은 인권침해법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위원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혀 보수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 곤욕을 치뤘다.

 현병철 위원장은 이 발언이후 보수의 목소리가 거세 지자 지난 1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라고 서로 다른 답변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국보법 폐지"와 관련한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향군은 서울시재향군인회(회장 신상태) 회원 500여 명을 12일 을지로 입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 위원장의 자발적인 사퇴를 촉구하고 현 위원장 발언에 대해 ▲국가보안법에 대한 소신은? ▲국보법을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데, 이에 대한 의견? ▲폭거로 유린된 다수 국민 인권외면하고 폭도 인권보장만 등을 균형있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소신은? ▲북한주민에 대해 비인간적인 공개총살 등 비참한 인권 말살을 자행하는 행태에 대해 개선하도록 촉구할 용의는 없는가? 등 7개항의 공개질의서를 접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공개질의에 대한 회신'을 보내왔다.  이 날 서울시향군이 코나스에 알려온 바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의 회신자료는 A4 용지 한 장으로 6개항으로 돼 있으며 팩스를 통해 전해졌다고 서울시향군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보내온 회신내용은 서울향군이 질의한 국보법 내용과는 동떨어진 일반적인 내용으로 핵심을 비껴가 겉 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좌파성향단체의 질의에는 현 위원장 자신이 분명한 이념이나 색깔을 내세운 것으로  보여짐에도 보수단체가 질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본인의 생각이나 주장은 그대로 묻어둔 채 위원회의 공식입장은 11인 전원의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고 답변함으로써 그 자신이 이미 한 발언내용과 동떨어진 짜 맞추기식 발언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공개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먼저 "위원회는 국민의 생명권 보장이야말로 모든 인권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으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골간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안에서 존립하며 활동하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어 "우리 위원회의 공식입장은 11인의 인권위원들의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바, 위원회 업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위원장의 개인적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 같은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우리 위원회의 의사결정의 특성상 부적절하다고 사료된다"며 "위원장의 의견은 원칙적으로 전원위원회에서 개진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과 관련한 역할에 대해서는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하여 유엔 등 국제기구 및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동하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조사 등 총 6개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진행중에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에 대해 12차례의 권고 및 의견표명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향군 관계자는 코나스와의 통화에서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한마디로 형식적이고 책임회피식 답변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은 말 그대로 국가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선량한 절대 다수 국민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소위 국민의 인권을 생각한다는 국가의 기관장이라는 사람이 '국보법 폐지'를 운운하고, 이랬다저랬다 줏대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그 스스로가 정부를 떠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국가인권위가 서울시향군에 보낸 자료에 의하면 향군이 질의한 내용과는 거의 연관이 없는 인권위의 입장을 일반적으로 대변하는 내용에 인사말을 제외하면 세 가지 내용에 한정되고 있어 서울시향군의 공개질의 내용을 무안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은 서울시향군이 보낸 '공개질의서'와 '국가인권위원회 회신문' 전문이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

재 향 군 인 회 공 개 질 의 서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은 대한민국 서울시재향군인회에 다음과 같은 질의에 대해 국가인권수장으로서 직책과 권위에 부합하도록 성실하게 답변해 주기바랍니다.

1. 국가보안법은 체제수호법으로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특별법인데 생존보다 더 고귀한 상위의 인권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소신을 말하시요?

2. 대한민국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이며 이를 수호하기 위한 체제수호법으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므로 동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하시오.

3.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불가불 인권을 제한하고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선량한 자유민주 시민인이 아닌 체제 전복세력인 간첩 혹은 종북좌파 집단인데, 국보법을 폐지하여 이들에게 굳이 인권을 보장해주자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4. 그동안 인권위는 종북좌파집단의 불법시위와 폭거로 유린된 다수 국민의 인권은 외면하고, 폭도들 인권보장만을 요구해 왔는데 이를 균형 있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소신은 무엇입니까?

5.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여건에 따라 폐지 혹은 유지를 주장하는 태도는 국가 기관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무소신의 극치라 봅니다. 따라서 자진사퇴가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위원장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6. 북한 김일성․김정일 집단과 종북좌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를 수용한 기존의 국가 인권위 입장을 개인 소신에 따라 당당히 수정할 용의는 없습니까?

7. 북한 당국이 북한주민에 대해 비인간적인 공개총살 등 비참한 인권 말살을 자행하는 행태에 대해 개선하도록 촉구할 용의는 없읍니까?  

2009.  8. 12

대한민국 서울시재향군인회원 일동

-------------------------------------------------------------------------- 

향군 공개질의에 대한 인권위원회 회신

 1. 귀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우리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하여 깊은 관심을 갖고 애정 어린 의견을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3. 우리 위원회는 귀회가 지적하신 바와 같이, 국민의 생명권 보장이야 말로 모든 인권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으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골간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 안에서 존립하며 활동하고 있음을 재삼 강조하여 말씀드립니다.

 4. 우리 위원회의 공식입장은 11인의 인권위원들의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바, 위원회 업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위원장의 개인적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같은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우리 위원회의 의사결정의 특성상 부적절하다고 사료됩니다. 위원장의 위견은 원칙적으로 전원위원회에서 개진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됩니다.

 5. 위원회는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하여 유엔 등 국제기구 및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가동하면서 북한정치범 수용소 실태조사 등 총 6개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진행중에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에 대해 12차례의 권고 및 의견표명을 한 바 있습니다.

 6. 귀회의 무궁한 발전을 다시 한 번 기원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위원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

국가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