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남한 주민 강동림(30)씨가 26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또 "그는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남조선군 22사단 56연대 3대대 9중대 1소대에서 근무했고 삼성 반도체회사 노동자로 있다가 퇴직해 의거하기 전까지 벌교읍의 어느 한 돼지공장(양돈장)에서 일했다"고 상세한 보도를 했다.

반면 우리 국방당국은 철책이 뚫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사실을 접하고 해당지역 철책을 점검하고서야 월북사실을 알았다. 2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7일 남한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관련,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철책 훼손 흔적을 정밀 점검한 결과, 동부전선 22사단에서 철책이 절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철책이 뚫린 곳은 강원도 고성군의 최전방 22사단 철책으로, 조사 결과 가로 30cm, 세로 40cm 규모로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북자는 북한의 발표대로 강동림 씨가 틀림없었다. 그는 전북 진안군 모 양돈장에서 일하던 강동림(30)이었다. 그는 주인을 폭행하고 달아나 경찰이 지명수배하고 행방을 찾고 있었던 자이다. 그자가 대한민국의 국군이 철통경계를 자랑하던 GOP경계망을 휘젓고 越北하여 북한에 있다고 한다.

범법자요, 월북자인 강동림은 26일 밤 철조망을 자르고 북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인 강 씨는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해당 부대의 전방관측소(GOP)에서 기관총 사수로 근무해 철책 주변의 지형지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월북 그 자체가 아니다. 만 하루 동안 우리 군 당국이 최전방 철책이 뚫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국민의 최전방 울타리가 뚫린 사실을 敵이 알려줘야 알 수 있으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어떻게 민간인이 통제구역인 철책 지역까지 들어갈 수 있었나? 범법자가 월북지점과 경계병 위치를 확인하고 철책을 짜르는 동안 우리 경계병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또 순찰자들은 무었을 했나? 이른 아침 당연히 했어야 할 철책 이상 유무 점검 시간에는 무었을 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경계병력을 절약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한 열상감시장비(TOD)나 폐쇄회로(CCTV) 등의 감시장비는 활용조차 하지 안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 우리 군이 철책점검을 제대로 제때에만 했더라도 범법자가 월북하기 전에 수색 매복조를 활용하여 즉각 차단했을 것이다.

국방 당국의 어떠한 변명도 국민을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후속조치가 어떠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하루 동안이나 철책 뚫린 줄도 모르고 그 실상을 적군의 입을 통해 국민들이 알아야 하나. 북한이 방송을 통해 발표하기 전 우리 군 당국이 먼저 알고 발표했다면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이 이렇게는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만고불변의 진리다. 국방부는 잘잘못을 명명백백하게 가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국회도 군 지휘관들에게 일할 시간을 줘야 한다. 취임식도 하기 전에 신임장관, 합참의장을 허구한 날 국회로 불러 탁상공론을 하고 있으니 말단부대 근무군기가 제대로 설 수 있겠나. 장관과 합참의장이, 총장과 군사령관이 야전 장병들과 함께 있고, 함께 고민해야 우리 군이 강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Konas)

권재찬(코나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