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에 대해 종북좌파 세력들이 “자주국방 훼손, 군사주권 포기”라며 연합사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왜곡 선동하는 것은 군의 사기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와 연합사 해체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과연 전작권전환 연기 합의가 군사주권을 포기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군사주권이라는 용어는 사전에 존재하지 않지만 군 지휘권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군의 지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 지휘권, 작전지휘권, 작전통제권 개념을 알아야 한다. 군 지휘권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과 국방장관의 지휘권을 의미한다. 대통령은 국군의 통수권자로서 국방부장관을 통해 군정(軍政)과 군령(軍令)권을 행사하며, 국방부장관은 각군 참모총장을 통해 군정권을, 합참의장을 통해 군령권을 행사한다.

 작전지휘권은 군 지휘권의 하위개념으로서 합참의장이 작전임무 수행을 위해 작전사령관을 통해 행사한다. 작전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의 획득 및 비축, 사용 등의 작전 소요를 통제하고 전투편성과 임무를 부여하는 권한이며 행정, 군수사항은 제외된다.

 작전통제권은 작전지휘권의 하위개념으로서 지휘관이 작전계획, 작전 명령상에 명시된 특정임무를 수행하는 제한된 권한으로서 행정 및 군수, 군기, 내부편성, 부대훈련 등은 제외된다.

 현 연합사령관은 전시(戰時)에 한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되, 한미 대통령이 합의하는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한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참여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군사위원회(MC)를 통해 부여받는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평시는 물론 전시에도 군 통수권과 지휘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전작권을 위임한다고 하여 군사주권의 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전작권은 어떤 배경으로 위임되었는가? 6∙25전쟁시 북괴의 기습남침으로 사흘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후퇴를 거듭하던 중 7월 14일, 대전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구국의 일념으로 결단을 내려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위임했다.

 그리고 절대적 약자의 처지에서도 휴전협정 반대, 북진주장,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미국을 압박하여 한국안보의 근간이 된 한미상호방위조약(1953. 10. 1)을 관철했고, 1954. 11. 17 한∙미 국방장관 합의 의사록으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UN군사령관에게 위임했다.

 그후 1974~78년 휴전선에서 발견된 북괴의 남침용 땅굴(3개), 1975년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추진과 76년 북괴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연합방위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유사시 미군의 즉각 개입 보장이 어려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3년간의 협상 끝에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었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은 UN군사령부에서 한미연합사령부로 전환되었으며 1994. 12. 1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의장에게 전환되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왜 중요한가?
 전작권의 유지는 곧 한미연합사령부의 존속을 의미한다. 한미연합사는, 사령관은 미군, 부사령관은 한국군 4성 장군이 지상구성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으며 참모장을 비롯한 7개 참모부 구성요원은 한국군 : 미군이 각각 50% 비율로 편성되어 단일화 지휘체계를 이루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연합지휘기구이다.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과 막강한 전력보장은 물론 북괴의 핵 및 미사일, 화생무기 대비 능력 등 자주국방의 결정적 취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에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전작권 위임이 자주국방을 훼손하는가?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국방력을 증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자주국방을 목표로 율곡계획, 818계획, 국방개혁 2020 등 전력증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자국의 안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미국과 유럽 27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구성해 미군 나토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며, 일본도 미국과 미일동맹을 맺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61년 전에 ‘조중 우호동맹’을 맺었고, 1981년에는 ‘조중우호 합작호조조약’을 체결해 유사시 자동개입을 보장한다.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서도 다국적군 사령관에게 작전통제권을 위임했다.

 글로벌시대의 안보패턴이 ‘집단안보·협력안보’로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자주국방을 주장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맞지 않고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다.

 최근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보호하는 모습에서 한∙미동맹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시기는 한반도 안보환경이 안정되고 북한 핵 문제 해결 등 남북한 간에 군사적 신뢰가 구축될 때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미 정상은 2015년 12월 1일부로 전작권의 전환시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우리군은 향후 5년 동안 절박한 심정으로 C4I체제, 정보획득∙정밀타격능력, 북한의 비대칭 전력 대응 등 필수전력을 구비하고 작전수행능력을 배양함은 물론 현 한미연합사보다 더 효율적인 새로운 한미동맹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정소요의 국방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로 전략동맹2015를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동북아 안보상황 변화에 대비하여 한미 국방 당국은 후속협의 과정에서 전작권 전환시기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작권 문제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konas)

서진현(예, 육군소장/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