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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소감⑦]함께 이룬 아름다운 도전

애국은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한다
Written by. 김유나   입력 : 2010-08-28 오전 11: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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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대장정 마지막 저녁. 캠프 파이어 등 전야제의 시간도 있었다. 재향군인회 박세환 회장과 함께 불을 붙이는 답사단원들ⓒkonas.net

 '특별한 여름방학','한국에만 있는 프로그램','아름다운 도전' 그 끝에 국토 대장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냈다. 며칠간의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우연히 6·25 60주년 향군국토대장정 카페를 알게 되었고 다른 일반 국토 대장정보다 더 많은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다. 주변에선 왜 괜한 고생을 사서하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4년간의 유학생활로 지쳐있던 나는 한국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원했다. 그렇게 나는 부푼 기대와 함께 한국에 왔다.
 
6월 13일, 서울에서 1차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모두들 처음 만나는 분위기에서 어색함이 흘렀다. 아직은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11박 12일을 함께 지내다 보면 허물없이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19일 2차 오리엔테이션에선 서로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팀끼리 만나 자기소개도 하고 팀장, 팀 이름, 구호 등을 정했다. 간단한 게임과 팀 회의를 통하여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엔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뒤죽박죽 엉켰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힐끔힐끔 명찰을 볼 필요 없이 언니, 오빠들의 이름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시작될 우리들의 11박12일간의 여정이 더 기대되었다.
 
1일차
 드디어 6월25일, 꾹꾹 눌러 담은 가방을 메고 올림픽체조경기장에 도착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덕분에 우리팀 언니, 오빠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6·25 6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우리의 출정식이 열렸다. 6·25......학교에서 배우긴 했지만, 사실 난 6·25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적지를 답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정식 후 우리는 서울현충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6·25때 희생되신 분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건데......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몇 번이나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하는 자문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우리는 수원으로 이동하여 프랑스군 참전기념비를 방문하였다. 말도 통하지 않은 나라에서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그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되새겼다. 첫날이라서 많은 거리를 걷지는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리가 아팠다. 이제 첫걸음을 뗀 우리들..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다.
 
2일차
 아침으로 군대리아(군대식햄버거)를 먹고 출발하여 UN군 초전기념비를 방문하였다. 그 후 8시간이란 긴 시간동안 행군을 하였다. 처음에 다리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어깨로, 팔로 옮겨 가더니 나중엔 감각조차 느낄 수 없었다. 정말 아무런 의지없이 다리가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은 맘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유혹들을 이겨냈기에 발에 잡힌 물집이 훈장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DMB로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였다. 불도 꺼진 상태에서 몇몇씩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모두가 함께였기에 비록 한국이 졌지만 어느 월드컵 경기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3일차
 아침부터 비가 내릴 것 같이 우중충했다. 그래도 그 덕에 우리는 가방을 메지 않고 걸었다. 7kg 되는 가방이 없으니 날아갈 듯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우리의 걸음은 4시가 되도록 멈추지 않았고 다리에 통증도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조별로 장기자랑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정말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었고, 장기자랑하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 조에선 팀장인 래훈이 오빠와 성빈오빠가 장기자랑을 하였다. 두사람의 폭풍연기는 그야말로 우리팀에게 감동이었다. 서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배울 수 있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4일차
 햇볕이 많이 비추었고 그만큼 걷기가 힘들었다. 대장정 일정 중 가장 힘든 날이 아니었나 싶다. 쉬지 않고 5km를 걷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줄 깨달았다. 10분의 휴식이 정말 달콤하고도 짧았다. 힘들었지만 함께 걸었기에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 했으면 정말 멀게만 느껴졌을 길이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써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저녁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와'가 나왔는데 너무 행복했다. 새삼 작은 것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느낀다.
 
5일차
 일정 중 15km를 버스로 이동하였지만 힘든 행군이었다. 특히나 산을 넘어가는 코스가 있어서 숨이 차올랐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모든 체중이 쏠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힘든 여정을 다 견뎌냈기에 우리는 계룡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육군 참모총장께서 우리를 맞이하여 주셨다. 저녁식사 후 물집치료를 다 받고 우리팀은 모여서 진실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깊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서로서로에 대해 더 알 수  있었고, 한 층 더 가까워졌다.
 
6일차
 오전에는 계룡대에서 육군, 해군, 공군, 그리고 6.25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전 현충원으로 이동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천안함사건으로 희생되신 46인의 묘역도 방문하였다. 군대에 있는 우리오빠 또래였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고 그러기 때문에 아직 전쟁이 끝난게 아니라고 한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쟁을 철저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7일차
 오전에 세시간 정도를 걸은 뒤 점심을 먹고 6·25 참전용사분께서 특별히 화령장 전투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화령장 전투는 우리나라가 최소의 피해를 입으면서 북한군에게 최대의 피해를 입힌 전투였다. 그로인하여 우리나라는 다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직접 6·25를 겪으신 분의 실감나는 6·25 전사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일차
 아침에는 걷기 좋은 날씨였지만 오후가 되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꽤 온탓에 운동화와 양말이 흠뻑 젖었다. 우리는 낙동강 구철교와 왜관 전적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이렇게 전적지를 답사할 때마다 내가 마치 6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조상들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을 생각해 보게 된다.
 
9일차
 오전에 5시간을 걸어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도착했다. 1기로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던 학생어머님께서 특별히 우리들을 위해 시원한 얼음물을 준비해 오셨다. 행군중 마시는 물은 정말 오아시스 같았고, 그 어머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서 그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우리가 오늘 머무를 제2작전사령부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의장대 시범을 보았는데 정말 신기하였다. 동작 하나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생각해보면서 큰박수를 보내었다. 이젠 장시간 걸어가는 것도......10분안에 샤워하는 것도..침낭안에서 자는것도.. 다 익숙해졌는데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이 너무 아쉬웠다.
 
10일차
 장마라고 하더니 우리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 같다. 걷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았다. 오전에 걸어서 우리는 영천지구전투전승비에 도착했다. 영천지구전투는 우리나라가 북한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킬 수 있었던 좋은 전환점을 만들어준 전투였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에게 30분이라는 샤워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0분만에 샤워를 끝냈다. 이제 10분 샤워가 습관이 된 듯 했다.
 
11일차
 행군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전에 계속 걸어서 영천국립호국원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엄청 비탈진 길이었는데 올라갈 때는 힘들었지만 막상 올라가니 바람도 많이
불었고 풍경이 장관이었다. 저녁에는 전야제를 했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아쉬웠다. 11박12일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12일차
 드디어 6·25 60주년 향군 국토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완주증만이 아니었다. 11박12일 동안 쌓았던 추억들은 그 무엇보다도 값진 보물이었다. 부산에서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웠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11박12일 동안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스쳐 지나갔다.
 
국토대장정을 마치며..
 이번에 국토대장정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번 여름방학도 여느 때처럼 그냥 평범했을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만남을 가질 기회도 없이 틀에 박힌 일상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고 돌아갔을 것이다. 국토대장정을 생각해 낸 건 내가 올해 들어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이고, 그리고 많은 국토대장정 프로그램 중에서 이 곳에 지원한 건 더더욱 잘한 일인 것 같다.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너무 감사하다.
 사람들이 '국토대장정 어땠어?'하고 물어 볼 때마다 나는 '좋았어' 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원하지만 그들은 '좋았어' 라는 말 한마디에는 수많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모른다. 걷다가 힘들 때 옆 사람이 잡아주는 손길의 따뜻함을, 얼린 포카리스웨트의 달콤함을, 10분 샤워의 상쾌함을, 전적지에서 느끼는 가슴 뭉클함을,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발 사이사이 물집의 존재감을, 헤어질 때 몇 번씩 뒤돌아 보는 아쉬움을......이 모든 것이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혜는 아닐까? 처음엔 한국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갖기 위해 지원한 국토대장정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내 인생을 위한 특별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국토대장정을 통하여 나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고, 유학 생활을 하면서 잊고 지냈던 우리나라의 최근세사의 고통스런 역사들을 생생하게 경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다. 국토대장정이 끝난 지 보름이 다 되어가지만 그 추억들은 마치 어제와 같이 생생하다. 미국에 돌아가도 가끔씩 이날의 추억을 되살려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싶다.(konas)

김유나(Emory University)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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