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북한에 대해 무언가를 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있다. 또 자기가 북한에 대해 온건·합리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기 위해 구실만 생기면 북한에 뭔가를 주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 신의주 지역에 큰 홍수가 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때를 만났다는 듯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쌀과 수해물자를 지원하자고 합창하고 있다. 그 합창소리에 따라 조만간 북한으로 가는 인도적 지원물자 수송 행렬이 줄을 이을 것 같은 조짐도 보인다.

구실만 생기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주장을 듣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자를 제공하는 사람이 인도주의적 동기에서 물자를 제공하면 그 물자제공이 자동적으로 인도적인 결과를 낳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생각은 큰 착각이다. 무슨 물건이든지 그것이 최종적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느냐는 공여자의 의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납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칼을 제공한 사람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데 사용하라는 인도적 고려에서 칼을 제공했지만, 칼을 받은 사람은 그 칼로 사람을 죽이는 비인도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와 같이 우리나라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내부적으로 전체주의적 독재를 실시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우리나라 정부나 민간단체가 아무리 절절한 인도적 의도에서 북한에 물자를 제공하드라도 그 물자들은 필연적으로 비인도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인도적 동기에서 북한에 제공한 물자가 초래할 비인도적 결과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우리나라 정부나 민간단체가 인도적 동기에서 북한에 제공한 물자는 북한의 비인도적인 대남도발의 횟수와 강도를 유지시키도록 도와주는 비인도적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은 모든 물자가 다 부족한 총체적 물자빈곤 국가이며, 그러한 총체적 물자빈곤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는 재난구호에 투입하기 위한 물자동원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다. 재난으로 인해 심각해진 물자빈곤 상태는 북한이 우리나라에 대해 자행하는 각종 비인도적 도발의 횟수와 강도를 축소시키는 제동작용을 한다. 북한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공되는 인도적 지원물자들은 재난으로 인해 북한이 겪는 물자빈곤의 심각성을 완화하며, 그에 따라 북한의 대남도발 횟수와 강도에 대한 물자빈곤의 제동작용도 약화된다. 재난 발생시 우리가 북한에 물자를 제공하지 않으면 북한은 심각해진 총체적 물자빈곤의 압박으로 인해 대남 도발의 횟수와 강도를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인도적 동기에서 물자를 제공하게 되면 북한이 겪는 총체적 물자빈곤의 압박이 완화되어 북한의 우리에 대한 비인도적 도발의 횟수와 강도가 축소되지 않게 된다.

둘째, 우리나라 정부나 민간단체가 인도적 동기에서 북한에 제공한 물자는 북한 주민에 대해 비인도적 탄압을 자행하는 북한 지배체제의 탄압능력을 유지시켜주는 비인도적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과 같은 폐쇄되고 잔인한 전체주의 독재 국가에서는 외부에서 제공되는 모든 물자가 지배세력의 마음대로 처리된다. 우리가 북한의 수재민을 돕기 위해 쌀, 밀가루, 라면, 의약품 등을 제공하면 그것들이 수재민에게 곧바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지배세력의 수중으로 들어간다. 수재민이 아닌 지배세력은 수재민에게 제공하라고 준 물자들을 우선 자기들과 자기들에게 충성하는 자들에게 먼저 제공하고, 정작 수재민들에게는 지배세력이 먹기 싫은 저질의 먹거리나 지배세력이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들을 제공한다. 그마저도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특별배려’로서 제공된다. 수재민에게 제공하라고 보낸 우리의 인도적 물자는 수재민이 아닌 북한 지배세력의 건강을 강화하고, 그들로 하여금 북한 주민에 대한 탄압을 건강하게 지속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걸핏하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노래 부르는 사람들과 일반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초래하는 이상과 같은 비인도적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꼭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경우라면, 북한에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의 비인도성을 고려하여 그 규모와 방법을 신중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konas)

양동안(한국한중앙연구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