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격랑의 바다와 한국의 해양 안보

Written by. 이춘근   입력 : 2014-04-04 오후 5:33:31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전쟁의 파도가 높아지는 서태평양

  바다의 안보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만약 아시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최초의 포성은 바다에서 들려올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아시아의 바다, 특히 서태평양이야말로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곳이다

 서태평양이라 함은 북으로는 일본열도 북단의 쿠릴제도로부터 동해, 서해를 거쳐 제주도 남쪽의 동중국해, 대만해협, 필리핀 앞바다, 남쪽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넓은 바다를 의미한다.

 서태평양 바다 위에는 말래카 및 싱가포르 해협으로부터 대만해협, 대한해협에 이르는, 동아시아 모든 나라들이 마치 생명선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로가 지나고 있으며 남지나해의 스프라틀리 군도, 파라셀 군도, 필리핀 앞바다에 있는 스카보로섬, 대만북단의 센카쿠 열도, 이어도, 독도, 쿠릴 제도에 이르기까지 국가들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섬들이 널려 있다.

 독도, 쿠릴 제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토분쟁에서 당사국이 되고 있는 중국은 이 섬들을 남사군도, 서사군도, 황옌다오, 댜오위다오 등으로 칭하고 있다.

 서태평양을 해로(海路)의 생명선이라 부르는 이유는 동아시아 모든 나라들이 서태평양 상의 해로에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로가 끊기는 경우 대한민국,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 등의 경제는 길어도 몇 달 이내에 모두 붕괴되고 말 것이다.

 중동으로부터 한국, 중국, 일본을 향해 오는 석유 수송로가 차단되어 몇 달 동안 석유공급이 중단 된다면 그때 이 3대 경제 대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다 못해, 파탄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석유는 현대문명의 피와 같고 해로는 바로 피를 공급하는 생명선인 것이다. 석유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일본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식량의 대부분도 바다를 통해 수입해 오고 있다.

 그래서 동아시아 모든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해로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해군기지와 양호한 해군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해로를 지키기 위해 가장 좋은 곳은 역시 중요한 해로가 지나는 곳에 위치한 섬들을 장악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 서태평양에 있는 그렇게 많은 섬들이 국가 간 영유권 분쟁에 휩싸여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도 그 섬들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섬들 부근에서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서태평양의 영토분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키신저 박사는 지난 2월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안보회의 석상에서 “현재 아시아의 상황은 20세기 유럽의 상황과 비슷하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일봉사이의 긴장 국면이 고조되면서 ‘전쟁이라는 유령’이 아시아를 배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첫 번째 포성이 울리지는 않았지만 최신 무기를 장착한 동아시아 각국의 군함들과 미국 군함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형국이다. 성냥불 하나가 대화재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긴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사이가 심상치 않다.

  중∙일 간 센카쿠(댜오위다오) 영토분쟁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이 섬들을 센카쿠 열도라고 쓰고자 한다. 독도가 타케시마가 아닌 것과 같은 의미에서다. 현재 거의 매일 중국과 일본의 군함, 전투기, 해양경비정들이 센카쿠 열도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 병사들의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상황을 몰고가기 딱 좋은 형상이다.

 필자는 앞에서 제사한 이유들 외에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두고 다투는 데에는 보다 심오한 다른 이유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2,3대 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게다가 두 나라는 경제적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서로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훨씬 더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우아해 보이지도 않는 돌섬 몇 개 가지고 두 강대국이 다투는 데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사이의 센카쿠 열도 분쟁은 ‘부상하는 중국’과 ‘쇠락하는 일본’이 맞붙는 상황이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 분쟁에서 중국이 승리한다면 중국은 아시아서는 물론 세계의 패권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일이 될 것이다. 일본과의 분쟁에서 승리한 중국은 자신이 벌이고 있는 서태평양 지역 전체의 영토분쟁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일본을 꺽은 중국에게 도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만약 이 분쟁에서 패배한다면 일본의 지위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센카쿠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이는 부상하는 중국의 기를 꺾어 놓는 일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다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주도권 확보 시 섬 자체를 확보하는 일은 물론이지만, 각각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분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나라는 센카쿠를 차지하기 위해 진짜 전투를 벌일 것인가? 현재 그럴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인다. 1937년에 벌어졌던 수준의 중일 전쟁은 아니겠지만 두 나라가 센카쿠 주변 해역에서 상당 규모 해전을 벌일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우선 중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한판 싸워도 손해 볼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최근 경제발전의 둔화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불안에 당면한 정치가들의 전통적인 전략은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작은 전쟁 하나에서 신속하게 승리를 거둘 경우,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욱이 최근 힘이 급격히 증강한 중국은 자신의 힘을 과시해 보고 싶은 욕구도 작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그냥 물러나면 바보가 되겠지만 아직 중국에게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당해야 할 피해는 일본보다 오히려 더 클지도 모른다.

 1904년 러일 전쟁당시 승자는 일본이었지만 인명 피해는 일본이 더 컸다. 센카쿠를 빼앗긴 일본 정권은 국민들에게 ‘아직도 평화 헌법을 유지해야 하며 아직도 국군이 아닌 자위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며 국민을 결집시킬 것이다. 일본에게는 우경화를 넘어 군국화로 나갈 계기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결국 중국과 일본 모두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회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의 대처방안

  남의 집 불구경은 재미있다는 옛말이 있다. 불행하게도 중국과 일본의 분쟁은 우리에게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명선이 끊길지도 모를 무서운 일이다. 일단 센카쿠에서 본격적인 분쟁이 발발한다면 대한민국의 석유 및 식량 수송로, 대한민국이 만들어서 해외에 내다 파는 화물 수송로의 상당 부분이 차단될 것이다.

 먼 곳으로 우회해서 갈 수 있지만 그 경우 수송비용 증가, 수송시간 증가 및 수송로의 불안 때문에 석유 및 식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1970년대 초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중동분쟁 때문에 한국 경제가 파탄날뻔 했던 기억을 되새겨 본다면 중∙일간 센카쿠 분쟁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대비해야 한다. 더 무서운 결과란 센카쿠 분쟁 이후, 한국과 영토분쟁 중에 있는 이어도와 독도를 필연적으로 문제화시킬 것이다. 중국이 승리했다고 가정할 겨우 중국은 여세를 몰아 이어도, 서해는 물론 서태평양 일대의 분쟁지역 모두에서 자신의 관할권을 확대하고자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서해를 자신의 내해(內海)처럼 인식하고 있다. 패배한 일본이 독도라도 건드려 보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거꾸로 일본이 승리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손쉬운  분쟁거리를 찾아낼 터인데 그것이 이어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바다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무역국가, 산업국가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대륙보다는 해양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해양에 격랑이 일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이 무서운 파도들을 헤쳐 나갈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큰 파도를 이기기 위해 우리는 보다 막강한 해양력을 확보해야 하며, 바다를 잘 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또한 해군력 증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주변국과의 분쟁에 의연하고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출처 : 월간 ‘자유’ 4월 호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7.4.28 금요일
핫클릭 뉴스 더보기
포토 & 동영상 더보기
쓴소리/단소리 더보기
다시 찾은 새누리당 재창당의 정체성
1. 다시 찾은 새누리당 재창당의 정체성(요약).(.. 
네티즌칼럼 더보기
보수후보 단일화위한 포기하..
보수후보 단일화위한 포기하는 용기가 보수를 살린다... 
깜짝뉴스 더보기
日 야쿠자도 고령화…50대이상 조직원 40% 넘어·80세 두목도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도 고령화 사회의 그늘은 비켜가지 못한 ..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어, 수돌아~ 장수돌! 내 ..
코나스 웹진 구독하기
  • 성명서/행사정보
  • 관련사이트
  • 기사제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