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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자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㉗] 군대, 인연과 기회의 장

Written by. 손영호   입력 : 2016-09-27 오전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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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지원 병역이행 병사 군생활 수기 2016」 산문/질병치유·학력변동 부문 ‘입선’ 글이며, 자원입대한 병사들의 계급은 체험수기 응모 당시의 계급임(편집자 주)

 예전의 나는 ‘군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한 번도 신경 써보지 않은 곳이었다. 병무청에서 신체검사에 응하라는 통지서가 오기 전에는. 그래서 체중이 늘어나도 별 느낌이 없었다. 체중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해서 불어나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 112kg에 이르렀다.

 체중검사를 위해 체중계 앞으로 다가가자, 징병관님이 살짝 웃으셨다. “이 정도 몸무게이면 무조건 4급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이었던가. 누구나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군대를 나만 갈 수가 없었던가. 이러한 생각들이 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역시나 몸무게로 인해서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게 되었다. 실제로 4급이라는 숫자를 보게 되니 착잡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4급 판정을 받은 나를 보고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소리가 매우 기분 나쁘게 들렸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군대가 나에게는 이렇게 높은 문턱이었는가. 나도 선택받은 사람이 되기 위해 체중감량을 해서 군대를 가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처음에는 돈도 벌고, 일도 고된 공장만 찾았다. 일이 매우 고되었지만, 힘들수록 체중이 준다는 각오로 계속 하였다. 그리고 힘들어 하는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어머니께서는 다이어트 복싱 체육관을 등록해 주셨고, 어머니께서도 같이 다이어트 복싱을 하셨다.

 그렇게 처음에는 112kg, 공장을 다니면서 103kg으로 체중을 줄였고, 다이어트 복싱을 하면서 더 체중을 줄여나갔다. 최초 검사를 받고 8개월 후 약 15kg 줄였고 경남지방병무청에 재검을 받으러 갔다. 제발 현역이 뜨기를, 절박함으로 기도했다. 다행히도 3급 판정을 받아 현역입대가 가능하게 되었다. 재검에서 3급 판정을 받은 바로 그 다음날, 자원입대를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체중을 빼서 자원입대를 하게 되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하지만 입대일이 다가오면서 과연 내 선택이 옳았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군 자원입대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지? 주변 사람들이 하는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에 점차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8월 17일, 입대일이 다가왔다. ‘과연 내 선택이 맞는 건가?’ 자꾸만 의심을 가지고 훈련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

 훈련소 생활은 내가 누려왔던 것과 달리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우들과 함께 훈련하니 일종의 소속감이 들었고, 함께 무엇을 해 나간다는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군대의 ‘기본’을 다져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자대배치를 받기 전 후반기 교육을 받으면서 내 전우들이 하나씩 떠나가고 점차 없어지자 먼저 자대배치를 받은 전우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전우들은 진정한 의미의 군 생활이 시작되는데, 나만 아직 군 생활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슬펐었다.

 훈련소 생활의 마지막 후반기교육 마지막 날에 ‘취사병’ 이라는 보직을 받게 되면서 실망하였다. 군 생활은 ‘소총수’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취사를 하게 된다니. 그렇게 후반기교육을 끝내고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군 생활이 시작되었다. 10월 24일. 자대배치를 받게 되면서 이제는 어딘가의 일원으로서 근 1년 하고도 6개월을 같이 지낼 사람들을 보게 된다는 기대감과 반가움으로 마음이 설렜다.

 육군훈련소를 나와 사령부에 도착하였고, 본부포대장님이 나를 인솔하기 위해서 직접 오신 것을 보고, ‘진짜 시작이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훈련병이 아닌 진짜 알짜배기 ‘군인’ 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누구나 할 수 있었던 군 생활이 선택받아야 하는 군 생활이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이 들자 선택받은 군 생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까. 한번 뿐인 선택을 어떻게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멋진 군 생활을 위해서 몇 가지 목표를 세웠었다. 첫 번째가 인사를 잘 하자는 것이었다.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웃는 얼굴상을 만들기 위해서 얼굴이 마주치면 인사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두 번째는 군에 입대하기 위해서 체중을 줄였는데, 건강을 위해서 계속해서 체중을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선임과 간부님들에게 인정받고, 내 분야에 있어서 최고 전문가가 되자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나서 취사병 일과가 끝나면 걷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훈련장이 가깝기 때문에 훈련장까지 걷고, 다시 막사로 돌아오고, 다시 훈련장까지 걷는 방식으로 매일 2시간씩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밥맛’ 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제대로 된 식단을 위해서, 제대로 된 간을 하여 음식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였다. 들어오는 후임들에게도 다른 것은 몰라도 ‘맛’ 만큼은 엄격하게 알려줬고, ‘맛’을 내기 위하여 정성을 다하였다.

 하나 둘씩 목표를 위해 노력하다보니, 간부님들과 선임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었고, 보다 평온해졌다. 처음 가졌던 불안감, 의심은 사라졌고 자신감과 인정받았다는 느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있으면서 얼굴을 익히고, 말이 트이고, 서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가 사회에서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조직의 일원으로서 단결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러한 기회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또한 내가 의지할 수는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군대는 기피의 대상이 아니었고, 내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기회의 장이었고, 인연의 장이었다. 또한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공간이자 시간이기도 하다. 아직 군 생활이 많이 남았지만, 나 자신을 조금 더 많이 가꾸고 바꿀 수 있도록 지금 여기에 매진하고, 전역하게 되면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konas)

미사일사령부 1400포병대대 일병 손영호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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