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8월 15일 해방 이후부터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휴전 때까지 5년여 기간 동안에, 국군과 경찰, 미군 등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되었다고 주장하는 민간인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목적으로 소위 <6.25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라는 악법(惡法)이 입안되어 현재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어 있다.

이 법안은 32개의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와 28개의 시민 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열우당 김원웅 의원 등이 주도해 입안된 것인데 지난 16대 국회 회기 말인 3월 2일 본회의에 상정되었다가 재향군인회의 원로들과 전몰군경유족회, 시민단체 등의 대표들이 각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직접 면담하고 이 법안의 악법성, 부당성을 주지, 설득시킨 결과, 재적의원 175명 중 찬성 72, 반대 96, 기권 7명으로 부결, 기각되었던 법률안이다.

이 법안 제정을 주장하는 32개의 유족회와 이름도 생소한 28개의 시민단체는 6.25전후 전국 52개 지역에서 100만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되었고, 그 유족이 500만명이라고 주장하면서 2002년 자체 발간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총서'에서 학살 책임을 국군과 경찰, 미군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정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이들이 만든 책자「다죽여라! 쓸어버려라!」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도」등은 강정구(동국대교수), 이영일(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 강창일(열우당국회의원) 등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필자로 참여했으며, 집필내용도  ▲민간학살 의미와 특성, ▲온 국토가 무덤, ▲대다수 국민이 잠재적인 적 등으로 제목만 보아도 섬뜩한 글들이다. 이 책에서 필자들은 한반도 분단책임과 6. 25 원흉은 미국이며, 대한민국은 미군정이 세운 친일세력의 정부로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8.15해방이후 북한이  남한을 적화하기 위해 저지른 제주4.3사건, 여수.순천사건, 대구폭동사건 등을 통일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해방 이후 6.25전쟁 휴전까지의 기간 중 국군·경찰·미군 등 연합군과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여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희생자 및 그 유족들에게 생활지원금·의료지원금을 지급하며 위령탑과 위령묘역 등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 퇴각하는 인민군에 의해 학살된 수천의 남한 양민들의 '일부', 대전, 1950년 9월/konas

이 법안이 16대 국회에 상정되었던 법안과 다른 점은 크게 두가지인데 첫째, 희생된 민간인 대상을 '해방 이후부터 휴전까지 국군과 경찰, 그 밖의 공무원, 6.25전쟁에 참가한 국제연합군 등에 의한 민간인'으로 제한하므로서 최초 법안에 포함되었던 '인민군, 중공군, 북한정권의 동조조직'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를 제외시킨 것이고,

둘째, 위원회와 사무처의 조사 권한 및 조사관의 신분 보장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조사관의 동행명령 거부시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안 발의 배경에는 이들이 앞에 내세운 명분과는 달리 다분히 친북좌익활동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에 법제정에 반대한다.

즉 해방정국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우이념이 격돌하던 시기에 공산주의를 지지하고 좌익활동에 적극 가담했거나 북한에 의한 남한사회의 공산화에 가담했다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자들에게까지 정부 차원에서 보상과 명예회복을 해주자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헌법 하에서 이치적으로 합당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 법안은 '빨치산을 민주인사'로 규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며 따라서 이 법이 결단코 제정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아래에 밝힌다.

첫째, 6.25전쟁을 먼저 일으킨 북한측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도 아측에 의한 피해사건만을 전반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선제 기습공격으로 피해를 당한 쪽은 남한이고 가해자인 북한군, 중공군 그리고 그 추종세력에 의해 희생당한 민간인 숫자도 유족들이 주장하는 그것보다 훨씬 많은데도 북측이 저지른 만행은 모른체 하면서 아측에 의한 피해사례만을 조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둘째, 이 법의 제정은 국가 공권력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좌익 공산분자들은 대부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시킨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참전용사들의 호국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군과 경찰 등의 전시작전 수행을 정당화 시키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있으며 국가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여 향후 국가 안보정책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셋째는 이 법이 제정, 시행되면 사회적인 혼란이 조성되고 국민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이 법이 시행되면 전국 도처에 민간인 학살을 회상시키는 '위령공간' 및 '민간인 희생사료관'을 건립하게 되는데 이는 북한의 전쟁도발 명분을 정당화시킬 위험성과 함께 통일전선의 선전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또 전국적에서 대대적으로 민간인 희생자를 규명한다는 것은 해묵은 좌.우익 갈등을 불러와 온 사회가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고, 정확한 근거나 자료도 없이 감정적 보복차원의 신고 폭주로 인해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후손들 간에 극심한 반목과 불화, 갈등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넷째,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특수상황 하에서 일어난 사건을 오늘날의 정상적인 상황의 잣대로 판단하게되면 당시 행위의 불가피성, 당위성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됨으로서 국론이 양분된다는 점이다. 이는 소모적 국력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다섯째는 이 법의 집행에 따른 행적적,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법 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100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구제 활동을 추진하게 되면 엄청난 국가 행정력과 예산이 소요된다. 그들의 주장대로 민간인 희생자 100만명에게 1인당 1억원씩 보상을 하게 된다면 100조원의 국가예산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제주 남로당(南勞黨)원들이 일으킨 소위 <제주 4·3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992억원을 들여 ‘4·3사건 기념공원’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6.25전후 민간인 희생자 법>이 통과된다면 이보다 몇 배나 되는 국가 예산과 ‘기념공원들’이 전국 각지에 세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섯째 이유는 한미동맹관계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미군 등 연합군에 의해 희생 당했다"라고 주장하면 부득이 미국을 상대로 조사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과 한미동맹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법안은 결국 의도적이든 아니든 대한민국 태동자체를 정통성이 없다고 부정는 결과로 이어질 것인 바, 그렇다면 그간 이 나라를 건국하고 호국하며 발전시켜온 애국인사들은 무엇이 된다는 말인가. 따라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신명을 바친 국군과 경찰을  통일의 방해꾼으로, 민간인 학살자로 규정하고 나아가 군경과 민간인을 이간, 적대화 시킬 위험성이 내포된 <6.25전후 민간인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은 절대 입법되어서는 안될 악법 중의 악법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동족상잔을 겪었던 (중국 국공내전, 프랑스혁명, 러시아 혁명 등) 각국 어떤 나라도 전쟁전후의 민간인 희생에 대한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주장한 나라는 없다.

특히 우리는 아직도 조국이 분단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정확한 진상규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이며, 자칫 정략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통일 이후에나 검토해야 할 과제로서 후세 사가(史家)들에게 맡겨 두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konas)

박동형(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