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독립운동가 발굴,  후손들 처우개선에는 전혀 무관심...


최근 열린우리당의 김희선 의원의 대표 발의와 국회의원 171 명의 동의 아래 통과된 친일파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의 개정안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은 현재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김희선 의원 등의 가족사 문제로 인하여 나라 전체를 들끓게 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며 친일청산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들을 가지고 모든 사회가 혼란에 가까울 정도로 소란스럽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정치권 또한 이에 대해 거의 아무런 이야기도 없는 부분은 분명 이상하다. 이 때문에 이 법안 자체의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법 조문 전체를 이 곳에 이야기하기는 어려워 몇몇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법안을 제대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조항이 그 법률의 적용 대상의 정의가 대단히 모호하고 관련 위원회의 권한이 상당히 자의적으로 강제적인 구인(拘引) 권한을 발휘할 정도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조항들 중 대표적인 부분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현재 법안은 친일 행위에 대해 22 개 조항에 걸쳐 정의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의 내용에는 "친일 행위가 현저한 자"라든지 "일제 기관에 재직한 자", 또는 "적극 협력한 자" 등의 조항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들을 구별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친일 행위의 판단을 해당 위원회의 자의적인 판단에만 의존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은 실질적으로 운영이 될 때 관련 위원회의 정서적 판단에 따라 어떤 이는 친일 활동을 한 집안이라도 친일이 아닐 수 있고, 어떤 이는 어쩔 수 없는 친일 활동이라도 매국 활동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것임에도 이에 대해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것이 이 법안의 현실이다. 즉, 일부의 우려와 의혹 제기처럼 정치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위와 같은 친일 행위를 심의하는 심의 기관의 위원으로 "친일 행위의 진상 규명에 관한 전문가"를 위촉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의 경우에도 그 전문가의 범위에 대한 정의가 없으며, 이 또한 사상적으로 편향된 자를 위촉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된다. 이 위원들의 경우에는 어떠한 제한이나 제지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독립성 부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위원들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도 그 부분이 없어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심지어는 친일 행위를 구별하는 데 위원 3 분의 2 가 찬성하면 친일이 되는 부분도 있다)

그 다음, 위원회에서 친일 행위에 대한 조사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판단하면 대상자는 반드시 조사를 받아야 하며, 동행 명령에도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만약 이에 불응할 경우에는 3 년 이하의 징역이나 3 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으며, 이러한 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위원회 위원 및 사무직원 들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거의 말만 동행 명령일 뿐 강제 구인에 다름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이 위원회의 직원 및 위원들의 경우에는 친일 행위 조사 중의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 또한 있어 이들에게 일반적인 국정조사를 하는 사람들 이상의 막강한 권한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위원회는 진상 규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을 통해 밝혀진 집안을 언론 등을 통해 공개를 할 것이라고 한다.

상임위원 년봉이 1억원, 사무국 직원만 130명...


또한, 이 위원회의 예산 부분 또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위원회 관련 재단 설립에 100 억원, 사료관 설립에 100 억원, 위원회 설치-운영에 340 억원의 예산을 신청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의 설치 운영 부분에서는 기관 설치비로 20억원, 기관 운영비 (임대료, 운영비 등)으로 25억원(5억원씩 5년), 위원회 인건비로 268억원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데 특히 인건비 내역은 다음과 같다.

상임위원 3인(정무직) : 15억원(약 3억원*5년)   비 상임위원 6인 : 18억원(약 3억6천만원*5년) 사무국 약 130인 : 235억원(약 47억*5년) 사무처장 1급*1, 국장급 3급*3, 과장급 5급*8, 과장이하 조사관 6～8급 110여명)

즉, 이 부분에서 인건비 및 운영비 예산을 과대 계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상임 위원의 인건비가 일인 당 연간 1 억원, 비상임 위원들에게도 일인 당  연간 6 천 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하는데, 최근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인건비 내역이 언론에 공개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지 또한 의문이다.

이렇게 법안 자체만 봐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지금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안을 제대로 확인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지하는 세력이 반대하니까, 혹은 열우당이 추진하니까 반대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이와 같은 법안에 대해서 명확하게 따질 것은 따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 법안의 원칙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제 강점기를 잊을 수 없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현재 우려하는 것은 친일청산이 아니라, 이 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치적인 압력 수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수 십 년이 지나 불명확한 기억에만 의존하고, 그러한 것을 단지 위원회 사람들의 다수결이나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하여 불의의 희생자가 생겨날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이러한 부분을 속 시원히 해명하지 않는 정치권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청산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입장에서 분명 필요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거나, 편향된 정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에 사용된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까? 또한, 과거사 청산보다 더욱 중요한, 숨어있는 독립 운동가 발굴, 독립 운동가에 대한 처우 개선 부분은 여기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도 독립 유공자의 자손 중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 사실 친일 청산과 독립 운동가의 처우 개선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동일한 역사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이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  열린우리당 신기남의장이  19일 오전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 도중 선친의 행적에 대해 사죄하면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

지금 이 법안을 제안한 사람들, 이 법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민족정기와 우리의 미래를 향해 이 법안을 제안한 것인가, 아니면, 이 법안의 초안을 작성한, 우리는 친일청산을 못했고, 북한은 친일청산을 했기에-이것 또한 거짓말이지만-북한이 더 민족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민족문제연구소와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김희선 의원이나 신기남 의장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솔직히 관심도 없다. 하지만, 정말 친일진상규명이라는 말 대로 우리들 스스로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손들까지 끄집어내어 비민주적인 연좌제식으로 숙청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가족사와 족보까지도 국민들에게 거짓말로 꾸며내면서까지 이러한 법률을 통해 그들이 자의적으로 정의한 친일파의 자손들-그것도 주로 특정 정당과 언론을 지칭하면서-이라는 사람들을 밝혀내어 사회에서 매장해야 하는 것인가? 다른 나라들은 과거조차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만 퇴행하는 이런 모습, 대체 뭔가? 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KONAS)

전 경 웅(군사평론가,코나스 고정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