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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천존고(天尊庫)로 생각해보는 통일 문화 재연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9-21 오전 9: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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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을 검색하다 짤막하지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지역 신문 기사가 눈에 띄어 관심을 갖고 관련 뉴스를 확인하자 신라 천년고도 경주에서 이뤄진 특기할 만한 얘기들이 꼬리를 물었다. 문화(재)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바로 1350여 년 전 이 땅에서 최초로 통일의 초석과 대업을 다진 신라 무열왕과 문무대왕, 그리고 그 뒤를 계승한 신문왕과 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발을 휘날리며 선두에서 병사들을 지휘해 통일의 길잡이 역할을 다하신 김유신 장군의 설화가 담긴 만파식적(萬波息笛)과 관련된 얘기, 기사였다.

 지난 5월 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 유물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관, 관리하기 위해 건립한 출토유물열람센터를 ‘천존고(天尊庫)’라고 명명하고, 준공식과 함께 이곳으로의 관광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천존고’는 한마디로 신라의 보물창고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하늘이 내린 보물을 보관하는 장소라는 뜻으로 신라 궁궐인 월성(月城)에 있었다고 한다. 이 천존고가 실재했는지, 설화에만 등장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그동안 발굴한 신라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짓고,「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만파식적과 가야금을 보관하던 천존고의 이름을 부활시켜 출토유물열람센터를 ‘천존고(天尊庫)’라 명명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서 잊고 있던 시절이 바로 오버랩 되었다. 초등학교가 파하면 의례히 도서실로 향했다. 돌아보면 보관된 서적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섬마을 촌 학교였지만 그래도 어린 학생의 눈에는 닮고 싶은 세계 각국 유명한 위인전에서 이솝 우화나 안데르센의 이야기, 지금도 회자되는 숱한 동화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는 마음의 양식은 다 갖추어진 도서관이기도 했다. 거기서 처음으로 만파식적을 접했다. 그러면서 통일의 꿈도 열망도 꾸었다.

 신라 신문왕(문무대왕 아들)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해 감은사를 지어 추모했더니, 해룡과 천신이 된 문무왕과 김유신이 동해의 한 섬에 낮에는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합하여 하나가 되는 신기한 대나무를 보내 줬는데, 소문을 듣고 가보니 용이 예언을 했고, 이에 왕이 곧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 · 근심이 해결되었다.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병이 나았으며, 가물면 비가 오고 장마가 지면 날이 개었으며, 바람이 잠잠해지고 파도가 잔잔해졌다. 한마디로 만파식적은 요술피리였다.

 이 요술피리 하나만 있으면 갈라진 민심도 하나가 되었다. 분열된 민족이 하나로 화합되었다. 가난한 백성에게는 풍성한 먹거리가 생기고, 국가에 폐를 끼치고 해악을 일삼는 도적떼들도 피리소리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국가가 원하고 국민이 바라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순탄하게 해결되고 처리케 해준 것이 바로 만파식적이었던 것이다.

 꿈을 키우던 어린 학생에게도 이런 요술피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이 피리만 있었다면 국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 가? 감히 6.25전쟁을 일으켜 민족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북한 김일성 공산집단이며, 시시때때로 침범해 분탕질 쳤던 야만 일본 놈들이 있었을 수 있을까 하는 순수한 마음이기도 했다.

 전래의 설화가 됐건 실재한 천하의 보물이었건 믿거나 말거나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만파식적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천존고가 실재적 보물창고로 우뚝 선 가운데 의견도 나뉜다.  “만파식적 설화는 당시 신라인의 가치관 속에 내재돼 있던 삼국통일의 의지와 자신감을 담은 호국적 성격을 반영한 것(동국대 황수영 박사)”이라거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계층의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동국대 김상현 교수)”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이나 나아가 바라는 바는 각자의 몫이기도 하다. 몇 해 전 중국 연변을 거쳐 백두산 정상에 올라 눈앞에 장엄하게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천지의 신비와 백두의 원시림을 바라보면서 가슴 아픈 현실을 떠올리기도 했다. 언제 우리는 중국의 서파나 북파를 통한 백두 등정이 아닌 서울서 평양을 거쳐 삼지연을 통한 동파 등정이 가능할까 한 기대와 바람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을 품는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거쳐 백두산에 올랐다. 생존한 5만6천명 이산가족의 상시만남이 현실로 진행형이 되고 있듯이 통일을 향한 꿈, 그 날도 멀지 않았음을 상상케 하는 오늘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다.(konas)

이현오(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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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9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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