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안식하는 곳으로 하나의 고정된 국가적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기억을 재현하는 구체적인 표지이며 문화 공동체로서 그 기억을 강화시키고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해마다 현충일은 물론 새해 시무식을 앞두거나 중대한 정치적 고비에 직면했을 때 혹은 공직에 임명되어 새로운 출발을 하기 앞서 국립묘지 참배행사를 갖는다. 이처럼 국가별, 개인별로 중대한 뜻을 다짐하고 표명해야 할 때 찾아가는 국립묘지와 충혼에 대한 단상으로, 6월 6일 현충일을 앞두고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순국열사와 전몰장병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공식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했다. 이곳은 6·25전쟁 참전용사를 비롯해 미군 전사자와 그 가족 약 40만명이 안장돼 있어 '미국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미국 대통령 취임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누워있는 마틴 트렙토우라는 1차 세계대전 전사자를 거명하며 위기극복 의지를 드러냈고, 오바마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도 이 묘지를 언급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우리가 보통 민족주의를 이해할 때 한 핏줄을 이어받은 혈연공동체를 생각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동일한 인종으로 구성되지 않은 국가로서 혈연이 아닌 공통의 강력한 상징을 통해 국가통합을 유지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징의 기능과 관련해 ‘무명용사의 기념비나 묘지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없다’는 해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알링턴 묘지 내 ‘무명용사의 묘’가 바로 이 기능을 하는 곳이다. 

 무명용사에 대한 예우를 거론할 때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역사적인 모범사례로 등장한다. 이 사원은 영국왕의 대관식, 결혼식, 장례식 등 주요행사가 열리는 곳이면서 역대 영국의 왕들이 영면하고 있는 곳이다. 이 사원 바닥에 있는 무명용사 묘비에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모후가 1923년 자신의 결혼식 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오빠를 추도하며 부케를 놓은 이후 로열 웨딩에서 신부의 부케를 무명용사의 묘비 위에 올리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고 한다. 무명용사들의 헌신을 기리고 추모하는 정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프랑스는 파리의 개선문 바닥에 무명용사의 묘를 설치하고 그들을 추모하기 위한 ‘영원의 불꽃’이 타오르게 했다. 1년 내내 꺼지지 않는 이 불 주변은 꽃으로 단장돼 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른 프랑스 국민이 무명용사들에게 바치는 존중의 표시라고 한다. 국립묘지 또는 무명용사의 묘역을 중시하는 이유는 그들이 조국의 명예를 상징하고 하나된 조국을 위해 어떻게 봉사하고 희생해야 하는가를 소리없는 울림으로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국립묘지로 서울현충원을 들 수 있다. 올해 정부에서는 ‘고귀한 희생, 가슴깊이 새깁니다’라는 주제로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애국심 고취와 국민결집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제66회 현충일 중앙추념식’이 바로 이 곳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개최된다. 지속되는 코로나19 추세로 추념식 참석인원은 제한되지만 국립대전현충원 등 전국 185개 지역에서도 중앙행사에 준하여 동시에 거행되며, 아울러 전 국민이 6월 6일 10시에 추모 묵념에 동참할 수 있도록 ‘6610 함께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사진’, ‘해시태그(#)이벤트’ 등 「6610 온라인 묵념 캠페인」도 전개한다. 현충일 오전 10시에 묵념 사이렌이 울리면 경건한 마음으로 1분간 추모의 묵념을 올리자. 우리나라는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의 공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이고 전 국민이 참여해야 하는 공동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현충일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국립묘지나 주변에 있는 현충시설을 찾아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그분들이 전하는 엄숙한 메시지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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