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사건'으로 촉발된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18일 오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구국운동 선언'과 1만여 명 원로들의 '제2시국선언' 이어 시민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국가 정체성 사수 운동'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것.

▲18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반역정권심판 국민저항선언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konas.net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반역정권 심판 국민저항선언대회'를 열고 '국민저항운동'을 선포했다. 이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구국운동 선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향후 정당과 시민단체간의 연합투쟁 운동으로 발전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대회는 최근 '강정구 사건'과 '간첩경력자 방북 허용' 등 일련의 사건으로 쌓인 국민적 분노가 여기저기서 표출됐다. 대회장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는 '대한민국 파괴하는 간첩정권 물러가라', '적화통일부장관 정동영·천정배 물러가라', '김정일 하수인들 청와대 믿고 날뛴다. 우리는 헌법과 국군을 믿고 싸우자'는 문구가 적혔고, "간첩전력자 북한 방문 허용한 정동영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 "김정일 대변하는 좌파정권 물러가라", "강정구 비호하는 천정배 장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가 수시로 튀어나왔다.

 시민들은 무대 한켠에 나열된 강정구 교수, 천정배·정동영 장관 등의 패러디 사진에 침을 뱉고 발로 짓밟고 난도질을 하는 등 극에 달한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주최측에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천정배 법무부 장관,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을유5적´으로 규정짓고 참석자들과 함께 이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서정갑 본부장은 '반역저지 국민저항 선언문'을 통해 "노무현 정권은 대한민국에 원한을 품은 강정구 같은 김정일 세력의 선동꾼에게 체제파괴를 겨냥한 선동의 자유를 허용했다"며 "이로써 노무현 정권은 민족사의 이단세력이자 헌법상의 반역세력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한 시민이 강정구 교수의 얼굴 사진을 발로 밟고 있다.ⓒkonas.net

 선언문은 또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장관들은 일관되게 남에겐 이롭고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겐 불리한 정책을 펴오면서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행사해왔다. 이는 현 정권이 김정일 정권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면서 국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해치려고 작심하지 않았나 하는 세간의 의심을 정당화한다"며 "우리는 헌법과 자유와 조국과 직장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헌법이 우리에게 명령하는 국민저항운동의 발동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저항운동의 '행동지침'을 통해 ▲공무원이라도 이 정권의 불법명령을 집행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은 4.19대 시위대에 발포한 경찰이 처단됐던 것처럼 응징 당할 것 ▲납세자들은 국민의 동의 없이 부과하는 세금이 적을 돕고 국민을 위태롭게 하는 데 쓰일 경우 납세를 거부해야 한다. ▲시청자들은 대한민국에 반대하고 김정일에 굴종하면서 온갖 허위 정보를 쏟아 붓고 있는 KBS의 시청료 납부를 거부해야 한다. ▲국정원, 기무사, 검찰, 경찰은 모든 수사역량을 동원하여 이 정권 안으로 침투한 북한 공작원과 간첩들이 없는지를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이규택 의원은 "작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김정일은 매일 밤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간첩을 보내지 않고서도 남한의 정부요인과 친북세력들에 의해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목적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konas.net

 이 의원은 "애국시민들이 피.땀.눈물로 목숨 바쳐온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며 최근 자신의 지역구의 한 인사가 북한의 '아리랑' 공연을 다녀온 후기를 전했다. '아리랑' 공연을 보고 난 후 남한 사람들이 '팽 돌아' 김일성 찬양을 시작했다는 것. 그는 "아리랑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선전하는 김정일 집단의 쇼인데,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2만명의 학생이 하루에 한끼밖에 못 먹고 똥오줌도 못 싼 채 기저귀를 착용하면서 연습하는 등 인간 이하의 개돼지 취급을 받는 반인권적인 공연이 '아리랑'"이라며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런 인권만행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면서 강정구에게 만큼은 인권을 운운하고 있다. 과연 어느나라 정권인가"라고 따졌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나는 작년 국가보안법폐지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단 낚시대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구속수감 됐다. 이렇게 엄정한 대한민국 정권이 강정구 앞에만 서면 똥마려운 강아지가 된다"며 "이것은 이 정권이 친북·좌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난했다.

 김병관 강정구추방시민연대 대표는 "일개 대한민국 교수가 해괴망칙한 발언을 해서 대한민국을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며 "오늘 이 국가.사회의 분열현상과 UN군 폄하,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은 북한이 원하는 연방제의 단초가 되고 있다"고 국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H.I.D청년동지회 회원들이 이해찬 총리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있다.ⓒkonas.net

 지난 광복절 이해찬 국무총리가 태극기와 국호사용을 금지한데 대한 항의로 최근 고공 단식시위를 벌였던 오복섭 H.I.D 청년동지회 회장은 "12일 동안 올림픽 대교 위에서 단식투쟁을 하면서 비바람과 싸웠는데, 우리가 고통스러웠던 것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이 사안의 중대성을 국민이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오 회장은 "고공시위를 하면서 우리는 한강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내던지려고 했지만, '개죽음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위의 만류로 생각을 고쳐먹고 '한 놈 이상씩 끌어안고 죽자'고 마음먹었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오 회장은 "지난 광복절 사태는 지나간 일의 문제가 아니라 다가오는 광복절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당시 우리 국민들은 이렇다 할 지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더 오랜 기간동안 태극기와 국호가 사라지고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태극기 사수 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konas)

 윤경원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