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운동은 현재 '뉴라이트 재단'과 '뉴라이트전국연합'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서는 '뉴라이트 재단'에 관하여 논하기로 한다.

  친북·좌파 세력의 득세로, 대한민국이 이념적 정체성과 국가적 정통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던 시점에, 과거 좌파로부터 전향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뉴라이트(New Right)운동을 출범시킴에 따라, 국민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또한 과거 386 주사파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이 현재의 좌파 집권세력을 비판하고 나왔다는 점에서 일말(一抹)의 신선한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당내 일부 소장파 중심으로 중도 내지 중도 좌경화 경향을 보이면서 보수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도래하자, 국민들은 뉴라이트 운동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걸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뉴라이트 재단 측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노선에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과 정통성의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하면서, 점차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뉴라이트’ 운동이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보수·우익을 대변하느냐 하는 문제는 냉철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뉴라이트 운동이 표방하는 이념적 지표와 그들의 실제 운동 내용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유주의 연대는 발족 이후 몇 단계 확대·개편을 위한 시도 끝에 최근 ‘뉴라이트 재단’을 창립하였다. 뉴라이트 재단은 그 구성원 다수가 과거 ‘좌파’ 또는 ‘386 주사파’였으나, 북한 김정일 체제에 대한 보다 객관적 인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하여 김정일 정권의 인권 유린에 분노하고, 북한 정권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지지한다.

 또한 ‘자유주의’라는 큰 사상적 카테고리 속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 정권의 좌파적 경제 처방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작은 정부’나 세금 감축, 민간기업의 자율성 확대 등의 경제정책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뉴라이트 재단은 북한의 체제 성격과 공산주의에 관한 입장에 있어, ‘공산주의까지 허용되는 광범한 자유주의 사회’를 추구한다고 밝히고, ‘反共은 더 이상 우리의 중심 테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최근 정통 보수 측과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통 보수는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곧 좌파)와 투쟁하는 마당에 어떻게 공산주의를 허용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김정일 정권이 살아있는 한, 반공 테제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반공의 유효성 여부는 매우 중요한 논쟁점이다. 왜냐하면, 이 논쟁은 북한의 체제적 성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대한민국의 대북·통일 정책 및 전반적 대외정책의 출발점이다. 예컨대, 現 친북·좌파 정권은 북한 정권을 ‘친구’요 ‘파트너’로 인식·규정함으로써, 북한의 ‘민족공조’ 논리를 수용하고 한·미 동맹을 훼손하여 오늘날 대북정책에 있어서의 일대 재앙을 초래하였다.

 그러므로 북한 체제의 근본적 성격이 ‘공산주의’냐 아니면 ‘공산주의가 아닌 여타의 독재체제’로 규정되느냐는 결코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우리의 실제적 대북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다.

 뉴라이트 재단은 북한이 ‘실패한 사회주의·공산주의’로서 더 이상 ‘공산체제’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북한 인식이라 볼 수 없다. 오히려 북한 정권은 기본적으로 공산체제이며, 여기에 동양적 가부장적(家父長的) 전제성(專制性)이 가미된 특유의 ‘군사 병영체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정통 보수주의가 북한 정권을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주체사상에 나타난 유물주의, 인민 대중 개념에 나타난 ‘프롤레타리아’ 독재, 적화 전략의 기본 토대인 ‘무력 혁명론’ 등에서 유래한다. 단 ‘수령론’에 입각한 유일체제는 북한 체제를 ‘변형된’ 공산체제로 보게 하는 요소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과 무력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반공은 아직도 유효한 가치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북한과의 이념, 군사, 선전전등 모든 대결에서 ‘공산주의 요소’를 제거한다면, 北 정권의 핵심 위험요소를 제외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니, ‘반공이 더 이상 아니다’라는 뉴라이트 재단의 주장은 극도로 위험한 것이며, 이념적으로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음, 국가보안법에 관한 자유주의 연대 측의 견해에 관한 것이다. 자유주의 연대는 국가보안법 제7조 고무·찬양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조항이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곧 ‘공산주의를 포함하는 사상의 자유’까지 보장되기 위해 이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엄하게 분석해 본다면, 자유주의 연대의 ‘사상의 자유를 위한 고무·찬양죄 폐지’ 주장은 말썽 많은 강정구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주장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물론 그 목적에 있어서는 양자가 의견을 달리할 것으로 믿는다.

 강정구의 주장은 한마디로 ‘6·25가 통일을 위한 정당한 전쟁이었고 미국과 맥아더 장군은 이 통일 전쟁을 방해한 원수’라는 것인데, 그는 그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러한 주장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매우 위험천만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리 자유가 좋은 것이라 해도, 우리의 삶의 터전인 ‘자유민주체제’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자유마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과 무력 대치하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 제7조는 북한 정권의 대남 전략에 대응하고 북한과의 이념 및 사상전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불가결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며, 따라서 마땅히 존치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뉴라이트 재단 측이 종래의 잘못된 견해를 철회하고 국가보안법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보수 진영에 합류할 것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다만 뉴라이트와 정통 보수는 현재 다 같이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에 대해 투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한 토론과 컴뮤니케이션을 통해 잘못된 것을 고치고 올바른 의견을 중심으로 상호 이해와 협력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ttp://www.khhong.com/)

 홍관희(안보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