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 년 간 한국안보의 축이었고 한국발전의 축이었던 한미동맹 관계가 급속하게 와해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사활적으로 중요한 안전장치인데 그 가치를 모르는 자들에 의해 한미동맹의 제반 장치들이 하나씩 하나씩 허물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와 발전을 위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전쟁 이후 오늘까지 전쟁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사실, 한국은 국가안보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국방비를 쓰고 있으면서도 국가안보를 유지했다는 사실, 그래서 남은 여력과 돈을 경제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입,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 등이 한미동맹이 기여한 공로다.

한미동맹이 미래에도 한국 국가안보에 사활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잘 유지될 경우 한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웃에 있는 세계 강대국들로부터 우리 나라에 드리워질 안보 위협에 대해 일일이 걱정하고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한미동맹이 잘 유지된다면 한반도는 머지않아 자유민주주의국가로 통일을 이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맹이란 적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공통의 적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을 약속한 관계다. 한미 양국은 1953년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체결했다. 한미동맹은 한미방위조약이라는 법적, 형식적 측면과 주한미군이라는 실질적 측면 등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한미동맹의 형식적 측면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체약국 누구에 대한 침략일지라도 동맹을 맺은 모든 나라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하고,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규정한 나토(NATO)형 방위 조약은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2조는 적의 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국은 단독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와 상호 협조에 의하여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 강화시킬 것’ 이라는 애매모호한 언급을 하고 있을 뿐이다.

외부의 침략이 있을 경우 한미 양국은 즉각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헌법적 절차에 따라 개입을 할 것이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한국과 같이 협소한 전역(戰域)에서 주한미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면‘한미방위조약’그 자체는 허접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그동안 서울 이북 지역에 주둔했다는 사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미 연합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 사령관인 미군 사령관에게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 한반도에서 전쟁발발을‘억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작전통제권이 미군 사령관에게 있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인 것인가를 알려주는 지표다.

유명한 국제정치학자 홀스티(K. J Holsti) 교수는 동맹을 분류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군사동맹국간의 군사 통합 및 협력의 정도’를 평가한다. 그의 기준에 의하면 한미동맹이야말로 세계적으로 결속도가 높은, 그럼으로써 대북 억지력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안보동맹이었다.

국가안보 보다는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우파들과 작전통제권의 환수는 결국 미군의 철수를 앞당길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는 친북 좌파들은 이미 오랫동안 작전통제권문제를 가지고 한국인들의 감정적 민족주의를 자극해 왔다.

작전통제권을 우리가 가져오면 미군은 철수할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라. 도와주러 간 나라의 군대가 도움을 받는 나라의 지휘를 받는 경우도 있는지를.

3년 전 주한미군의 결정적인 중요성을 강조하며 작전통제권 ‘환수’라는 말 자체가 옳지 않음을 지적했던 한국 국방부가 이제는 우리의 능력이 대단해져서 작전권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2012년까지 작전권을 환수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2009년까지 작전권을 되돌려 주겠다고 응수하자 한국 국방부는 2009년은 곤란하다고 말한 모양이다. 그러는 가운데 닉슨행정부 당시 주한미군의 철군을 정확히 예측했던 할로란 기자가 주한미군은 2008년 전면 철수할 것이라는 기사를 썼다.

현 국방부는 역대 국방장관 수 십 명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작전통제권 환수협상을 고집하고 있다. 현 국방부 스스로 다음 정권 2년차(2009년) 일 때는 미국이 돌려준다 해도 환수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작전통제권을,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넉넉히 환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현 국방부는 이미 2020년 무렵 한반도의 국방 청사진도 만들어 둔 바 있다. 우리 나라 주변의 안보 상황과 우리 나라의 국내정치가 이렇게 오랜 기간을 상정한 계획을 세워도 될 수 있을 만큼 안정되어 있다면 할 말이 없겠다. (Konas)(출처 : http://www.freedomkorea.org)

이춘근 (政博·자유기업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