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북한 인권법 제정을 주도한 샘 브라운백(사진) 미 연방 상원 의원이 북한 인권문제와 핵문제 등을 함께 논의하는 소위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주장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운백 의원은 최근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가 주최한 국제 토론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핵 뿐만 아니라 인권문제 등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최우선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뒤, “이를 위해 ‘헬싱키 프로세스’를 동북아에도 적용할 것”을 강조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7일 보도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란 지난 70년대 동서냉전 시대에 합의됐던 헬싱키 선언에서 따온 것으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하는 지역 내 대화 틀을 만들어 나가자는 접근법을 뜻한다.

 실제로 1975년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옛 소련 및 동유럽 국가들과 안보회의를 개최, 안보와 인권 조항이 모두 포함된 헬싱키협약을 만들어냈다. 이 인권 조항을 근거로 지속적인 노력을 한 끝에 서방 국가들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공산체제 붕괴와 동유럽 해방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브라운백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헬싱키 프로세스’는 오랜 기간을 두고 일어나는 과정”이라면서, “동북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논의과정에서 북한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국경을 개방하며,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권문제를 한 단계 더 높여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브라운백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선 국제사회는 김정일 정권이 자국민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헬싱키 프로세스’는 이점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김정일 정권이 실패했다는 구체적인 실례로 브라운백 의원은 △북한인구의 10%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게 한 점 △수천 명의 사람들을 정치수용소에 가둔 점 △북한여성들이 중국 땅에서 성노예로 팔려 고통 받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이 여성들이 중국인과 결혼해 낳은 아이들이 무국적자(stateless people)로 떠돌고 있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에 대한 중국정부의 선처를 촉구했다.

 한편, 제1기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사진)는 “한국 측과 북핵 6자회담을 처음 협의할 때 가졌던 개념은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인권을 포함해 관계정상화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다자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린 교수는 “북한은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어 북한 인권문제를 양자 차원에서 다루기 어렵다”면서 “외교적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북한인권을 다뤄나가기 위해선 한국이 먼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할 준비를 한 뒤 미일과 먼저 협의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러시아와도 논의하는 식으로 다자차원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 교수는 이어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적용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붕괴에 대비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김필재 코나스 객원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