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
국가는 분야별로 예상되는 모든 돌발 상황이나 우발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들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을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국력을 평가하는데 위기관리능력은 매우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관리하고 해소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성쇠 등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사건과 그 이후 대응과정을 보면서 솔직히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1200톤급 군함이 침몰했다. 어선도 침몰을 자동 감지한다는데 해군은 그러 못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50여분 만에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군에서 긴급 상황을 지휘계통에 즉각 보고해야 하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일이다. 청와대보고도 공식라인보다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해군 선후배 사이에 휴대폰으로 먼저 이루어졌다고 한다.
침몰한 군함 함미에 장병들이 갇혀 있는데 함미의 이동을 밤새 지켜보지도 않았다니 상식적으로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초기대응이나 사태수습과정에 상황판단이 미숙했다. 위기관리능력의 실상을 북한에게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공격당한 뉴욕시의 위기대응과 비교하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경의 인명구조에 대하여 찬사를 보내지만 해군이나 국방부는 물론 청와대의 대응이 너무 미숙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위기관리 때문에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인명구조와 인양작업이 지연되었다. 대한민국의 국가능력에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으며, 그 한계가 본의 아니게 공개되었다. 군사보안 대책도 허술했다.
국가든 개인이든 복잡한 문제가 터지거나 위기에 처하면 원칙에 따라서 대응해야 한다. 원칙에 따라서 위기를 관리하고 해소해야 한다. 그 원칙은 위기관리 매뉴얼(manual)에 모두 담고 있어야 한다.
예상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단계별 행동지침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비행하는 민간항공기의 경우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단계별 비상조치법(QRH: Quick Reference Handbook)이 있어 조종사는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예상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명료한 긴급조치방법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군대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기관, 학교, 기업 등등에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국가는 분야별로 예상되는 모든 돌발 상황이나 우발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보고라인, 초등대응, 후속조치 등등 순서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계획(action plan)을 정리한 위기관리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평소 교육과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여 그 매뉴얼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군에서 불시에 비상출동 훈련을 자주 실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위기를 맞으면 당황하여 냉정하게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때문에 평소에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층에서 잠을 자다 1층에 불이 났을 때 2층 배란다로 피신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늘 다니던 1층 계단으로 달려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는 평소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천안함의 침몰과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만약 없었다면 더 큰 문제지만 있는 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다. 국가든 개인이든 언제 비상상황에 직면할지 아무도 모른다. 평소에 위기관리 매뉴얼을 준비하여 예기치 않은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 주었다. 제2의 천안함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군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군의 안보능력에 허점은 없는지, 평소 교육과 훈련은 제대로 시키고 있는지, 위기관리능력을 키우고 있는지 등등 모든 것을 점검하고 개혁해야 할 것이다. 두 번 다시 대한민국 군함이 침몰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konas)
홍득표(인하대 사범대 교수, 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