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에 생각해보는 가정적 효
가정은 인간의 생명을 창조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며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정서적 생활의 공간이다. 이곳은 부부와 부모, 형제와 자매, 자녀가 함께 서로의 행복을 저축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부자자효(父慈子孝)’와 부모와 자녀가 친함을 유지하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을 필요로 한다. 특히 가정과 가정이 모여서 사회가 되고, 가정과 사회가 모여서 국가가 된다는 점에서, 가정의 역할과 기능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대의 가정은 과거 전통사회의 가정과 비교할 때, 자녀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에 있어서는 크게 앞서지만,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일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인들이 변화된 때문인데, 그러나 가정의 약화는 사회와 국가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가정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병영의 리더십에서도 결손가정에서 성장한 장병들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함으로 인하여, 장병 개인의 문제보다도 부모나 가정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병영의 리더들이 장병들의 가정 문제까지 보듬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병영리더십과 효를 연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며, 특히 9월은 중추절이 들어 있는 달이다. 고향을 향하는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의 고통이 수반되지만, 부모형제 만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가 깃든 추석이 들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가 들어 있는 9월에 가정의 역할과 기능을 효와 연계하여 생각해 본다.
출산기능의 회복과 효
『맹자』에 “세 가지 불효중에 후사(後嗣)를 잇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불효이다(不孝有三 無後爲大)”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본디 종족보존을 지혜롭게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창안해 냈고, 이를 통해 가정을 이룬 부부는 생명을 창조하고 탄생시킨다. 그러나 최근 한국사회의 큰 고민은 가정의 출산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농어촌은 물론이고 도시에서도 아이울음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고, 지하철 등에서 산모나 유모를 보면 그리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다. 불효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으려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가치 지향적 삶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아이 낳기 편리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기초단체 마다 산부인과 의원 유치를 의무화하고, 산모가 육아와 직업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하며, 천정부지의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집값 상승 등을 억제해야 한다.
지금 추세로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큰 재앙으로 돌아 올 수 가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막아야 할 것인데, 그 방법의 하나로 군이 나서는 것이다. 과거에도 산아제한(産兒制限) 정책 추진에 군이 앞장섰듯이, 이제 출산장려를 위해서도 군대(軍隊)가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출산 당사자인 여성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되며, 우리 모두 젊은 세대(Young)와 노인세대(Old)가 조화(harmony)를 이루는 HYO(효)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고, 물질보다는 가치(價値)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가정의 교육기능 회복과 효
『효경』에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孝德之本也 敎之所由生也).”고 했다. 효는 모든 가르침의 기본이자 욕구를 생성시키는 근원이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나 대학진학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가정교육은 과거만 같지 못하다는 평가다. 옛말에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 것처럼, 가정은 최초의 학교요, 부모는 최초의 스승이다. 맹모의 ‘삼천지교(三遷之敎)’나 ‘단기지훈(斷機之訓)’은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말해 주고 있으며, 초등학교 과정도 이수하지 못한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링컨 등이 그처럼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정이 있었고 어머니의 역할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가정은 교육기능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처럼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이고,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며,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환경 때문이다. 때문에 가치 지향적 삶을 유도해야 하는데, 효는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식이 행하게 되는 가치(價値)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자식이 효성스런 자식이고, 교육도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부모를 섬길 줄 모르는 사람과는 벗하지 말라, 인생의 첫발을 잘못 들여놓은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것 중에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효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모유(母乳)수유, 밥상머리 교육, 인륜의 기본질서 교육 등 부모의 역할과 함께 기초교육이 이루어 져야 한다.
가정의 도덕기능 회복과 효
도덕(道德)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등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자 인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규정이다. 이러한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는 부모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과 일치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인데, 그래서 페스탈로치는 가정을 ‘도덕의 학교’로 표현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하는 적극성과 물질적 지원은 옛날의 부모들보다 앞서지만,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일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가족사랑이자 가정윤리, 보편적․이타적 가치인 효를 통해 가정의 도덕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의 뒷받침으로 가정의 도덕기능을 살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학교 교육은 전인(全人)교육이나 인성(人性)교육보다는 입시(入試)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군대가면 사람된다”는 말은 있어도 “학교가면 사람된다”는 말을 듣기 어려운데, 이는 다분히 도덕교육에 있어서 학교의 역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효는 부모님을 걱정끼쳐 드리지 않고 기쁘게 해드리는 가치 지향적 작용을 하게 되므로 자녀들에게 효심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에 충실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인데도 학교에서 효를 가르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제 효행장려지원법에 명시된 것처럼 학교에서 효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 교사를 선발할 때 효를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을 교사로 선발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기본이 결여된 사람이 스승의 위치에 서면 학생 역시 기본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기본을 살리는 것이 학교교육을 살리는 것이다. 사회교육에 있어서도 인터넷과 TV드라마 내용 등에서 교육적 가치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하고 혹자는 ‘문화의 전쟁시대’라고도 한다. 이 말은 가정의 역할 및 기능에 있어서 문화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문화의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21세기의 또 다른 표현은 지식(知識)·정보화(情報化) 시대라는 용어이다. 지식(知識)이란, 효에 있어서도 알고 있는 것(知)을 이 시대에 맞는 것인지를 식별(識)할 수 있어야 하고, 정보화(情報化)란 리더가 알고 있는 효의 내용(情)을 상대방에 알려서(報) 변화되도록(化)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8610호)’ 제1조(목적)에 ‘아름다운 전통문화유산인 효를 국가차원에서 장려함으로써 효행을 통하여 고령사회가 처하는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외에 세계문화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고, 제 5조(효행교육 장려)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영유아보육시설·사회복지시설·평생교육기관·군 등에서 효행교육을 실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국가적 현안을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또한 내일의 가정을 이끌어갈 동량(棟梁)들을 건강하게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노력의 하나가 국민교육의 도장인 군대에서 효를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추석과 같은 민족명절이 들어 있는 달에 가정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여 진다.
김종두(경민대학교 효충사관과 교수, 효학박사)
** 이글은 자유지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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