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후,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하며
지난 12월 17일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준비된 수순대로 김정은에게 군력을 세습하면서 모든 언론매체를 동원하여 김정은을 새로운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권력승계가 순조로이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해 체제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를 놓고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일단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권력구도가 잡혀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정책은 우리의 한반도 평화유지 노력과는 관계없이 북한 정권 자체의 군력체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x,f 속에서 수행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전지구적 보편적 사고체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펴왔으며, 세계사회의 개방화 요구를 외면한 채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정책을 고수해 왔다.
더욱이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보듯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두 사건을 일으킨 도발의 동기부분은 아직 추측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북한 내부의 권력 세습체제와 기득권층의 권력유지 필요성에 기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남북한 간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라도 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체제다. 선군정치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정일 사후,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우리는 어떤 길을 밟아가야 할 것인지를 놓고 국내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어떤 입장에 서 있든 북한의 경제가 이미 북한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그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 일반 백성들은 먹는 문제를 포함하여 기초적인 생활 자체도 영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 대해서는 그 이방이 양쪽으로 나뉜다. 첫 번째의 입장은 북한을 지원하는 쪽이다. 식량난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의 처지에서는 어디로부터라도 지원을 받아야 하고, 만약 남한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손을 내밀게 되고 그 결과 북한의 대중국 종속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반면에 두 번째의 입장은 북한을 무조건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우리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북한 정권을 강화시켜주는 데 기여하게 되고,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핵과 미사일뿐이었다는 인식이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햇볕정책’을 기조로 ‘퍼주기’를 했어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으며 결국 3대 세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인식이다. 이와 같은 상반된 두 입장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큰 흔들림 없이 원칙을 가지고 대북관계에 임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총론에서는 이와 같은 원칙을 고수하되 각론에 들어가서는 이제 유연한 대응책을 함께 모색해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교전중인 국가 간에도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이 채널을 우리 스스로 막을 필요는 없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지난 옛 이야기다. 필자는 최근 지난 9월 북한을 이탕하여 한국에 온 어느 탈북자와 면담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것은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증언하였다.
이 탈북자는 북한의 식량 사정은 남한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고 전제하고, 북한이 중국에 더 종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였다. 또 북한 주민들은 중국의 지원보다는 같은 민족인 남한에서의 지원을 더 좋아한다고도 하였다.
북한이 폐쇄사회이긴 하지만 남한에 정착한 2만여 명의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에 남아 있는 이들의 가족 및 친인척 간의 연락을 통해, 그리고 남한의 드라마 등 여려 영상물을 접하는 북한 주민이 증가함으로써 북한의 폐쇄성은 도전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대를 겪으면서 소수의 제한된 계층을 제외하고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었고 그 대신 시장을 통해 식량을 포함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장의 확산은 북한정권이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그간 여러 이유를 들어 이에 재동을 걸었다. 김정은 시대에 최우선 과제는 주민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고 민심이 악화되고 사회적 불만 세력이 확산된다면, 북한 정권은 대내적 억압정책을 강화하고 남북 간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를 타개해나가고자 하는 해법을 취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이와 같은 변화기에 우리가 군사적 대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위협이 언제라도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유사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우리 군이 주저 없이 강력한 대응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가 모아졌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여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우리의 대책을 차분히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나아가 통일 이후 남북 간 사회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해두어야 한다. 북한의 정제되지 않은, 그러나 고도의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성명 등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우리는 당분간 서두르지 말고 의연하게 대북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러우리라 생각한다.(konas)
* 이 칼럼은 월간 '자유' 2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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