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 해양영토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일본의 센카쿠(尖閣)열도 국유화조치(2012.9.11)로 촉발된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무력충돌 직전까지 갔던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양국은 무력사용보다 평화적 해결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 진행상황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은 2012년 9월 19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을 향해 “‘위험에 직면해서야 정신을 차리는(懸崖勒馬)’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에서 이 단어는 군사행동 직전의 최후통첩과 같은 의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950년 한국전 참전과 1962년 인도와 국경전쟁을 벌이기 직전 사설에서 미국과 인도를 향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시 부주석은 금년 연말부터 10년간 중국을 통치할 최고 지도자다.
그러나 시 부주석은 9월 21일 난닝(南寧)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 비즈니스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국가 주권과 안보·영토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지만 이웃 나라와의 영토·영해·해양 권익 분쟁문제를 우호적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발전할수록 더욱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국제환경을 필요로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을 (세계)평화 안정에 이바지하는 역량”이라고 규정하면서 “영원히 패권을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유엔총회에서 양측은 설전만 이어갔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2012년 9월 26일 “영토 분쟁은 국제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9월 27일 ‘1895년 일본이 중국을 속여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일본 영토에 편입시키는 문서에 서명하게 했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댜오위다오를 훔쳐갔으며, 댜오위다오가 중국의 영토란 역사적 사실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댜오위다오를 훔쳐간) 일본의 행위는 완전히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양 부장은 “일본은 중국의 주권을 위반하는 행동들을 즉시 멈추고, 이러한 실수들을 바로잡을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며, 협상을 통한 분쟁해결의 궤도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본 측은 양 부장의 연설 후 답변권을 행사해 “일본 정부는 1895년 1월 센카쿠를 일본 영토에 법적으로 편입한 것을 각의에서 결정했다”며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센카쿠를 훔쳤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중국이 무력사용을 유보한 이유?
① 미국이 일본을 지원하고 있다.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9월 17일 도쿄에 도착하여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 모리모토 사토시 일본 방위상과 잇달아 회담을 가진 뒤 “센카쿠 열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명확하다. 당연히 우리의 조약(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따른 의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센카쿠 열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9월 20일(현지시간) ‘아시아 영유권 분쟁’ 청문회에서 “센카쿠 열도가 미·일 방위조약 대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중·일 분쟁 조정을 위해 일본에 이어 중국을 방문(9.17~21)한 패네타 국방장관은 이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미국 해병대와 일본 육상자위대가 9월 22일 괌 북부 해안 일대에서 상륙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를 언론 매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9월 23일 보도했다. 점령당한 도서를 되찾는 과정을 가정하고 실시된 이날 훈련에는 미 해병대병력 수백 명과 일본 육상자위대 대원 40여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홍콩 밍(明)보는 9월 24일 미국이 핵항공모함 존 스테니스를 괌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괌에는 핵항모인 조지 워싱턴이 정박 중이다. 두 항모를 동시에 운용하기는 이례적인 경우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의 중요지역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② 미국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9월 27일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중·일 해양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과 일본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며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밝혔다. 이 관리는 “중국과 일본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자제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것이 양측에 보내는 미국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무부 캠벨 차관보는 9월 28일 뉴욕에서 ‘아시아·태평양 외교정책’ 브리핑을 열어 중·일 해양분쟁에 대해 “양국에 진지하고,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외교적 노력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이번 문제는 평화적으로, 상호존중 하에, 외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동아시아의 경제기적은 (중·일) 양국을 비롯해 한국 등 역내 국가들의 오랜 통상·경제 협력에 기반을 둔 것이며 이런 번영이 계속되는 게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③ 일본은 대중(對中) 군사억제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해군은 세계 3위의 해군력(병력 25.5만)으로 중형 항공모함 1척, 잠수함 68척(핵잠수함 10척 포함), 구축함 28척(중국형 이지스함 5척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비록 핵무기와 핵잠수함은 없으나 소형 항공모함(F-35탑재예정) 2척, 잠수함 16척, 구축함 44척(이지스함 6척 포함), 해상(대잠)초계기 8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탄도탄/대공(對空) 방어, 수중 전력, 대잠(對潛) 전력에서 상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1905년부터 잠수함을 보유함에 따라 중국보다 운용경험이 50년 이상 앞선다. 일본이 건조한 잠수함은 성능과 은밀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중국 핵잠수함은 수중소음이 심해 외해작전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센카쿠를 점령할 경우에도 장기간 버티기가 어렵다. 함선(艦船)과 항공기를 이용하여 군수지원을 해야 하나 일본의 봉쇄선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의 이지스함과 잠수함 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지난 8월 12일 센카쿠에 상륙한 홍콩시위대 14명을 체포하여 바로 다음날 추방했다. 일본은 중국 해양순시선과 어업감시선 등이 영해로 진입할 때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근접 감시만 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자국의 해양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군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중국도 이어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그동안 대북(對北) 위주 군사력 건설로 인해 외해작전(外海作戰)이 가능한 전력이 부족하다. 항공모함, 구축함, 잠수함, 해상(대잠)초계기, 상륙강습함(상륙헬기, 공격헬기 포함) 등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병력(4.1만)도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해양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중요하다. 미국해군은 병력 33만 명에 대형 항공모함 11척, 대형 상륙강습함 28척(중형 항모급 9척 포함), 핵잠수함 85척, 순양함/구축함 77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해양패권국으로 당분간 이에 도전할 국가는 없다.
따라서 해양에서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지원은 필수적이다.(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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