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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리더십

Written by. 김선호   입력 : 2013-01-11 오후 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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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김정은이 권력승계를 마무리함에 따라 외견상 북한체제는 안정된 모습이나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변화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출신 최용해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발탁되어 군 최고 지위에 오른데 이어 신군부의 최고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해임되었다. 한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은 국가 수반급 의전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한바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6.28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취해지는 등 경제회생을 위한 정책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서해 NLL 인근 부대 방문 등을 통해 매우 호전적인 대남위협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은체제 출범이후 오늘날 북한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은 북한의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반도 안보상황의 불안정과 위기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하겠다.

 현재의 권력구조는 과도기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내정된 후 20년간 권력을 장악해 ‘유일지배체제’를 다져왔다. 그러나 김정은은 경륜이 짧아 상대적으로 권력구조의 연속보다는 변화의 측면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책은 권력구조와 함께 지도자의 리더십을 통해 투영된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고는 김정은 체제의 권력구도평가(한기범, 고려대 교수) 자료를 참고하였음을 밝혀둔다.

 김정은의 정치 스타일

 김정은 리더십의 특징은 ‘불투명성 및 가소성(可塑性)’에 있다.

 가소성은 빚기 전의 찰흙과 같은 성질을 의미한다. 아직은 그의 권력 장악정도, 정책성향, 통치기술을 잘 모르고 있다고 전제해 놓고 다양한 가능성을 추적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정은은 젊은 반면 후계준비 기간이나 통치 경륜이 짧다.

 서구풍의 악단 공연을 관람하고 놀이기구를 즐기다가는 목선을 타고 서해 최전방 섬을 방문하는 등 어찌 보면 파격적이고 다르게 보면 천방지축의 행태로 세상물정을 모르는 게 아닌지... 요컨대 김정은의 자질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

 그가 새로운 지도자로서 홀로서기를 한지 채 1년도 안된 시점이라서 평가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북한 정치의 실제상황을 관찰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은 그의 지도자적 자질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진취적 성향의 보유자라고 섣불리 예단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과잉기대를 낳고 그의 무모성에 대한 과대평가는 대북접근의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리더십 형성의 초기조건을 잘 관리하는 것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과 같은 일로서 처음부터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리더십을 익혀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이미 후계자 시절과 김정일 사후 수개월 동안 군사적 호전성을 발휘하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고착된 특성으로 간주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상보다는 위협과 공갈로 대하는 방법을 먼저 익혔기 때문에 호전성이 다시 돌출될 것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는 반면 더 이상 굳어지기 전에 인내심을 가지고 예방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은 리더십은 북한정세 평가와 대북정책 방향 설정에 핵심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리더십의 불투명성 및 가소성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경향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자질보다 과도기 상황이 지배

 김정은의 성격, 자질, 성향에 대한 판단은 성장배경, 학업, 친교관계 등에서 드러나지 않은 면이 많다. 여전히 불투명하고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다. 잠정적이나마 최근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통해 현저하게 나타났거나 논란이 된 행태상의 특징을 첫째로 권력 독점욕, 둘째로 무모성과 과감성 셋째는 친인민성과 개방성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았다.

 김정은의 권력에 대한 집착정도는 앞으로의 권력 장악 속도, 지속적인 권력유지 여부와 관련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는데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는 권력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김정은은 10대 후반에 이미 승부욕이 강하고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 김정일이 형(정철)을 제치고 일찌감치 후계자감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사망하자마자 곧바로 권력승계 과정을 거쳐 전권을 장악했다. 원로들이 경쟁적으로 충성을 맹세하거나 김정은이 공개 활동 과정에서 다변과 잇단 제스처로 상황을 주도하는 모습도 권위주의적임을 시사한다. 김정은의 권력지향성은 제왕적 가문에서 성장한 우월의식에 김정일과 버금가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콤플렉스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김정은의 권력은 적어도 온실에서 자라다가  얼떨결에 잡은 수준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을 인정한다 해도 그가 권력을 유지 확대할 수 있는 정치력과 술수를 짧은 시간 내에 익힐 수 있을 것인가, 김정일이 선전하는 김정은의 덕목은 배짱이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후계시절 ‘통큰 후계자’임을 각인시키고 ‘능력의 신비성’을 보여주기 위해 대담하나 무모한 사업을 전개한 사례가 빈번했다.

 김정은의 대담성과 무모성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야기했고, 일선 군부대를 방문해서는 호전적인 발언으로 표출됐다. 이영호 사례에서 보았듯이 김정은이 숙청의 공포를 동원하여 권력층 인물들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법은 배운듯하다.

 그러나 김정일처럼 동물적 본능으로 배신 가능성이 있는 부하들을 식별하고, 긴장을 늦췄다가 당기는 마키아벨리즘을 익히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는 김정일 보다는 직선적일 수 있다.

 김정은에 대한 친인민성과 개방성 평가는 그의 공개 활동 양상에 근거한 것이다. 북한은 젊은 김정은이 장례절차를 마치고 연초부터 공개 활동을 통해 일반병사, 주민들과의 스킨십 장면을 빈번히 소개했다. 김정은은 주민들의 손을 잡고, 함께 웃고 귓속말을 건네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4월 이후에는 평양의 동물원, 유치원, 백화점 등을 돌아보며 주민들의 편의 및 복지시설 관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7월에는 서구풍의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부인 이설주와 나란히 팔짱끼고 걷거나 놀이기구를 타며 좋아하는 모습도 공개되었다. 김정은의 배짱 과시는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대남 호전적 언동은 자기 보호 본능에서 나온 행태일 수 있고 이는 점차 고착되어가는 성향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젊고 유학경험을 한 김정은이 김정일 보다는 상대적으로 격식을 싫어하며 친인민적이고 개방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혹은 지도자로서 연출한 행동일 수도 있다. 김정은이 보인 친인민성은 지방주민들이 제외된 특권계층 평양시민에 국한된 것이고 ‘세계적 추세’에 대한 강조와 서구적인 취향은 다원성․ 개방성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현대적인 서구문물이라는 하드웨어에 대한 선호를 의미할 뿐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이 그간의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자질과 유학경험으로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며 친인민적인 성향이 있다하더라도 김정은이 처한 상황은 제한된 통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충성을 확보해야하고 주민들이 각성되어 자신에 도전해 올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며 내외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여전히 대담하고 돌출적인 행태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김정은의 리더십은  그의  개인적 자질을 떠나 주어진 상황에 압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자질과 상황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난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대내외 수권환경은 열악하며 그의 권력은 완성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가 설사 지도자로서 합리적인 덕목을 보유했다하더라도 내부 정치 우선논리에 입각해 과도기적 상황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20대 후반의 경륜이 부족한 젊은 김정은이 후견세력의 도움을 받으며 초보운전을 시작했다. 우선 권력이 공고화 될 때까지는 선대 수령들이 만들어 놓은 편한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김정일 시대처럼 항일무장투쟁의 혁명전통을 강조하면서 과거 지향적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김일성-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혁명가계라는 것만으로는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김정은 체제가 효율성을 발휘하기위해서는 3대 세습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한다. 김정은 체제의 변화 요인은 경제문제에서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체제가 장기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향후 김정은 체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 해결과 함께 새로운 통치엘리트들이 권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스위스 유학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북한의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정책전환을 위해서는 권력의 공고화와 함께 대외관계를 풀어야 한다. 내부자원이 고갈된 북한이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대외관계를 설정하지 못하고 갈등을 지속할 경우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은 선군정치의 길이 아니라 당과 내각을 중심으로 한 인민생활향상의 길을 개척하려는 모험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생각하는 새로운 길이 선군(先軍)이 아닌 선경(先經)의 길이 되길 바란다. 본 기사는 월간자유1월호에도 게재됨 .(konas)

김선호 (한국혁신전략연구 원장, 한성대 국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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