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 전망과 경제개방 가능성
2011년 12월 17일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의 삼남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3대 세습 국가의 탄생이었다.
입에 권력을 물고 태어난 김정은은 대를 이어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숙명적인 과제를 안게 되었다. 모택동의 어록을 빌지 않더라도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유지는 총구와 빵으로 가능하다. 전자의 총구는 선군정치로 구체화될 것이다. 후자의 빵 문제는 사회주의 경제의 총체적인 모순이 해결되어야 한다.
김정일의 사망 전 마지막 현지 지도는 먹는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은둔의 지도자가 아들과 함께 2011년 12월 15일 영하 13도의 혹한 속에서 평양시 광복지구상업중심에 위치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사실은 경제난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그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취할 개혁 개방 가능성의 행보를 진단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미래 전망에 중요한 단서다.
김정은은 9년 동안의 스위스 유학 경험을 이유로 개혁 추진의 가능성 의견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사상으로 지배이념을 구축한 북한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북한도 부친과 큰 차이가 없다고 예상하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권력 장악 과정에서 실세로 불리우던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하고 스스로 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이는 김정은의 새로운 권력개편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미키마우스까지 등장시킨 모란봉악단의 공연은 김정은의 북한이 어느 방향을 갈 것인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세계적 추세’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개방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예측들이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최근에 북한 노동당 내부문서에서는 김정일이 생전에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한 핵무기의 대량생산을 제1목적으로 하라고 지시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의 입지가 공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일의 유훈보다 개방을 우선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김정은은 개방과 도발의 선택사이에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개방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향후 김정은 체제의 안착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은 체제 단기 및 중기전망: 그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김정은의 후계체제는 단기(12개월)와 중기(1년-5년)로 나누어 예상해 볼 수 있다. 우선 단기를 12개월의 기간으로 보면 김정은이 후계자로 안착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김정은의 안착을 예상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북한이 왕조제(王朝制) 국가라는 점이다. 조선왕조가 후계승계 원리에 따라 이성계, 이방원, 수양대군 등으로 이어졌던 역사처럼 북한 주민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자연스런 임금의 세대교체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둘째, 북한은 수령제(首領制)국가로서 지속적으로 김일성 가계 우상화를 추진하여 왔다. 북한헌법은 김일성 조선과 민족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본 천황제나 태국 입헌군주제와 비교할 수 있다. 북한은 수령제를 이용하여 집권자가 사망하여도 후계자가 유훈통치를 시행하고 권력공백을 최소화하여 체제의 안정을 공고화하였다.
또한 모든 지도부들은 신생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상태에서 내부적인 혼란이 발생하였을 경우 공멸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과거 김일성은 권력쟁취 과정에서 남로당 총책 박헌영을 숙청했고, 1956년 8월 종파사건으로 연안파들을 제거하면서 비로소 완전한 권력 장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쟁 세력이 전무한 실정에서 김정은의 주변 인물들이 함부로 체제에 반기를 들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셋째, 정교한 후계매뉴얼을 준비·작동하여 공백을 최소화하였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stroke)이 발병한 후 정교한 후계 매뉴얼을 작성하여 가동해 왔다. 뇌졸중은 5년 이내 재발률이 25%로 매우 높은 질병이기 때문에 김정일은 후계자를 일찌감치 지목하고 이를 위한 매뉴얼을 작성하여 자신의 유고시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대비하였다.
예를 들면 자신의 사망일로부터 하루가 지난 D+1에는 전군의 이동을 금지시키는 군대를 대상으로 하는 동원명령 1호를, 이틀 후인 D+2에는 노동신문에 김정은을 영도자로 호칭하게 하는 치밀하고 정교한 후계매뉴얼을 마련하여 자신의 유고시 혼란조차 방지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김정은 체제의 중기를 1-5년으로 설정하고 이 기간에 후계체제 안착의 성공 여부는 세 가지 정도의 선결과제 해결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이 해결해야할 필수과제는 첫째, 경제난 해결이다.
1948년 정권 수립이후 만성적인 경제난에 시달려 온 북한에서 경제개혁이 화두가 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2011년 12월 15일 김정일의 사망 이틀 전 마지막 현지지도가 광복지구상업중심에 위치한 대형마트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에서 경제문제는 시급한 선결과제다. 북한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 후 민생경제 파탄을 겪고 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주민에게 2012년 강성대국을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강요하여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핵무기 문제의 해결이다. 2012년 4월 13일 미사일 발사 실패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마찰을 겪고 있는 북미․북중․북일 관계 해결이 선결되어야 한다. 또한 핵실험 등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무모한 도발을 강행한다면 내부의 요인이 아닌 외부의 요인으로 인한 권력안착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셋째, 권력의 효과적인 작동 여부다. 권력의 하드웨어는 물려받았으나 소프트웨어는 본인이 습득할 수밖에 없다. The carrot and The stick, 즉 당근과 채찍으로 비유되는 권력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과제이다. 이제 김정은은 외형적으로 권력을 취득했으나 실질적인 당근과 채찍을 이용하여 권력통제의 노하우를 익혀야만 완전한 권력을 얻을 수 있다.
고모부 장성택의 섭정은 한계가 있다. 만약 김정은 본인이 권력 구사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권력은 점진적으로 이완될 수밖에 없다. 그의 절대권력은 상대권력으로 변질되면서 북한체제의 유일사상 체계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5년여의 기간을 거쳐 결국 집단지도체제라는 유령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집단지도체제는 약 3년 정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과거 소련의 경우에 1953년 7월 스탈린 사망 이후 말렌코프 등 3인 과두체제가 2년 지속 되고 나서야 1955년 후르시초프가 권력을 장악하였다. 또한 중국의 경우에도 1976년 9월 모택동의 사망 이후 화국봉 등 4인 과두체제가 2년 지속 후에 1978년 등소평이 권력을 장악하였다. 김정은도 그가 생존할지라도 권력구사가 불완전하다면 그의 운명은 사후 스탈린 및 모택동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의 미래는 개인 통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김정은과 김정일은 부친의 상중에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은 상중에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김정은은 웃으며 현지지도는 물론 음악회도 관람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당시 김정일은 1980년 제6차 노동당대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이후 15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이었다. 반면 김정은의 경우는 인민들에게 지도자로 부각되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였다.
2009년 이후 겨우 2년여를 넘긴 상태에서 갑자기 지도자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20대 후반의 젊은이가 어느 날 지도자로 부각되기 위해서는 상징조작·우상조작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친근히 다가가기 위하여 과감한 스킨십과 더불어 김정일 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호감이 있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델로 하여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비슷하게 흉내 내고 있다.
이러한 계산된 조작과 더불어 김정은이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하여 2012 강성대국 문을 활짝 여는 깜짝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작동해야만 진정한 북한의 지도자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기존 권력을 쟁취하는 쿠데타에는 반드시 군 병력의 동원이 필수적이다. 군이 쿠데타를 감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주동 및 동조세력의 구축, 분명한 명분 확보, 모의세력의 절박감, 집권세력의 계속된 실정과 주민들의 지지 등이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경우 이러한 구성요소들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쿠데타를 점치기에는 불확실하다. 한때 권력에서 소외된 오극렬 등의 구군부들의 불만에 주목이 되었으나 언론에 오극렬 가족이 김정은 앞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도 포착 된 것으로 보아 그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인다.
당분간 군부를 비롯한 당과 내각의 권부는 김정은의 지휘아래 움직이는 수동적인 입지에서 권력 확대를 암중모색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정은 체제는 단기적으로 권력승계에 도전받는 심각한 요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시기에는 권력안착 가능성이 매우 높다. 권력이 작동되는 관성이 여전히 발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권력구조 개편ㆍ직책ㆍ자원분배 등을 둘러싼 신구 엘리트 간 갈등, 선군정치 지속과 경제난 해결중시 정책을 둘러싼 강경 군부와 실용 관료간 대립, 경제난 악화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 표출, 핵개발 지속에 따른 국제사회의 압박 등 체제 불안 요인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의 운명은 불투명하다. 진단의 단서는 단기에 개혁 정책의 추진여부가 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 가능성
개방은 북한 체제의 변화를 진단하는 핵심 키워드다. 21세기 전례 없는 3대 세습을 강행한 김정은이 자신의 두 선친이 해결하지 못한 경제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연 어떠한 행보를 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단기 생존을 위한 폐쇄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장기적 생존을 위한 개방에 나설 것인지는 북한체제의 미래와 연계되어 있다. 북한이 개방의 길은 선택한다면 밖으로는 '불량정권'이라는 오명을 벗고 안으로는 '민생' 안정에 노력하는 정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의 4번의 연설에서 ‘자력갱생'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점을 두고 개방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은 개혁·개방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했던 김정일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당대표자회 등을 통해 그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추세 자료들, 다른 나라의 선진적이고 발전된 과학기술 자료들을 많이 보게 하고 대표단을 다른 나라에 보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자료도 수집해오게 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러한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행보는 북한이 과거보다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들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권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수단으로 유훈 통치를 선택한 이상 개방의 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국제적 고립 심화에 따른 경제난, 가뭄 등의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난 악화 등은 초기 체제 안정화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젊은 지도자의 입장에서 만성적인 경제난은 체제유지에 치명적 약점으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급진적으로 정책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의 경제 구조 변화 시나리오는 개방형, 현상유지형, 폐쇄형의 세 가지로 전망해 볼 수 있다. 개방형은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젊고 신선한 이미지 부각을 위하여 개방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경우에 군부 등의 반개혁개방 세력의 반발을 극복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둘째, 현상유지형은 황금평 등 중국과의 접경지역 개발을 확대하는 수준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외화획득 구축에 힘쓰고 기존의 자립경제 노선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정책의 모습이다.
셋째, 현존상태를 더욱 통제하는 폐쇄형인데 이는 후계자를 둘러싸고 권력투쟁이 일어날 경우나, 중국과의 마찰로 인한 관계 악화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사건을 일으킬 경우 가능하다. 또한 탈북자가 증가하여 대량 탈북의 위험이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해서 사회적․경제적 폐쇄성이 심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북한의 경우에는 김정은 체제가 아직 완벽히 공고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단기간 개혁․개방의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방이라는 단어의 거부감으로 과거 베트남의 도이모이 개혁의 경우와 같이 ‘개진’ 혹은 ‘개선’ 등 대체용어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정은은 이른바 개발형독재 즉, 왕권은 강하고 경제는 개방적인 싱가포르나 태국의 국왕식 통치 등과 비슷한 변형적인 개방을 추진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현재 개방형과 현상유지형 사이에서 태국과 싱가포르와 같은 변형된 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최근 불거진 북한의 개방 논란이 단기에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북한이 그들이 말하는 ‘개선’의 실적인 내용이 중요하다. '개선’이 ‘개혁’ 혹은 ‘개방’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사회․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개선’이 이루어 진다면 동구권의 급격한 변화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움직이라고 하겠다. 그들의 미래는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다.(Konas)
남성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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