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병역이행 수기㉕〕자랑스러운 대한사람
본 내용은 2012년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실시한 ‘외국 영주권자 병역 이행’에 대한 군 생활 수기 내용임.(편집자 주)
저는 현재 항공작전사령부 제1 항공여단 본부중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전에는 군대는 그저 시간만 낭비하면서 보낼 수밖에 없으며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잃기만을 하면서 보내는 곳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군대에서 저는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방식을 깨달았으며 꿈을 쫓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영주권자로서 굳이 군대에 올 필요성이 없었던 저는 군대에 관해서 오히려 호의적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군대에 들어가면 월급도 주고 재워주고 밥도 주고 운동까지 덤으로 시켜주는데 왜 싫어하는 거지’ 라는 어이없는 말을 할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홍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대학으로 입학하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주권을 가진 한국 남성이 군대를 다녀와야지만 취직을 바로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35세까지 국내에서는 취직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영주권이 없어서 먼저 군 입대를 한 친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군대는 그저 두렵고 무섭기만 한 곳처럼 들리기만 했습니다. 또한 복무기간은 21개월, 한 창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20대에 21개월이나 되는 시간을 군대 같은 곳에서 허비하기 싫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나아가서 사람 사귀는데 많이 서툴고 낯도 자주 가리는 저로서는 더욱 고민이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눈치도 없는 편이어서 괜히 실수만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줄 것만 같았습니다. 이러한 걱정들을 떠안고 저도 결국 다른 한국 남성들처럼 2012년 3월 26일 아직 찬바람이 불던 그때에, 괜스레 날씨만 더 차갑게 느껴지던 그때에 저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가슴 속에 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육군훈련소로 입대하였습니다.
너무 힘들고 힘들어서 힘든 줄도 몰랐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17번 훈련병이 아닌 이병 조재현으로 자대를 배치 받았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였지만 분대장들 외에는 다들 동기여서 정신적으로는 편했던 훈련소에서 이제는 내가 제일 막내이며 선임들만 있는 자대로 가자니 그저 막막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자대가 집에서 가까워서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면회 오기 편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대되며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자대로 저는 그렇게 배치 받게 되었습니다.
자대에서 들어가자마자 저는 여러 문제에 부딪치기만 했습니다. 융통성이 없던 저로서는 그저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 곧 있으면 후임들 들어오면서 편해지겠지 라는 등의 생각들을 하면서 제 자신을 위로해 나아갔습니다. 그렇지만 바람처럼 후임들은 빨리 들어오지 않았고 욕먹는 날만 늘어만 갔습니다.
솔직히 그냥 탈영해 버릴까 라는 생각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아버지 군번이자 분대장이었던 선임 한분이 저한테 다가오시더니 얘기 좀 하자고 하셨습니다.
PX에서 산 음료수를 하나 건네주시면서 힘을 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래도 지금 많이 좋아졌다’, ‘여기는 잘해도 욕먹고 그러는 곳이니까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라는 말들을 해주셔서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말들은 아닌데 그래도 그 말들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것을 좋게 본 선임들과 조금씩 친해지는 것도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제 밑에 후임들도 생기게 되면서 슬슬 생활이 고생스럽기보다는 즐겁고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일단은 인내하면서 미래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제일 좋은 사회생활 방식이며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들 외에도 배운 것들이 참 많지만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군대에서도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저한테는 이제 분대장이라는 작은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때에 그 분대장님이 절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전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성취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그 선임이 해준 것처럼 다른 후임들에게도 베풀어 줄 것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후회스러웠지만 지금은 여기에 제가 대한민국 육군 장병으로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습니까, 아니면 자랑스럽습니까.(Konas)
일병 조재현 (제1항공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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