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롤 모델 수기집〕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본 내용은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2012년 8월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현역병을 대상으로 지원입영 복무 후 취업 또는 학업에 도움이 된 사례를 모은 ‘현역병 지원입영 롤 모델 수기집’ 『내청춘에 충성』에 실린 내용임. 이번 수기집은 실제 사례를 통해 현역병 모집제도의 장점을 소개하고, 입영대상자 스스로 복무 할 군과 복무분야를 선택해서 지원 입영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편집자 주)
살아도 백골, 죽어도 백골, 필사즉생 골육지정...
이 구호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편에 뜨거운 것이 솟아올라 내가 살아 있음을 깨우치게 된다. 대한민국 모든 남성에게 있어 군 시절은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일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군 시절은 더욱 특별하고 의미가 달랐다. 아니 그때를 기점으로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잦은 다툼에서부터 집안에 작은 불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그 불씨는 점점 커져 갔으며 화마는 결국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아버님과 어머님은 결별을 하시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님은 고혈압 및 당뇨로 인한 건강악화와 사업 실패로 인해 재정적으로도 매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나로서는 그러한 현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잦은 일탈로 이어졌고 마지막은 세상과의 단절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모든 것으로부터 압박 받고 기댈 곳 없이 힘들었을 때 어찌 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 패배감이 온몸을 감싸 안으며 세상과의 이별을 마음먹고 있던 그때였다. 평소 항상 나를 아껴주고 격려해주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고 무기력해 보인 나를 생각 한 것인지 나에게 대뜸 현역으로 입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을 하였다.
그 지인을 소개하자면 나의 과 선배이자 동아리선배 이며 해병대를 전역해 항상 나의 롤 모델이었다. 그 당시엔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그렇게 자신있게 입대를 결심했다.
입대 절차는 지인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이왕이면 2년 동안 내가 자신 있고 전역 이후에도 도움이 되는 특기를 선택하자고 생각을 하였고 자연스럽게 통신병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입대 날이 다가올수록 초조했던 마음이 기대와 흥분으로 바뀌어 갔다. 그만큼 군 입대는 무능하고 목표가 없었던 나에게 시간 때우기나 도피처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1월 12일 입대 날짜가 다가 왔고 나는 306보충대, 백골사단 신병교육대를 거쳐 정보통신대대로 배속되었다. 나의 특기는 FM운용병으로 배정받았다. 흔히 사람들이 잘 아는 무전통신병이다. 처음 자대를 가자마자 다른 업무보다 주특기 교육에 비중을 두었다.
미지의 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자대에서 배우는 모든 주특기 훈련은 나의 모든 호기심을 자극 하였고 알면 알수록 더욱 흥미 진지하였다. 유/무선통신 장비 운용에서부터 음향장비 설치 운용 등 나는 통신병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 적인 것들을 항상 공부하고 습득하였다. 입대하기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분야였던 전기정보통신 분야를 접하게 되자 나는 그 누구보다 집중할 수 있었고 노력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밤에는 공부 연등을 하면서 이론을 습득하였고 일과 시간에는 맨손으로 야전선을 벗기고 또 벗기는 연습을 손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하였다. 또한 앰프 운용법은 다른 중대원에게 물어 가면서 까지 배웠었다.
그러면서 점차 나는 대대에서도 인정받는 병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개근상 이외에는 받아 본적이 없던 상들을 군대에서 받게 되었다. 불과 1년여 사이에 자신감 없고 패배의식에 찌들어 있던 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 집단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현재는 군 전역 후 복학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복학 후 가장 놀란 일은 전공수업 때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니퍼로 전선피복하나 벗기는데도 끙끙대고 있을 때 나는 야전선을 벗기던 능숙한 손놀림으로 전선을 벗겨 나갔다. 그리고 케이블들을 결선하는 일 모두 내가 군 시절에 손에 물집이 생기도록 했던 일들 이었다.
군에서 배웠던 하나하나가 다 전공과 연관이 되었다. 또한 좋은 기회가 되어 우리시스템이란 멀티미디어장비관련 회사에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앰프나 마이크 같은 음향 장비 또는 빔프로젝트 스크린 등과 같은 미디어 장비 설치 및 수리의 업무를 한다.
회사의 기계들은 군 장비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기본적인 작동법과 운용법은 대체로 비슷하여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배선 및 결선 등은 말할 것 없이 능수능란하게 했다. 모든 것이 놀라웠다. 그저 내가 관심 가지고 군에서 배웠던 것들이 나의 전공이나 회사에서 하는 일에 하나하나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것을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을 군 시절부터 열심히 배웠기 때문에 지금 모든 것이 하나하나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일반병으로 군 생활을 하는 것도 얻는 것이 엄청 나게 많다.
하지만 자신의 전공과 특기 등을 고려하여 특기병으로 지원한다면 일반병으로 복무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일을 하는 사람은 천재도 이기지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특기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특기와 재능 또는 전공을 살려 지원입영 한다면 2년의 군 생활도 짧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남들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주특기 교육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서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전역 후 전공 공부와 취업을 해서도 그것들이 피와 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하고 정신이 맑은 젊은이라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2년이라는 시간은 어영부영 시간을 버리기에는 아까운 기간임에는 분명하다.
‘Time is money.'란 말이 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의 특기 및 전공을 살려 군 복무를 하게 된다면 분명 2년 후에는 좋은 결과가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군 입대를 기회로 여기고 위기를 기회로 문제를 헤쳐 나가는 것은 어떨까?(Konas)
양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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