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공존이 현실적 대안일 수도…
북한정권이 혁명목표로서 추구하는 ‘남조선 적화통일’이 점차 실현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탈냉전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한반도 전쟁억지에서 동북아 안정과 균형 역으로 확대되면서 한국은 물론 4강 모두가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대국화를 지향하는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중국의 지원 없이 북한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이를 전쟁에 사용하는 것은 남북한의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용 가능성이 없다 할 것이다. 북한정권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경제위기다. 북한 정권이 수령독재체제를 견지하는 한 체제 자체의 극단적 폐쇄성과 경직성으로 인해 경제는 더욱 더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제 불법행위도, 군사적 위협도, 핵 공갈도 이미 한계효용에 달한 지 오래다.
북한당국은 초대형 대북 퍼주기 식 지원을 할 친북좌경정부의 출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2012년 대선에 ‘올 인’ (all-in)하다 싶이 매달렸지만 애국세력의 결집으로 실패했다. 진정한 개혁, 개방 외에는 경제위기를 해소할 방안이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4-5년 내에 최대 불만세력인 ‘장마당 세대’가 세대교체에 의해 북한사회의 주도세력으로 사회 전면에 부상하게 되어 있는 점이다.
1990년대 초 소, 동구 공산권 붕괴, 김일성 사망, 식량 위기로 인한 배급제 폐지 등 북한경제가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태어나 영양실조, 발육부진, 출산억제, 고난의 행군 등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자라온 시장세대가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부상하는 경우 북한사회는 ‘재스민 혁명’보다 더 극렬한 ‘개혁, 개방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이 매우 크며 선군체제로도 제압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상, 이념 교양 사업의 씨알이 전혀 먹히지 않는 시장세대가 대거 군에 입대하는 경우 군대 자체가 반 체제세력으로 돌아설 것을 당국이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이 오늘의 북한 사회의 모습이다. 2012년 대선이 북한당국이 개혁, 개방 없이 경제위기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북한정권에게 남은 최후의 방안이 남조선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받아드리는 일일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두 개의 한국정책’ (the two-Koreas policy)을 구사하면서 엄청난 경제 부담을 감수하며 북한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중국이 한국의 흡수통일에 제동을 걸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미, 중 공히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배타적 영향권 안에 두는 최선책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현상유지 (status quo) 의 차선책, 즉 한반도 평화공존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남, 북한, 미, 중 네 나라 모두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공존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주한미군과 북핵을 상호 인정하는 미, 중간의 전략적 묵계를 남, 북한이 수용하는 형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이 이루어 질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이 남조선 적화통일을 포기하면서 북한이 점차 역사의 뒤 안 길로 사라질 것이다.
한반도 평화공존은 남, 북한, 미, 중 네 나라에게 최선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네 나라 모두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최대공약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궁극적인 통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konas)
김 명 배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