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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당국간 회담제의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Written by. 고성진   입력 : 2013-06-08 오전 6: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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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장거리 로켓발사와 3차 핵실험, 전쟁협박, 개성공단 차단, 미사일 발사 위협 등 공세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위기 국면을 조성했지만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내 민생문제에 집중하면서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관.민 분리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파견하여 중국으로의 출로를 모색했지만 시진핑과의 대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지적과 회담복귀 추궁만 받은 채 기대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공세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이곳저곳 문을 두드리며 출구전략을 모색해 온 것이다.

 현충일인 6월6일, 그동안 정부의 당국간 회담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북한이 대남기구인 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필요하다면 이산가족을 포함한 인도적인 문제까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덧붙여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 발표일에 당국이 참여하는 공동 기념행사를 하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도 하였다. 어떻게 해서든 명분과 실리를 얻으면서 악화된 상황을 남북관계에서부터 풀고자하는 것이며 향후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남한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 제의했다는 점에서 한.미.중국의 국제적 조율이 가시화되기 전에 주도적으로 국면을 전환하여 다자협상에 대처하려는 모양새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더불어 다자 협상이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김정은 체제 지속성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현 상황에서 북핵문제는 단기간에 쉽사리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김정은 체제는 그 나름대로의 체제생존을 위한 독자시스템을 완성해 나가면서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자본주의 물결의 흡수에 따른 체제 생존의 위협이라고 본다면, 결국 남한과의 출구전략을 선택한 목표는 제한적인 관계개선을 하면서 남한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자신들의 체제유지에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공존과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할 것인지, 핵을 가진 북한과의 공존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아니면 비핵화 전제 없이 신뢰프로세스 작동으로 위기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타진해봐야 할 것이다.

 국내 이해집단의 성화와 남북관계 진전만을 위해서라는 측면에서 방향을 잡고 현상적인 접촉과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다면 이는 상황변화와 그들의 전략 전술에 따라 또다시 남북관계가 좌지우지 될 것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보다는 남북관계의 주도권마저 상실하여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전철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상 시작부터 반드시 상호주의 차원에서 엄격하게 적용할 부분과 유연하게 대처할 부분을 구분해야 하고, 조급한 마음에 더 주면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무조건적인 지원과 교류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과의 직접 교류에서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겠지만 당국간 대화에서 다루어질 의제만큼은 엄격하게 상호주의를 적용하여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뒤따르도록 협상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질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또다시 북한의 일방적 조치에 의해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투자가 담보될 수 있는 행위기준에서의 제도적인 안전보장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사회. 문화. 체육. 예술 등 기타 교류부문에 있어서도 민간차원의 인적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춘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 교류 시스템의 제도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미, 북중 관계와 다자회담을 통한 대북공조 추진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지금까지와는 상황부터가 전혀 다른 차이점이 있다. 이는 북한 핵문제가 단순히 대남 대외협박 수단을 넘어서 3대세습의 정통성까지 연계시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등 김정은 체제 존속과 직접적으로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와는 달리 협상카드용으로만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말하며 결국 북한 비핵화를 의제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완전 해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상 가동되어 핵문제를 타결하는데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 구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안전보장 명분과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고, 북한의 전략 또한 안보와 경제라는 명분과 실리를 푸는 중심 고리를 미국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정책 공조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의제설정에 외교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남북대화와 국제공조를 통해서 대화와 협상 모드를 형성해 나가되 다자회담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핵.경제건설 병진노선 폐기에 초점을 맞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의제가 설정되어야 하고, 그 실천 과정에서는 북한의 핵건설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공고한 한.미 연합전력과 핵무기에 대비한 독자적인 맞춤형 억지전력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높인다면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로 진정성 있는 상호 신뢰구축의 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konas)

고성진 (통일교육위원,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나라사랑교육 전문강사)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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