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정상회담과 北核ㆍ統一 문제
우리는 韓中관계의 부정적 측면을 억제하고 긍정적 측면을 살려 나감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견인(牽引)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야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한 비핵화(非核化)’를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왔다. 韓美 간에는 북핵 인식에 대해 별 문제가 없어 UN결의에 입각한 대북제재를 중심으로 양국 공조가 무난히 이뤄져왔으나, 문제는 韓中관계였다.
취임 전인 지난 1월 김무성 특사의 방중(訪中)과 장즈쥔(張志軍) 중국 특사(외교부 부부장)의 방한(訪韓)시 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으며, 중국 측은 ‘yes’로 和答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번 6.27 韓中 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어떻게 귀결되었는가?
韓中 공동성명 중 핵심이라 할 ‘북한 핵문제 부분’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관련,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위 내용을 분석해 보면, 먼저 한국 측이 “북핵 불용”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대한 중국 입장은 표명되지 않았다. 대신, “양측은 유관(有關)핵무기 개발”이 한반도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적시했다. 이로써 양측이 합의한 것은 “북핵 불용”이 아닌, “유관(有關)핵무기 개발이 한반도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과 그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화”이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은 “북핵 불용”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분명히 강조하였다.
결국 합의된 것은 “유관(有關) 핵무기 개발이 동북아 평화·안정에 대한 위협”이라는 공동인식과 “한반도 비핵화가 양국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중국 측이 “북핵 불용”이라는 명시적 표현을 교묘히 피해갔음을 알 수 있다. 공동성명에 나타난 ‘유관(有關) 핵무기 개발’이란 한반도 역내 주한미군의 핵무기라든지 혹시 있을지 모르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 또는 일본의 핵무장 등을 광범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북핵 저지 방안에 대해, 시 주석이 구체적으로 “6자회담”을 제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6자회담은 그동안 북한 핵개발을 막는데 별 기여를 하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에게 ‘시간 벌기’를 허용한 비효율적인 회의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등 우방국에서 6자회담 무용론과 대안론이 활발하게 제기돼 온 배경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6자회담보다는 대북제재가 먼저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확산됐고, 북한이 최근 미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김계관 6자회담 대표를 중국에 파견해 6자회담을 구실로 한 ‘고립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을 구사함에도, 韓美양국은 ‘先 비핵화’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는 중이다.
美 재무부는 6월 27일(현지시간) 핵개발 및 탄도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관여한 북한 금융기관 2곳과 개인 2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추가 조치했다. 미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대화 제의에 대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6자회담 지지(支持)가 韓美양국이 중심이 돼 UN결의를 바탕으로 구축해 온 대북 국제 제재공조를 동요시키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韓中 공동 기자회견에서 UN안보리 결의 준수를 강조하고 북한의 국제적 의무ㆍ약속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 것은 시 주석의 불분명한 언급에 대해 균형을 잡아준 느낌을 주었다.
한반도 통일 문제 역시 북핵에 못지않은 韓中 간 주요 현안이다. 韓美 간에는 지난 5.7 동맹 60주년 공동선언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대한 합의가 명문화된 바 있다.
그러나 6.27 韓中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선언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자주적 평화통일”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 시(習) 주석이 제공한 특별 오찬에서 朴 대통령은 “중국이 통일에 좋은 동반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특별한 언급 없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도됐다. 시 주석이 언명한 “자주적 통일”이란 미국의 개입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롭게도 “자주통일”은 북한의 대남혁명구호와 일치한다. 여기서 북한이 주장하는 바는 “反美와 주한미군 철수”이다. 물론 北中 간 “자주 통일”이 함축하는 의미의 정도는 크게 다를 것이다.
북핵과 통일 문제에 대해 양국 간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노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韓中 정상회담은 분명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호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환대(歡待)’가 예사롭지 않았고, 또한 중국 측이 과거 사용했던 ‘조선 반도’ 대신 ‘한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비록 한국 측의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북핵 불용”을 공동성명에 명시한 점 등이 큰 성과라 할 만하다. 이울러 경제 분야에서 韓中 FTA를 “높은 수준”에서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 하겠다. 양국 간 ‘인문(人文) 교류’를 확대키로 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인간 사회나 역사의 전개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어차피 하루하루 단계적ㆍ점진적으로 쌓여져 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은 韓中 관계사(史)에서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최대의 전환점이 될 만하다. 다만,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중국인들의 원려(遠慮)와 지혜를 경계하는 신중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이른 바 “新型 大國관계론”에 기초한 중국의 한반도전략 변화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간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프레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쉬운 일은 결코 아니겠지만, 우리는 韓中관계의 부정적 측면을 억제하고 긍정적 측면을 살려 나감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견인(牽引)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해야만 한다. 물론 그 바탕에 우리 내부의 안보태세와 국민통합, 그리고 韓美동맹이 흔들림 없이 견지되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konas)
홍관희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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