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의 "제로 섬 게임"적 성격
북한이 군사력 증강에 몰입하는 동안 경제가 무너지면서 만성적 경제침체가 수령 독재체제의 붕괴를 재촉하는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남조선 적화통일은 북한정권의 존재 사유이자 불변의 혁명목표이다. 따라서 한국의 일방적인 주적개념 삭제 여부와 관계없이 남북한 관계는 이기느냐, 지느냐 ‘제로 섬 게임’(zero-sum game)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기는 쪽이 다 차지하고 지는 쪽은 다 잃는 ‘all or nothing game’이다. 남한과의 적대관계 유지가 북한정권의 생존방식이고 남한은 오로지 적화의 대상일 뿐이다.
한국이 아무리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공존을 지향하더라도 북한이 대립과 적대를 바탕으로 남조선 적화를 추구하는 한 남북한 관계는 결코 제로 섬 게임의 성격을 벗어날 수가 없다. ‘민족화해’ ‘민족공조’ ‘우리민족끼리’는 남한국민의 정신무장을 약화시키기 위한 북한의 정치선전적 용어에 불과하다.
제로 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남북한 간에는 이념적 선명성이 국가의 존폐를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요건이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북한 인민에게는 대남적개심을 고취하는 반면 남한 국민에게는 북한인민과의 동포애를 강조하는 정치공작을 통해 정신무장을 해제하고 국제사회에서 남조선 적화를 위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북한정권이 줄기차게 전개해 온 이른바 ‘3대 혁명역량 강화사업’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하여금 전쟁기피 웰빙추구 퇴폐풍조에 젖어 이념적 선명성을 조롱하는 식의 ‘망국풍조’를 조성하는 공작, 반독재 민주화 학생운동을 반미 자주화 운동으로 180도 전환시켜 장차 한국사회의 정치권을 장악하려는 학생운동의 주사파화 정치공작과 전교조를 동원해서 초중고생들에게 좌편향 이념을 심어 줌으로써 장차 세대교체에 의해 이들을 대남적화의 주력으로 이용하려는 중장기적 친북세력 확대공작 등 이러한 일련의 공작들이 하나처럼 남북한 관계의 제로 섬 게임적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수령 독재체제를 폐기하지 않는 한 남조선 적화통일은 북한정권의 ‘알파와 오메가’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무력에 의해 적화통일을 시도한 것이 6.25전쟁이지만 미국의 참전으로 실패했고, 이후 한미동맹의 전쟁억지력에 의해 북한의 재침기도가 저지되어 왔다. 휴전 이후 북한정권은 주한미군철수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철수가능성이 줄고 있다.
동북아의 정치, 경제, 군사적 비중이 커짐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한반도 전쟁억지에서 동북아 세력균형과 평화안정으로 확대되면서 겉으로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한국과 4강 모두가 내심으로는 주한미군의 존속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휴전 이후 한국은 경제발전에, 북한은 군사력 증강에 주력하는 체제경쟁을 벌여 왔으나 과거 그리스 시대에 경제에 주력했던 아테네가 군사에 주력한 스파르타를 압도했던 역사의 전철을 밟고 있다. 북한이 군사력 증강에 몰입하는 동안 경제가 무너지면서 만성적 경제침체가 수령 독재체제의 붕괴를 재촉하는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체제유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북한정권은 폐쇄, 고립, 군사적 긴장, 인민우매화, 수령신격화 등 수령 독재체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 요소들 때문에 정상적 경제활동을 포기한 지 오래다.
따라서 국가경제조차 연명수준에 묶어둔 채 국제 불법 행위와 핵위협을 통해 원조를 탈취하는 범죄적 수법에 의존하면서 남조선 적화통일에서 경제위기의 근원적 해결책을 찾고자 안간 힘을 쓰지만 이러한 원조탈취 수단조차 세월이 흐를수록 한계효용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체제의 운명이 달려 있는 2대 현안, 즉 주한미군철수와 경제위기 해소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면서 북한 위정자들은 체제가 붕괴되는 순간까지 남조선 적화통일에 매달릴 것인지, 아니면 이를 단념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을 할 것이다.(Konas)
김명배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前 주 브라질 대사)
-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