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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한계와 한반도 평화공존

북한당국으로서는 2017년 대선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 친북정부 출현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단말마의 발악으로 매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Written by. 김명배   입력 : 2013-09-20 오전 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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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한미(5.7), 미중(6.7) 한중(6.27) 정상회담 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는 정상 간의 양해에 따른 후속조치라 할 것이다.

 상당 부분 북한의 간청이 반영된 중국의 6자회담 재개노력에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좀 더 지켜보자는 식의 관망적 태도를 취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6자회담 (2003.8-2008.12)내내 북한은 ‘4:2구도’(남,북한,중,러 : 미, 일)를 이용하여 원조탈취는 물론 비밀 핵무기 제조 은신처로 6자회담을 이용하면서 6자회담 무용론의 원인을 제공했다.

 두 번에 걸친 NPT탈퇴 (93.5 및 2003.1)와 94년도 미북 제네바 핵협상을 거쳐 6자회담에 이르기 까지 북한당국은 핵폐기를 구실로 원조탈취와 평화협정체결 (미북직접협상을 통한 주한미군철수 음모) 시도 등 소위 ‘2대현안’ 해소를 위해 철두철미 기만전술을 구사했다. 북핵이 선대의 유훈사업인 점,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2012.4)한 점, 핵 무기가 강성대국의 상징이자 선군체제의 핵심요소인 점, 체제의 특성상 촌치의 착오도 없이 지켜지는 수령지시의 ‘철벽성’ 등에 비추어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핵폐기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 또한 전무하다 할 것이며, 겉으로는 폐기를 내세우면서도 내면적으로는 관리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재개가 거론되는 이유는 핵 폐기 못지않게 북핵폐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실 자체가 6자회담 참가국 각자의 국익과 국내정치와 국제여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6자회담에서 정치적 발언, 외교적 수사, 정치선전 등이 난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참가국 모두가 겉으로는 이구동성으로 완벽한 폐기(CVID)를 주장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폐기보다는 동결수준에서 맴돌고, 우라늄 농축방식은 방치한 채 풀루토니움 재처리 방식만 다루고, 영변 핵시설의 작동만 껐다 켰다 하는 식의 미봉책에 그치면서 북한은 합의사항 불이행에 대한 아무런 제재 없이 경수로, 중유, 쌀, 비료 등을 챙기면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드는 식으로 시종일관 기만전술로 일관하면서 급기야 3차 핵실험(2012.2)을 통해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기에 이르렀다.

“굿보다는 잿밥에…”

 회담 참가국들이 겉으로는 한결같이 북핵폐기를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각자의 국익과 전략을 바탕으로 “굿보다는 잿밥에” 신경 쓴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간 사태 종결 이후 전열을 정비하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핵확산 방지와 재침위협을 억지하는 명분으로 ‘아시아 중시정책’ (Pivot to Asia Policy)을 표방하면서 기실은 대중포위전략(Containment Policy)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간 사태로 미국의 군사력이 과도히 분산되어 있는(overstretched) 상황을 이용해서 6자회담 의장국의 위치에서 북핵폐기를 명분으로 한 동안 순풍에 돛 달듯 경제대국화 국정지표를 순조롭게 수행하면서 동북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제고시켜 왔으나, 북핵과 북한의 전쟁위협을 구실로 일본의 군사력이 강화되고, 미국의 전력이 증강 배치되고, 미, 일 합동으로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체제(MD, Missile Defense System)가 구축되는 등 북핵문제가 점차 중국에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겉으로는 북핵과 미사일과 납치문제를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군사대국화의 국정지표를 상당 수준 진척시키면서 장차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대비해 왔다. 러시아는 ‘북 편향 남북 등거리 외교’노선을 추구하면서 북핵문제를 한국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로 이용하면서 동북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이용해 왔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 소위 ‘균형외교’를 표방하면서 김정일이 추구하는 ‘4:2구도’ 형성에 앞장섬으로써 미국의 북핵폐기 노력에 제동을 걸고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무너뜨리는 외교적 과오를 자초했다. 6자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의 김정일이었다.

 90년대 초 소, 동구공산권 붕괴, 한러(90.2) 및 한중(92.12) 수교, 김일성 사망, 식량난 등 고립무원의 김정일이 NPT탈퇴와 미국과 일전도 불사하는 ‘전쟁 일보 전’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94년도 미북 제네바 핵협상’을 도출해 냄으로써 장기간 지속될 ‘억불 대 핵 비즈니스’의 장사판을 열게 되고, 자신의 통치역량을 부각시키고, 주민통제를 틀어쥐고, 부족한 카리스마를 구축했던 종횡무진의 수완과 통치술은 그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할 기상천외의 발상이었다.

김정은이 선대의 경험을 살려 미국과의 전쟁분위기를 연출하고, 한국에 전쟁공포증을 야기하는 무리수를 구사했지만 ‘이솝우화’의 학습효과로 인해 한국사회는 미동도 없고 오히려 단호한 응징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팽배하고, 미국은 전쟁위협을 내세워 아태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당초 북한당국의 의도와는 판이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김정은은 지나친 전쟁위협이 오히려 자신을 속박하는 굴레가 된다는 사실 조차 미처 깨닫지 못하는 미숙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미중 정상회담 시 시진 핑 주석이 ‘신흥 대국관계’를 제의하면서 “미, 중 양 강대국이 상호존중,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세계질서 수립에 협력할 것”을 제의한 것은 앞으로 북핵문제 처리에서도 중국이 어느 정도는 협조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케 해 준다. 핵 비확산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주요 원칙중의 하나이므로 앞으로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G-2국가’로서 상당부분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북한의 ‘완충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의 기본입장에 비추어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공존이 남,북한, 미, 중 네 나라의 최대공약수가 될 수도…

조중동맹, 북핵, 북한 군사력 등에 비추어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한미동맹, 중국의 경제대국화 추진에 따른 북한의 재침전쟁 반대, 한국의 경제력 등에 비추어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 북한 모두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매달려 국력을 소모할 이유가 없다. 미, 중 양국은 각기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기를 원하지만 양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부득이 최선책이 배제된 차선책으로서 한반도 현상유지(한반도 평화공존)를 원한다 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 당사국 중 한,미, 중 3국이 한반도 현상유지를 원하는 반면, 북한 혼자서 남조선 적화통일에 집착하면서 현상타파를 원한다. 그러나 북한의 국내사정이 위정자들로 하여금 적화통일에 무한정 매달려 체제의 운명을 걸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결코 아니다.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두 가지 불가항력이 있다. 천재지변과 세대교체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의 골이 깊지만 북한사회의 세대갈등은 남한보다 훨씬 심각하다. 북한경제가 밑바닥으로 추락한 1990년 대 초에 태어난 ‘장마당 세대’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배급제 폐지로 인한 대량아사, 영양실조, 발육부진, 산아제한 고난의 행군 등 온갖 고통만 강요당해 온 이른바 ‘불만세대’에 속한다.

이들 세대는 수령에 대한 존경심이 없고, 사상, 이념, 교양사업의 씨알이 전혀 먹히지 않는 세대로서 오로지 기회만 닿으면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 찬 세대로 알려졌다. 2020년경에 이들 장마당 세대가 세대교체에 의해 북한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경우 북한사회에 ‘개혁, 개방 쓰나미’가 휘몰아 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둑이 무너지기 전에 북한지도부로서는 자신과 가족의 신변안전을 위해 일대 단안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계층의 생사가 달린 절박한 문제이다.

 따라서 북한당국으로서는 2017년 대선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 친북정부 출현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단말마의 발악으로 매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7 대선에서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집권하는 경우 북한지도부로서는 남조선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수용하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 평화공존이 남,북한, 미, 중 네 나라 모두가 원하는 최대공약수가 되면서 북핵문제가 자연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남북한 간에 순수 동포애를 바탕으로 공존공영의 경제협력을 추구할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원칙과 호혜를 바탕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을 구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정책인 점에서 이의 실현을 위해 우리의 외교역량을 총 결집해야 할 것이다.

김명배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 .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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