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의 ‘철벽성’에서 야기되는 남북대화와 협상의 한계
북측은 주한미군철수와 원조탈취라는 2대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일정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할 뿐이다
북한 조평통은 9.21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돌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회담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우리정부가 최근 남북관계의 성과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하고, 아울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통일애국 인사에 대한 야만적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이산가족 상봉연기의 비 인도적 내지 반 인륜적 행위에 대해 다수 국민이 조소를 금치 못함은 물론이고, 북한 당국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공공연히 두둔하는 사실이 오히려 국민의 안보의식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는 점에서 과연 북한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혹자는 6자회담의 재개를 노리는 우회전술이 아닐까 추측을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지도부가 핵 카드가 이미 효용을 상실한 지 오래라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심한 얘기일 것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수 많은 무고한 인민이 굶어 죽는 비참한 현실을 무시한 채 오히려 원조탈취 수단 내지 인민의 저항을 원천봉쇄하는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놀이공원과 스키장 건설에 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김정은이 사리분별력이 있는 지도자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래 3차 핵실험, 전쟁 일보 전 벼랑 끝 전술 구사, 남한과의 모든 정치, 군사합의 전면철폐, 정전협정 불구속 선언, 서해 해상경계선 일방선언 등 일련의 강경 일변도 무리수를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오로지 대북제재와 원조중단과 범죄집단적 오명 뿐이었다.
김정은 정권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면서 3대 후계체제가 아직은 안정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강경위주의 무리수가 언제고 자신을 속박하는 족쇄가 되는 사실 조차 미쳐 깨닫지 못하는 정치적 미숙을 스스로 드러낸다고 할까…
왜 김정은 정권이 계속해서 이러한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분석의 키(key)는 주체사상에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주체사상이 북한 수령독재체제의 통치철학이자 국가운영 원리인 점에서 남북 간의 대화, 협상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철칙이기 때문이다. 남조선 적화통일은 북한정권의 불변의 혁명목표이자 정권의 존재사유이다.
따라서 남한정부는 결코 화해, 협력의 대상이 아니다. 남북한 간의 일체의 대화와 협상은 촌치의 타협도 용인되지 않는 수령독재체제의 철벽성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협상에 응하는 사실 자체가 양보의 시작일 뿐이다.
북한당국은 ‘남조선 배제정책’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미국과, 돈은 한국으로부터”라는 도식을 철저히 지킨다. ‘민족공조’ ‘우리 민족끼리’ 등은 남한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정지선전적 용어일 뿐이다.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볼모적 성격’을 띠게 됨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사업조차 어떤 형태로든 북측에 돈을 집어주게 되어 있다.
“남조선과의 대화, 협상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타협하자는 것이 아니요” “상황이 긴장할수록 (어려울수록) 주체적 자존심으로 버텨야 되오”라는 김일성의 대화, 협력 지침에서 촌치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주체사상의 철벽성을 확인활 수가 있다. 우리가 유화책을 쓴다고 해서 북측이 유화로 선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측은 주한미군철수와 원조탈취라는 2대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일정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할 뿐이다. 우리가 유화의 극단인 햇볕정책을 추구할 때도 북한당국은 우리의 대북 퍼 주기 식 지원을 핵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으로 전용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남남갈등을 통한 원조탈취와 한미이간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 등 철두철미 대남 공작 차원에서 햇볕정책을 역 이용한 사실이 남북한 간의 대화, 협상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는 남쪽이 저자세이고 받는 북쪽이 고자세”인 점이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어떠한 지원도 반드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선제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일단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자세로…
김정일이 ‘전가의 보도’처럼 구사했던 전쟁위협과 핵 공갈은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정도로 한계효용에 이른지 오래다. 김정은이 선대의 수법인 전쟁위협과 핵 공갈에 매달릴수록 장 기간 ‘이솝우화’의 학습효과에 길들여져 있는 한국사회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래 대북강경 응징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팽배해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원칙과 호혜를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전쟁위협과 핵공갈 등 선대의 수법을 답습할수록 2대현안의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경제위기가 더욱 악화되면서 체제붕괴를 재촉하는 굴레가 되고 있다.
북한당국이 허황한 ‘주체적 자존심’에 사로잡혀 ‘우리 식 사회주의’의 허상을 좇는 동안 북한경제는 더욱 더 회복불가 침체의 나락으로 전락할 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적화통일이냐, 평화공존이냐 선택이 불가피한 시점이 2017년 대선일 것이다. 2020년 경 수령독재체제의 최대 불만세력인 ‘장마당 세대’가 세대교체에 의해 북한사회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부상하는 경우 ‘개혁, 개방 쓰나미’가 북한 전역을 휘몰아 칠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 친북정권이 집권하면 북한정권은 체제를 고수한 채 적화통일에 ‘올 인’할 것이고,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집권하면 적화통일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수용하는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당국이 적화통일에 집착하는 동안에는 남북한 간의 모든 대화와 협상은 주체사상의 철벽성의 지배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간 대화와 협상에 대비해서 우리가 어떠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관망하는 신중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 직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응징하되, 원칙과 호혜를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의연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공존을 실현하는 길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김명배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
- 관련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