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인가
미·중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그 틈을 타고 기습 남침을 자행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미.중 군사 개입과 충돌로
지난 달 23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 판 붙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중국은 19세기 중반 이후 아편전쟁 굴욕, 국·공(國·共)내전, 대약진(大躍進:급격한 인민공사화)운동에 따른 3000만명 아사, 문화혁명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중국은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의 실용주의를 통해 G-2 강국으로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경제적 성장과 함께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기존의 미국 세력권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미국과의 외교적 대결과 군사 충돌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다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한다.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세계2차대전 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급팽창하던 군국주의 일본이 미국과 맞닥뜨려 태평양 전쟁으로 치달았던 과거를 상기케 한다. 뿐만 아니라 미·중 대결은 2차대전 전 1차대전 패배의 굴욕을 씻고 유럽을 다시 지배하려던 나치 독일이 2차대전을 일으켰던 비극을 떠올리게도 한다. ‘역사는 되풀이 한다’던데 찜찜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21세기의 미국과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마찰과 같이 서로 외교적으로 비난하고 군사적으로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면서도 군사충돌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관계가 2차대전 전의 미·일 또는 독일·유럽 관계와는 크게 다르다는 데서 그렇다. 다만 우발적인 공군 또는 해군간의 충돌과 긴장은 빚어질 수 있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음 여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은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데서 서로 전면전으로 나서기 어렵다. 핵무기 사용은 공멸을 자초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그토록 첨예하게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었으면서도 전면전으로 말려들지 않았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나 미국 모두 스스로 핵전쟁의 자멸로 나설 만큼 우둔하지는 않다.
둘째,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호 보완관계로 얽혀있어 분쟁을 전쟁 보다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 보유 국가이고 미국의 두 번째 교역 대상 국가이다. 중국 유학생 10만명이 미국에 유학중이고 매년 수백만명이 상대지역을 방문한다.
지난 11월에는 최초로 미·중 두 나라 해군이 하와이에서 인도주의적 구조 및 재해구호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미·중간의 경쟁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는 두 나라가 전쟁으로 뛰어들기 전 한 번 더 생각케 한다. 그러나 2차대전 전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나치 독일과 유럽간에는 상호 보완관계의 경제적·군사적·인적 교류가 없었다.
셋째,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데서 오판에 의한 기습공격을 자행할 개연성이 매우 낮다. 전쟁은 오판으로 터지는 경우가 많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 기습 공격을 감행하였을 때도 일본은 미국을 얕잡아보고 오판하였다. 북한의 6.25 기습남침도 미국이 참전하지 않으리라는 오판속에 자행되었다. 그러나 오늘 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편의 능력과 의중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데서 무모하게 공격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넷째, 중국은 1당 독제체제에 묶여있으면서도 개방되어 있다. 개방 사회 국민들은 폐쇄사회 같이 일부 지도자들의 전쟁 광기에 쉽게 끌려들어가지 않는다. 2차대전 전 독일 나치나 일본 군국주의 정권이 국민들을 침략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것도 폐쇄체제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은 비록 1당 독재국가이면서도 사회를 개방하였다는데서 13억 중국인들을 전쟁터로 몰고 가기는 쉽지 않으리라 본다.
다섯째, 미·중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은 2차대전 전의 독일과 일본 처럼 영토팽창을 위한 것이 아니고 단지 외교·경제적 영향력 확대로 그친다는 데서 전쟁으로 갈 필요가 없다. 세계 1, 2위 초강대국가로서 외교적 지배권과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다툼으로 그친다. 미·중은 서로 충돌 보다는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여섯째, 유엔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발전되어 있어 그들의 중재를 통해 미·중 두 나라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 국제기구들의 분쟁조정 능력 확대는 미국과 중국의 극단적인 대결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앞에서 적시한 여섯 가지 이유로 보아 미·중 군사충돌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큼 다급하지 않다. 그러나 미·중 군사 충돌은 두 나라의 이해관계 대결로 폭발하기 보다는 북한이 남침을 자행할 경우 터질 수 있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 북한을 지원해야 하며 미국도 한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다는데서 참전해야 한다.
특히 미·중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그 틈을 타고 기습 남침을 자행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미.중 군사 개입과 충돌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한국은 물론 중국과 미국 모두 북한의 군사도발이 미·중을 전쟁으로 끌어들인다는데 유의, 북의 핵무기 등 군사동향을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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