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목포의 눈물’은 흘러도!
영남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호남 출신의 국회의원들과 더불어, 목포 가까이 자리 잡은 작은 섬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예방했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정치의 고질인 지역적 악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몸짓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지역감정을 완화시키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 대책이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믿습니다.
내 나이의 노인들은 해방 후의 역사의 현장에서 줄곧 살았기 때문에 대개 그 진상을 잘 알고 있는데, 12년 장기 집권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치하에서는 ‘지역감정’이란 말도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이 있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1961년 박정희 장군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가 성공한 뒤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초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던 그 군사정권은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권력 주변을 영남 사람들로 다졌습니다.
그 시절에 그 정권의 측근에서 일을 한 호남 인사들이 수는 적었지만 대단한 사람들이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광주 사태’가 호남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신군부는 호남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여당으로 기어들어가 대통령이 된 김영삼이라는 왕년의 ‘민주화 투사’와 대통령 박정희 밑에서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혁명 주체 김종필은 호남의 ‘영웅’인 김대중을 15대 대통령으로 모시는 일에 적극 협력하지 않고는 앞으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김대중 시대’ 10년은 대한민국의 체질을 아주 바꾸어 놓았습니다.
친북, 종북 세력이 등장한 것 뿐 아니라 이 자들이 대한민국 정치의 주도권을 노리게 되었고, “자유민주주의 아니면 우린 다 죽는다”고 믿고 사는 비영남권 인사들도, 민주주의의 깃발이라도 흔드는 영남권을 두둔하게 된 것입니다.
김유신 장군과 계백 장군의 ‘황산벌 싸움’에 38선을 넘어 이남에 온 ‘고구려인들’은 몽땅 영남 편들기 밖에 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박정희와 김대중의 생가 방문이 지역적 대립을 청산하는 일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이 되기까지는 계속 이 지역감정에 시달리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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