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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⑥〕인간을 지키는 의무

Written by. 신혁수   입력 : 2014-04-08 오후 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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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3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장려’ 글임. (편집자 주)

  성공이란 내가 몸담았던 곳에서 떠난 후에도 남은 이들이 나로 인해 받는 행복과 도움이 있는 것이다. 베품이란 누구의 탓을 막론하고 남의 어려움 앞에 곤궁하지 않고 주저하지 않으며 진심을 다해 상대를 도우려 노력하는 것이다. 복무를 시작한지 13개월, 베품의 의미를 깨닫고 성공을 향해 달리다.

 새로운 길 위에 섰다.

 7년간의 유학생활을 중단하고 군 입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굳은 결심으로 결정을 내린 후 훈련소 입소를 앞둔 내게 아버지께서 책 한권을 선물해 주셨다. 항상 병자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열악한 현실과 사회적 냉대를 경험하는 마음을 사회에 전달하여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호소하셨던 엠마뉘엘 수녀님이 쓰신 ‘아듀’라는 책이었다.

 아마도 노인 요양시설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일하게 될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아버지께서 해 주고 싶으셨던 말씀을 담은 책이었으리라.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

 길이 막혔다.

 하지만 실제로 맞이한 요양원의 모습은 말 그대로 문화충격이었다. 소통이 없는 폐쇄적인 환경은 따듯함이 없어 보였고, 이성과 조절능력을 상실한 어르신들에게서 나는 냄새에 적응하기란 참 힘든 일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생기를 잃은 듯한 눈과 마주하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은 참기 힘든 시련이었다.

 더 빠르고 더 스마트 한 것을 추구하며 날로 화려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의 모습에 역행하는 정적이고 반복적인 이곳의 ‘세상’은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의 괴리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참 많이 우울하였다. 오랜 유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가 강한 남자, 강한 군인이 되어 내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멋지게 다하고 싶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온 건강상의 문제로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하게 되었고 배정받은 복무지가 이러한 환경을 가진 곳이라는 사실이 나를 너무 괴롭게 하였다. 좌절도 참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성공의 정의도 내리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내게 성공하는 삶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어떤 배경과 환경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았던 인간의 말로는 이리 쓸쓸하고 초라하다는 나의 뇌리를 스치는 이 생각이 나를 참 괴롭게 하였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24개월을 근무할 수 없었기에 나는 내 자신에게 하루 빨리 터닝 포인트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동안 삶의 의미를 찾으려 참 열심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노년의 개별성 그리고 죽음의 개별성

 나 자신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근무에 임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항상 어르신 주변에 있고 어르신의 표현에 응답하며 어르신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도 호응하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 끝에 내가 발견한 것은 실로 놀라웠다.

 우리는 흔히 노년의 보편성과 죽음의 보편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살아온 날들의 모습과 무관하게 인간은 생로병사의 그 잔인한 태두리 안에서 누구든 늙고 누구든 죽어간다는 의미에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개개인의 마음을 읽어보려 노력한다면 인간의 노년에도, 그리고 죽음에도 개별성이 존재함을 알 수가 있다.

 중증 치매에 언어능력까지 상당부분 소실되어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할아버지가 어느 날 ‘나의 살던 고향’을 들으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셨을 때의 그 울컥함을 잊지 못한다.

 70년을 함께해온 남편이 마지막 숨을 쉬어가며 눈물로 아내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하자 아내가 아무것도 미안해하지 말라며 모든 것을 다 용서 하고 이해 하니까 사랑했던 기억만 가지고 좋은 곳으로 가라며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날에 느꼈던 참 사랑의 의미를 아직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중증 치매로 고생하시는 할머니 두 분이 누구보다 야무진 손 맵시로 수건과 옷가지를 개시는 모습을 보며 몸이 습득한 삶의 지혜에 대해 감탄한다. 중증 치매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한 할머니가 당신 아들의 볼을 어루만지며 사랑하는 내 새끼 사랑하는 내 아들을 연발 하시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낀다.

 그랬다. 이성을 잃은 듯 보이는 그분들께도 각자의 아련한 추억과, 불같은 사랑과, 삶의 지혜와, 위대한 모성애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분들의 삶에 녹아있었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에 적은 ‘노인의 모든 것은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눈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라는 구절처럼 내가 처음 마주한 그분들의 눈동자는 생기가 없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한 시대를 온 몸으로 이기며 살아오신 오늘을 가능케 한 애환의 눈동자였으리라. 어떠한 삶도 실패한 삶은 없으며 어떠한 삶도 그 자체만으로 승리한 삶은 없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하며 삶의 지혜를 적극적으로 매순간 활용하는 이 평범한 삶이 성공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해답을 얻은 것 같아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길이 보였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내가 다음으로 한 생각은 바로 어르신들께 더 큰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문제였다. 지난 13개월간 기관 내 세 부서에서 일을 하였다. 어르신들의 생활을 돌보는 생활과에서 근무할 때에는 청소, 목욕이동보조, 쓰레기정리, 식사 보조 등 어르신들께서 좀 더 쾌적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돕는 업무를 했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료과에서는 처치보조, 의료 기구 소독, 어르신 활력징후 체크 등의 업무를 했다. 그리고 현재는 물리치료과에 근무하며 어르신들의 이동 및 물리치료 보조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각 부서에 일할 때 마다 어르신들과의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청소를 할 때면 방 안에 계시는 어르신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어르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식사보조를 할 때는 어르신의 식사 형태와 선호 식품, 기피 식품 등의 특성을 파악해 어르신들의 식사시간이 조금은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어르신들의 활력징후 (혈압, 체온, 혈당)를 체크할 때는 늙어 감을 한탄 섞인 목소리로 풀어낼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최고의 상담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리치료를 위한 이동시에는 신체적 통증 뿐 아니라 마음의 통증도 푸념도 내색할 수 있는 편안한 동반자가 되어드리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 결과 입소하신 80여 어르신들 개개인의 특성과 성향, 좋아하는 음식 등 특이사항을 암기하듯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어르신들을 대하고 어르신들께 도움을 제공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마음의 벽을 허물자 따듯한 사랑의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근 시에는 서로의 손을 붙잡고 반가워하고 퇴근 시에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과자 한 조각이라도 나누어먹으려는 정이 생기고 억울한 일이 생기거나 즐거운 일이 생기면 먼저 달려와 서로에게 말해준다.

 요즘에는 “찜질해주는 큰 젊은이”로 요양원 어르신들 내에서 통한다. 마음을 열어 소통을 하니 마음 한 구석 어두운 면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분들을 향한 사회의 무관심이었다. 문화가 조금은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오늘날을 있게 한 시대의 영웅들 그리고 그 영웅들을 돌보는 위대한 일을 하는 분들에게 무심하리만큼 차갑다.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함께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들과 의기투합하여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생활하시는 모습, 행해지는 프로그램 내용 등의 홍보내용을 담은 게시판을 제작하였고 현재도 1층에서 요양원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문서제작, 홍보책자제작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재능기부 또한 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의도로 행하는 이 봉사 같은 사랑이 얼마나 값지고 기분 좋은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소박한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의무, 인간을 지키는 의무

 사람들은 아직도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다방면을 통한 홍보활동의 결과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공익근무요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다. 단기간에 이러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것이란 불가능 한 일이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의 일원으로써 나는 우리가 우리의 참 모습을 알리기 위하여 좀 더 진취적인 자세로 전진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식한다. 나는 공익근무요원의 역할이 단순히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고 베푸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의 관심이 잘 닿지 않는 곳과 사회가 교감 할 수 있는 소통의 다리를 놓아주는 일에 궁극적으로 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공익근무요원이 배치되는 분야가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렵고 낯선 분야인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러한 낯선 분야에서 배우게 되는 새로운 것들을 접하는데 있어서 두려움과 지체 없이 내용을 습득하여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한 공익근무요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기 등을 기부하는 재능기부활동을 통해 근무지에서 봉사활동적인 업무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그들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면 좋겠다.

 사회의 관심이 더 필요한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실무진외에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일일까?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다한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공익근무요원은 인간을 지키는 의무를 다한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회를 기능하게 하는 행정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여 안전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의무를 다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인간의 연대에 눈을 뜨고 어두운 곳에도 마음의 빛을 비출 줄 아는 우리가 있기에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사회가 조금 더 밝고 희망이 넘치는 곳이기를 바란다.(Konas)

신혁수 (성골롬반의 집)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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