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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지금 나 여기 있네’!

‘이미자 씨는 월남 파병 장병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다’... 임 계셔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4-07-03 오후 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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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 뒤돌아 보면은 외로운 길
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나있네
끝없이 기나긴 길을 따라 꿈 찾아 걸어온 지난 세월
괴로운 일도 슬픔의 눈물도 가슴에 묻어 놓고
나와 함께 걸어가는 노래만이 나의 생명.....<중략>

아득히 머나먼 길을 따라 뒤돌아 보면은 외로운 길
비를 맞으며 험한 길 헤쳐서 ‘지금 나 여기 있네’”

<이미자 ‘노래는 나의 인생’ 중에서>

 어떻게 여직까지도 저토록 반들반들 윤기 나는 고운 빛과 아름답기 그지없는 채색으로 단장될 수 있을까?  탁하고 어두운 세상에 한줄기 고운 빛을 던지며 우리의 삶을 밝혀주는 등불을 어찌 저리도 쉼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비추어 줄 수 있을까? 감탄하고 탄복하며 양손 모아 한 없는 박수를 계속 쳐댈 뿐이다.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여가수’,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가수’, ‘하늘이 내린 가수’...... 그 날도 그랬다. 그 어떤 수식이 가해진다 해도 그 수식이 아무리 덧대이고 덧대 과장이 도를 넘는다 해도 그 마저도 부족함이 있어 보이는 것은 가히 그 의미가 그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어서 이지 않을까 싶어진다. ‘동백아가씨’의 가수 이미자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동백아가씨’, ‘유달산아 말해다오’ ‘기러기 아빠’ 등 한 곡 한곡 혼신을 다한 열창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은 온통 박수와 환호의 도가니로 변하고 있었다. 근래에 ‘인생은 60, 아니 70부터’라고 하는 말이 유행을 탄다하지만 고희(古稀)를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대스타’ 이미자 씨 앞에서 나이는 그저 흘러간, 하나의 숫자에 지나 보이지 않았다. 

 2일 저녁 늦은 시각, TV채널을 돌리다 보니 ‘이미자 노래인생 55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데뷔 55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열린 기념 콘서트 였다. KBS 유명 프로그램인 ‘가요무대’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김동건 아나운서의 구수한 진행으로 시작된 콘서트는 단 한사람 게스트 조영남을 제외하고는 오직 그 혼자만의 노래로 근 2시간여에 걸쳐 이어져 매 순간 순간 환호와 박수갈채, 벅찬 감동과 희망, 스토리가 있는 내용으로 객석을 메운 관객이나 TV화면에 빨려든 시청자 모두에게 진한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대부분 팬들이 기억하겠지만 1959년 18세 나이에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 씨의 인생은 어쩌면 그의 50주년 기념 발표 곡 ‘노래는 나의 인생’이 대변하고, 그 스스로의 인생 자체가 그대로 묻어나는지도 모르겠다.

 1960, 70년대 가난하고 못살았던 시절, 국민은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고, 이역만리 월남에서 독충과 부비츄랩, 베트콩과의 대결로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으며 열사(熱砂)의 중동 사막지대에서, 독일의 지하 2천 미터 막장 탄광과 병원에서 한없는 눈물을 뿌려야 했던 근로자와 광부, 간호사들의 눈물을 보듬으며 천사의 목소리로 내일의 희망과 꿈을 전해주었던 스타 이미자.

 그는 데뷔곡 ‘열아홉 순정’에서 ‘동백아가씨’  ‘내 삶의 이유 있음’의 55주년이 되는 오늘까지 그녀가 보여준 이미자는 스타이자 일반 대중의 우상이기 이전에 한결같은 우리 모든 한국인의 보편적 연인이요, 이웃집 아줌마와 같은 친근미 넘치는 보통 사람이었다.

 18살 처녀 시절부터 부른 노래가 물경 2000곡이 넘고 발표된 음반만도 500장이 훨씬 넘는다. 2년여 전 필자가 회원으로 있는 (사)국제외교안보포럼 상임이사 이신 1980년대 우리나라 방송 연예계의 산 증인이자 특히 가수들에게는 대부 격으로 아직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박창학 전 KBS 원로 PD가 이미자 씨에 대해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이미자 씨는 1백년에 한번 날까 말까한 불세출의 스타다. 그녀는 그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성대를 가진 연구 대상감 가수다. 대 스타이지만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내색한 것을 본 적이 없다. 하늘이 내린 가수이며 그런 가수가 우리 곁에 있고, 이 시대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우리국민이 행복한 것이다”고.

 또 언젠가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모 언론 기자가 인터뷰하면서 평생 노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언제 였던가를 묻는 말에 월남전 위문 공연을 든 것이다. 필자는 군 복무 중 문선대 공연을 직접 지휘하고 이끌고 한 적이 있어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지금도 업무관계상 월남전참전자회 관계자분들과 자주 대면을 하곤 한다.

 해서 월남 파병 장병에 대한 위문공연 얘기가 나오면 귀가 솔깃해지고 그 때마다 숱한 가수들이 거명되지만 단연 이미자 씨다. 물론 고교 선배이시기도 한 남진 씨도 빠짐이 없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자유월남을 지키기 위해 총 31만 여명의 국군이 파병됐다. 

 이미자 씨는 파병 장병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이미자 씨를 자주 지목했고, 그녀가 무대에 설 때마다 객석은 장교 병사 가림 없이 울음바다로 변했다고 한다. 고향 만리에 그리운 가족을 두고 온 장병들이 심금을 울리는 이미자 씨의 노래에 자신을 송두리째 담아 버린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이역만리 타국에서 가난한 나라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죽음을 불사한 채 정글을 내달리며 일면 나라의 경제건설을 위해, 일면 세계평화와 자유월남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던 젊은이들과 호흡을 함께 했던 이미자 씨는 그 시절 애달픈 젊은이들의 심장에 똬리를 튼 영원한 친구이자 애국자 였다.

 이미자 씨의 세종문화회관 첫 공연이자 25주년 기념 콘서트 사회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그의 기념 콘서트 진행을 함께 하고 있다는 명사회자 김동건 아나운서의 음성도 이 날만은 떨림이 있었다. 그리고 소개를 할 때마다 “여러분, 이 분이 이미자 씨 이십니다”. 무한한 신뢰와 존경이 담긴 소개말이었다.

 어찌 그 소개가 데뷔 55주년을 맞는 가수로서 이미자만을 칭하는 말이겠는가? ‘엘리지의 여왕’이란 지위(?)에 있으면서도 겸손과 배려, 나눔으로 고통에 시름겨워하고 아파하는 모든 우리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민 그의 아름다운 삶이 있었기에 동시에 묻어나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김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등장한 불세출의 스타는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운을 뗀 뒤 “내가 정말 큰 사랑을 받은 가수였구나 하는 것을 이 자리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예의 겸손의 말을 덧붙였다. “30주년 공연보다 가창력도 줄고 모습도 많이 달라졌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여러 어르신들을 모시겠다. 부족함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하고 들어 달라”고.

 노래 중간에 게스트로 나온 가수 조영남 씨의 너스레가 객석을 웃음으로 이끌었다. “이 분이 없었으면 내가 1등할 수 있었는데, 이미자 씨 때문에 항상 2등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해 폭소를 터트리게 했다.

 이 날 김동건 아나운서도 웃음을 보탰다. “이미자 씨 1백주년 기념 콘서트도 바로 세종문화회관 이 자리서 갖겠다. 오늘 55주년 콘서트에 여러분은 표를 사가지고 오셨지만 100주년 기념공연에는 여러분을 모두 초청장으로 모시겠다. 지금 여러분이 앉아 계신 자리가 바로 100주년 공연 관람자리다”고 말해 박수와 웃음이 진동했다.

 자신이 부른 2000여 곡이 넘는 모든 노래가 다 똑같다고 말하면서도 거듭된 질문에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이미자 씨는 공연이 끝난 후 “감사합니다”며 좌우 무대를 오가며 고개 숙여 인사를 전했지만 정작 그 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표해야 할 이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관객, 바로 우리들이 아니었는가를 되뇌며 필자 또한 힘찬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현오(칼럼리스트, 수필가. holeekva@hanmail.net)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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