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의지의 결핍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안보를 소홀히 하는 국가는 없다. 그래서 각국의 헌법에서는 자국의 국가안보에 대해 규정하고 군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군사학의 바이블이라 할 ‘손자병법’에도 첫 장인 시계편(始計篇)에서 전쟁(안보)은 국가의 중대사(兵者國之大事)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안보는 국가존립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보강의를 다니다 보면 6·25 전쟁을 체험한 기성세대들은 귀를 기울이지만 중·고생을 비롯한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안보교육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여러 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교육프로그램에서 안보교육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반면 성희롱 예방이나 의사소통 교육 등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자칫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우리는 성관련 문제를 소홀히 해 고위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처벌을 받은 예를 흔히 보아왔다. 그러나 어찌 안보와 성희롱 예방교육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현실을 체험하며 115마일 휴전선을 지키는 국군 장병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수호자들이다. 그러나 편안히 학업에 열중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안보란 산소와 같은 것이다. 우리 인체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이 끊어지듯 국가안보가 잘못되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CIA부국장을 역임한 레이 S. 클라인은 1994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에서 국력 평가시 유형전력과 무형전력의 곱으로 계산한 바 있다. 즉 인구(C), 영토, 경제력(E), 군사력(M) 등의 유형전력과 국가전략목표(S)와 국민의 의지(W) 등 무형전력의 곱으로 국력(P)을 평가했다. 국가전략과 국민의지가 결핍될 경우 유형전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국력의 총합이 ‘0’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찍이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전략과 의지가 결핍되면 베트남과 같은 국가와의 전쟁에서 패한다는 점을 증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북한과의 GDP면에서 40배 이상의 우위를 보이고 있고 인구 역시 배 이상이 되지만 우리의 전략과 안보의지가 결핍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눈앞의 현실과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안보교육의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자유통일을 목표로 대적우위의 강한 전략과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병영 곳곳에서 일어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구타사고로 인해 대내외에서 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것 역시 무형전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군장병들은 확고한 안보의지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하늘과 땅과 바다를 수호하기 위해 대적경계에 여념이 없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묵묵히 GOP 소초에 투입되는 국군장병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힘이 솟는다.
김인술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 출처 : 국방일보 8월13일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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