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답답한 한국 사회
정치가 없다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제가 바닥을 긴다고 울상인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와 경제가 절망적이라면 국민의 일상생활도 절망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절망으로 몰고 가는가? 세월호 참사가 원흉입니다. 그것은, 산불 하나가 마을 하나를 다 태워버린 불행과 비슷합니다. 산불이 저절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등산객이 숲속에 던진 담배꽁초 하나가 큰 불로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놈을 잡아라!” “원수를 갚겠다!” 그런 울부짖음이 도처에서 들렸습니다. 연인원 100만이 넘는 많은 경찰이 동원되어 이놈을 뒤쫓아 수사망을 좁혀갔지만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전라도 순천에서 매실 밭을 가꾸는 한 농부가 다 썩어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숲속의 시체 하나를 발견하고 “노숙자의 시체가 1구 발견되었다”고 경찰에 신고하여 유병언은 ‘죽어서’ 잡혔습니다.
줄거리는 이것뿐이지만 관련된 이야기는 날이 갈수록 ‘괴담’ ‘악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납니다. 추리 소설 작가이던 김래성의 탐정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날마다 쏟아져 나옵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가지고 여야간의 일단 타협이 성립되었습니다.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야당 외곽부대의 ‘강경파’가 “그런 타결은 용납할 수 없다. 합의 된 것을 뒤집어엎고 오직 강경 일변도로 나가야 한다”고 야단합니다. 야당 비대위의 박영선 대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민생법안들도 회기 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흉인 유병언이 저렇게 비참하게 죽은 것을 눈으로 보고도 세월호 유가족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 겁니까? 단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은 무조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한다는 법령이 설사 국회를 통과해도 유가족들의 마음은 계속 전쟁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왜? 유가족들의 전투가 계속되기를 갈망하고 획책하는 자들이 혹시 국내 국외에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나도 답답해서 묻는 것 뿐입니다. 정치는 흔들리고 경제는 무너지는 이 현실을 바라보니 가슴이 답답해서 한 마디 합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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