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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로 남북고위급회담 풀어야

Written by. 차도성   입력 : 2014-09-23 오전 9: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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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지난 15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대북전단(삐라) 살포 중단을 청와대에 직접 요구해 그 배경과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은 대남 전통문을 통해 남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제2차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만약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 군대가 보복 조치를 유발할지 모른다”고 위협까지 했다.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구와 위협은 우리 정부가 제의한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에 대한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시킬 수 없는 처지를 잘 알면서도 고위급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이를 빌미로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고,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상투적인 대남전략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추석 명절을 위해 그리운 혈육을 만나보겠다는 이산가족들의 인도적 소망을 배신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만행이다.

 북한이 갑자기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대북전단이 북한 체제에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북전단 내용에서 북한 체제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점, 김정은 통치자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문제, 그리고 빈곤과 인권탄압의 책임론까지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데 따른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가 체제 유지에 크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요즘같이 주민들이 가을걷이로 외출이 잦을 때는 대북전단이 많이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 북한에 부담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북한이 대북전단을 ‘종이 폭탄’으로 비유하며 정권 차원에서 대비를 서두르는 현실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대북전단을 통한 심리전 문제는 북한의 책임이 더 크다. 북한은 휴전협정 이후 61년간 45만여 건의 휴전협정 위반 사례 가운데 대남전단 살포와 대남 비방 방송이 42%나 될 정도로 치밀한 심리전 공세를 펼쳤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남북한은 무엇보다 인도주의 측면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분단과 동족상잔에서 빚어진 비극적 유산이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은 민족적 책무이며 역사적 소명이다.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 보기 위해 상봉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6만 명 이상이 유명을 달리한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유익한 현실적 방안이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독일 드레스덴 구상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제기한 이후 8월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 제의와 6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은 남북이 인도주의로 경색 국면을 해소할 수 있다는 통치자의 자신감을 확인시킨 대목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것에 대한 부당함을 인식하고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촉구한다.

차도성 (통일부 통일교육위원ㆍ칼럼니스트)

* 출처 : 국방일보 9월23일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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