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으로〕
“군 폭력 사건은 군대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가 전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문제”
최근 군 폭력 사건과 이에 대한 처리과정을 접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어 진정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마음으로 두서없이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가는 6·25전쟁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강산과 온갖 시설을 파괴하였고, 300만 명의 인명피해를 비롯하여 천만 명의 이산가족을 만들어 냈다. 그러한 아픔과 희생은 휴전이 되면서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분단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에 국민들을 많이 슬프게 한 군 폭력의 희생자인 임 병장이나 윤 일병, 이들은 북한의 침략으로 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입대 했던 우리의 아들들이다.
지금까지 군대 내에서 병영문화에 대한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 근절을 위해 군 자체적으로도 많은 고민과 제도 개선도 있었지만, 군대 내부의 폭력과 부조리는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왜 군대내의 폭력과 부조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그 배경과 뿌리는 모른 체하고, 눈에 보이는 겉 모습만 보고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다시 말하면 단편적인 현상에 매달려 직접 관계있는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임시방편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이번 군 폭력 사건은 군대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가 전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감당하지 못한 아들들의 기본적인 인성에 대한 문제를 군에만 화살을 돌리고 책임을 지우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케 할 뿐이다. 우리 아들들은 평소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생활하던 사고방식과 행동들을 군대라는 통제된 곳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군 폭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들들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올바른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
본질적으로 군은 인성교육을 책임지는 곳은 아니다. 군대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과 전투력을 가진 군인을 양성하는 곳이므로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우리 군이 본연의 임무인 교육훈련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군을 믿고 도와주어야 한다.
지금 각계에서는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하여 입법과 제도개선, 책임추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 미봉책일 뿐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돌아가 이제는 부모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머니들이...
아들들에게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을 격려해 주고, 자긍심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또한 내 아들에게 ‘너 맞았나, 안 맞았나?’를 묻기 전에, ‘너 때렸나, 안 때렸나?’를 물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문화가 전우들 간에 싹 트게 하는데 내 자식이 앞장서게 해야 한다.
어머니들의 말 한마디는 큰 몫을 한다. 요즘 어머니들은 많이 바쁘지만, 그러나 식사 할 때 밥상머리 교육으로부터 시작하면 변화는 분명 일어날 수 있다. 늦어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기 전에 가정에서부터 기본적 인성을 가르치는 것은 자식이 한 평생 살아가는데 시험지 답안지 잘 메워 출세하는 것보다 더 큰 유익을 줄 것이다.
또한 이번 윤 일병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은 내 아들 잘못 가르친 것을 군 지휘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군 지휘관도 우리들의 아들이며, 남편이며, 아버지이다. 지금은 ‘군대와 지휘관’이라는 얘기만 나오면 목이 메인다.
요즘 군 지휘관을 보면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초라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듯하다. 사고치는 자식으로 인해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지치고 힘든 아버지의 모습! 이제는 우리가 국가 안보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그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게 해야 한다.
군의 사기 진작을 말할 때 보통 병사들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세계 전쟁사에서 보면 승리의 원인 중의 하나가 지휘관의 사기라고 한다. 지휘관의 기가 살아 있어야만 그 지휘관의 모습을 본 부하들은 사기가 충천해져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병사들은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면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지만, 군 간부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국방의 책무를 다하는 나라의 버팀목이다. 열 명이 지켜도 한명의 도둑을 못 잡는다고 했다. 군 지휘관에게만 처벌의 범위와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군 폭력을 근절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윤 일병 사건 이후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만들어져서 군인권법 강화와 군옴부즈만 같은 제도까지 군대 내에 반영하려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분단현실과 군대 존립의 특성을 무시하고, 내 자식의 잘못된 인성을 뒤로한 채 즉흥적 발상으로 개선책이 나와선 곤란하다. 그래서 몇 가지 제안을 하면 CCTV 설치는 또 다른 인권의 문제를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함이 필요하고, 평일 면회 문제는 동료들과 형평을 맞추면서 훈련이나 일과 등을 고려하여 실시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군 인권문제나 병영문화혁신은 군의 사기와 전투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군을 간섭하여 동네북을 만든다면 자칫 군은 싸우는 군대를 포기하고 사고예방에만 급급한 군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인권을 강조하는 선진국들도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여 헌법상 기본권에 제한을 둔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겠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군대에 갔다 온 모든 사람들이 군복무를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부모님이 우리 아들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자랑스럽게 가족 품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 그리고 따뜻한 애정을 보일 때이다.
오늘 이 순간 이 후, 울게 될 대한민국의 어버이들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Konas)
손영수 (前 대한어머니회 중앙회 서울시 이사 / 통일진흥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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