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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에 가보면

Written by. 정영휘   입력 : 2015-04-22 오전 9: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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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놓여 있는 시계를 먼저 만나게 된다. 시간을 알리기 위함이라면 마땅히 눈높이에 맞는 위치에 있어야 할 텐데 웬 땅바닥이라니? 게다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시계는 초침이건 분침이건 움직이질 않는다. 시곗바늘은 4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고 고장 난 시계도 아니다. 세상에 단 하나 있는 이른바 ‘전쟁의 시계’다.

 1950년 6월 25일, 대한민국 사람들이 평화로운 꿈속에 잠들어 있던 새벽 4시, 북한 공산군이 38선을 넘어 남한을 침공한 시간을 가리키며 비통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이 시계는 남북이 통일되는 날, ‘평화의 시계’로 다시 태어나리라.

 시계 바로 옆에는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조형물이 있다. 건장한 국군 장교와 인민군 군복을 입은 나이 어린 병사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동상, ‘형제의 상’이다. 6·25전쟁 당시 형과 아우가 서로 적군으로 싸우다 극적으로 상봉한 가슴 아픈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사랑과 화해,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통일을 향한 겨레의 염원을 응축한 이 동상은 그냥 구리 덩어리가 아니다.

 전쟁기념관 본관 좌우에는 건축물의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는 날개처럼 펼쳐진 회랑(回廊)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누구나 숙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회랑 기둥마다 설치된 ‘전사자 명비’에서 수없이 많은 전사자의 이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국군과 경찰 전사자 15만7019명, 6·25전쟁 당시 유엔군 전사자 3만7645명 등 20만 명 가까운 이름이 담겨 있다. 여기에 천안함 46용사의 이름이 해군 명비에 추가돼 우리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 가운데는 미군 전사자 5만4246명의 이름이 있다. 그 옆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 딸들을 기리며….’

 이렇게 살아남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해마다 한미연합 상륙기동훈련인 쌍룡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전쟁연습 중단하라’는 구호와 함께 ‘평양점령을 상정한 전쟁연습 중단하고 평화협상 시작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떠벌리는 시위대가 훈련이 진행 중인 해안지역을 흔들어 놓았다. 군사 훈련장에서 적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구호와 선전문구로 소란을 피우는 이런 깽판을 치는 일이 어느 나라에 또 있다던가?

 북한은 훈련 당일 북방한계선을 향해 500발의 포사격을 가했는데 이들은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어느 나라 국민이며 누구를 위한 집단행동인가. 대한민국이 탄생해선 안 될 나라라면 왜 정통성이 있다는 북으로 가서 살지 않는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오순도순 살 수 있도록 제발 훼방 좀 놓지 말라. 전쟁기념관에 아로새겨진 20만의 영령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정영휘 (한국안보평론가협회 이사장)

* 국방일보 4월 22일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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