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노동에 동원했던 하시마(端島) 탄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는데 이어, 태평양 전쟁 때 자살특공대 기지와 조선인을 강제징용한 부대가 있던 곳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잠정 목록 11개 지역 이외에도 아마미(奄美)·유쿠(琉球) 지역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지난 2013년 1월 31일 "외무성, 문화청 등 여러 기관과 협의한 결과 아마미·유쿠 지역을 2016년까지 세계유산 잠정 목록(자연유산)에 올리기 위해 관련 문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는 이들 지역은 일본군 자살특공대 기지가 있었거나 조선인들을 대거 강제징용한 군사시설이 있었지만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잠정 목록에 곧 올라갈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마미는 가고시마현 오시마군에 있는 712㎢ 규모의 섬이며, 유쿠는 오키나와를 뜻한다. 아마미와 오키나와는 자연환경이 빼어나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아마미에는 자살특공대들을 전장으로 보내는 특공기지 3곳(미우라·노미노우라·구지)과 대규모 노동 부대인 특설수상근무대가 있었다.

 자살특공부대는 '신요'(震洋)·'마루레'·'가이텐'(回天) 등으로 불리는 소형선박을 타고 폭탄을 실은 채 적함에 돌진하는 부대였다.

 아마미 군사시설에 동원된 조선인은 정부에 정식으로 피해 신고가 접수돼 확인된 것은 23명이지만 실제로는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위원회는 보고 있다.

 대부분 전라도 지역에서 끌려간 이들은 일본군 제228설영대에 소속돼 맨손으로 바위나 돌산을 깨 자살특공대 출격기지를 닦는 등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 전쟁 말기인데다 인근 해안이 연합군에 의해 봉쇄돼 식량 조달조차 되지 않아 이곳에 동원된 조선인들은 큰 고초를 겪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 중 가장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곳으로, 조선인 수천명이 노동자·군속·군인으로 징용됐다. 오키나와 강제 동원 피해자는 위원회가 확인한 것만 2천671명에 달한다. 특공기지와 광산, 비행장, 군부대 등에 동원돼 상당수가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자살 특공기지와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동원으로 희생당한 군사시설이 있던 곳을 문화유산으로 포장해 세계유산에 등재하려 하고 있다"며 "단순히 노동력을 착취당한 곳이 아니어서 하시마 탄광이나 사도 광산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