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기억하기와 숭고한 의무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핵무기 위협 앞에서 우리에게 6·25전쟁은 여전히 진행형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미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승전 70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또 작년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라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념행사와 학술발표회가 줄을 이으며 역사 기억의 의무를 다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및 유럽 열강은 핵 억지력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핵무기 개발과 원자력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전쟁 중 세계 최초로 핵폭탄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냈던 영국과 프랑스는 종전 직후부터 원자력 개발의 중심을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군사적 목표에 두었고, 원자력 산업을 전력생산용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을 부차적인 목표로 삼았다.
런던에서 ‘자유 프랑스’를 이끌며 항독운동을 벌였던 드골은 1945년 프랑스가 해방되자 과학, 산업, 그리고 국방의 다방면에서 원자력 이용을 위한 과학기술연구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원자력연구소(CEA)’를 창설했다. 당대의 저명한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원자력연구소는 처음부터 원자력 발전보다는 군사적 목적을 중시했다. 이후 프랑스는 군사용 원자로와 발전용 원자로를 동시에 개발하고, 군수용 플루토늄 생산과 민수용 핵연료 재처리 확대를 계속해 나갔다. 마침내 1958년 제5공화국의 대통령이 된 드골은 자주국방과 ‘위대한 프랑스’ 건설을 기치로 내세우며 군수용 및 민수용 원자력 산업정책을 더욱 강화해 핵폭탄 실험 성공과 잠수함용 원자로를 독자 개발해 핵잠수함을 진수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 결과 현재까지 프랑스는 전체 전력생산의 75%를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고 원자로 58기를 보유하고 있는 원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진흥정책 덕분에 라팔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우주산업·초고속열차·제약산업 등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하원이 원자력 발전 비중을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을 통과시키면서 변화의 기류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프랑스가 원자력 정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수준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40%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 전환법’ 초안도 의회와 기업, 시민단체, 노조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탄생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마침 오늘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6·25전쟁 정전협정 62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했던 국군과 유엔군 참전용사, 그리고 정전협정 이후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가 강대국들의 시끌벅적한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묻혀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질까 내심 걱정스럽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핵무기 위협 앞에서 우리에게 6·25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과거 역사를 기억해야 할 숭고한 국민의 의무를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문지영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국방일보 7월27일 17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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