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장 변화와 김정은 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하는 컨퍼런스가 국민통일방송 주최로 14일 오후 중구 세종대로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고난의 행군 이후 생존을 위해 활성화된 시장이 주민의 삶과 북한 경제체제 자체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시장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북한 당국의 정책변화와 체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박인호 데일리NK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시장의 변화와 현황’ 발제에서, 김정일의 종합시장 승인이 유휴인력에 한해 국가가 통제 가능한 범위로 제한했고, 외화와 식량거래의 제한, 외부정보 유입의 봉쇄 등을 특징으로 한다면, 김정은 시대의 시장은 국가 행사동원을 명분으로 하는 시장폐쇄가 현저히 줄고 종합시장 밖의 노점상 승인, 자격제한 완화, 뇌물의 관행화 들을 특징으로 꼽았다.

 즉, 김정은 시대 종합시장의 발달은 “전 국토의 시장화, 전 인민의 시장화, 전 간부의 시장화, 전 품목의 시장화”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진영의 양 극단이 북한을 ‘굶어 죽어가는 사회’로 인식하고 5.24조치 해제여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주관적인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우리 정부의 카운트 파트너는 굶어죽는 주민들을 볼모로 삼는 김정일이 아니라 시장화의 고삐를 쥐고 있는 김정은이므로 대북전선과 통일정책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문별 시장의 발전 형태와 한계’ 발제에서, “북한의 시장 확산이 2000년대 이후 북한경제 회복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나 북한의 시장 확대가 최종 소비부문의 주도로 이뤄져 북한 내부에서의 생산 확대와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는 국가 재정에 의한 투자가 크게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발달이 지체됨에 따라 북한 내부에 축적된 화폐가 생산역량으로 전환되지 못한 결과이므로,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발달을 통해 생산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강미진 데일리NK 북한팀장은 ‘환율과 물가를 통해 본 북한 시장’ 주제 발표에서 “김정은 체제 등장후 장마당에 대한 단속과 통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반면, 외부정보 유입을 위한 국경경비는 강화하고 있다”며,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최악의 식량난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북한처럼 민간 주도로 시장이 크게 성장한 국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개방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시장친화적 정책을 편다고 해서 그것이 개방개혁이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포기하기 어려운 세 가지로 시장, 중국, 핵을 꼽고, 이 중 반드시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당연히 핵무기이고, 시장과 중국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중국”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없으면 북한 체제가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어 “북한의 시장화가 북한 체제를 약화시킨다는 예상과 달리 현실에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시장이고 시장화이므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눈에 띄게 바뀌는 북한 시장의 확산을 보면서, 북한이 미래 얼마나 바뀌고 통일에 어떤 기여를 할지 진단해보고자 한다”고 콘퍼런스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