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安保)’는 말로서만 되는 게 아니다!
정신무장이 겸비된 군사적 대비와 국민의식의 대통합이 갖춰진 가운데, ‘안보가 살아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의미 되새겨야
2017년 새해 들어 올해는 매년 있던 대통령 신년 인사가 없었다. 대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아침 국무위원들과 국립묘지를 참배한데 이어 2일 대국민 인사가 있었다. 이것도 대통령을 대신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 가결(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 투표 참여, 탄핵소추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명)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된 때문이다.
대한민국 68년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한 것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4·19, 5·16 혁명, 12·12 사태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이어 5번째다. 북한의 실질적인 핵위협이 국민의 심장을 죄이고, 국제사회의 파고(波高)가 노도처럼 밀려오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을 비롯해 민생은 갈수록 버겁고 힘에 부치는 상태에서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자 참변이지 않을 수 없다.
수백만 시민이 수도 서울 광화문광장을 메우고 전국의 노지(露地)에서 민심이 들끓었다. ‘이것도 나라냐?’며 피켓을 들고 촛불과 침묵시위로 주말을 지새웠다. 경우의 차이는 있어도 보편적인 이들의 모습은 이념이나 사고의 차이보다 ‘금수저’와 ‘흑수저’로 비견되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국가의 정상적인 궤도와 운영을 저버린 자들에 대한 분노와 그에 맞닥뜨린 자화상(自畵像)이기도 했다. 어느 누군가는 그랬다. “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 떼려준 격”이라고.
2일 황교안 권한대행이 금년도 정부 기관 시무식에서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안보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북한의 핵위협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황 대행은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군에 대북경계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도 통화하며, 외교현안과 중요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북, 국방의 현실과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북한 김정은 집단에게 발하는 한편으로 국민을 안심케 하려는 군 통수권자 역과 국가수반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앞선 1월1일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를 했다. 2013년 첫 육성 신년사를 시작해 올해로 다섯 번째다. 김정은은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미국, 대한민국과 더불어 국제사회가 다 들으라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이틀 후인 4일 황교안 권한대행은 정부 안보 부처인 국방․외교․통일부, 국가보훈처로부터 새해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굳건한 안보’가 주제였다.
북한은 지난해 1월6일과 9월9일, 2차에 걸친 핵실험과 8차례 시험 발사한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20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실패와 성공을 떠나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과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김정은의 야욕이자 금년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음이 신년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 대행이 안보부처의 업무보고를 타 부처에 우선해 받은 것은 모두(冒頭) 발언을 통해서도 밝힌 것처럼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과 엄중한 국내 정치상황에 따른 불확실한 국제정세 때문”임이 보고 주제를 통해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구태여 손으로 찍어 맛을 보지 않는다 해도 지금 현재 국가가 직면한 과제는 참으로 엄중 다대하다. 단 하나도 단순한 게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3천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매몰 처분되고도 끝을 알 수 없다. 세계 선박수주 1위를 달리던 조선 해운업이 속절없이 추락, 날개가 꺾였다. 수출1위 자동차 산업도 이젠 중국 벽에 막혀 ‘아, 옛날이여!’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던 나라에 초비상이 걸린 게 오늘의 현실이다. IMF를 극복하고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조여 맨지가 엊그제인데 서민의 삶은 갈수록 핍박하고 도처에서 퍼지는 파열음에 경제 활력화가 언제일지 당국자도, 국민 너 나도 난망이 오늘의 시점이다.
안보는 또 어떤가?
당장을 예측키 어려울 정도로 국민적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북한의 도발행위는 말할 나위 없고, 중국의 바다 해적단은 싹쓸이 불법 어로(漁撈)잡이로 어민(漁民)을 고사(枯死)시키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초강경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치 저들에게 빌미를 부여키 위함인지, 아니면 지난 과거역사를 되풀이하기 위한 외교인지 모르겠으나, 4일 중국 방문 길에 오른 야당 의원 8명을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환대했다. 우리 외교당국과의 소통을 의식적으로 피하던 이전과는 판이한 조치다. 그러면서도 왕이 외교부장은 '주권적이고 자위권 차원'의 우리 국민의 생존을 위한 사드배치를 집중 견제하며 반대했다. 방문 의원단이 나름의 이유와 해명을 곁들이고 있지만 도대체 이 시기에 중국행을 감행한 이들이 공익(公益)과 사리(私利)를 제대로 변별해서 하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안보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해 안보대비태세를 강조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환영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안보는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로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말로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게 있다. 무기체계의 필요적 조치완비와 현실화, 정신무장이 겸비된 군사적 대비와 국민의식의 대통합이 상시 갖춰져야 한다. ‘안보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나아가 ‘안보가 살아야 경제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 또한 함께하는 유의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새해, 김정은은 집권 6년차다. 金은 공포통치를 통해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핵의 실전배치를 병행, 핵보유국 지위인정을 받고자 혈안이 될 것이며, 국제사회를 녹록지 않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임기 시작(1.20)과 더불어 미국을 포함해 주변국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혼돈과 혼란이 예상되는 이 시기, 우리 모두 광풍(狂風)이 몰아칠 때마다 슬기롭게 국난(國難)을 극복했던 선조들의 예지를 받들어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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