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전북 무주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내년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평창 단일팀 구성을 위해선 먼저 “정치적 환경이 해결돼야 한다.”며 즉각 거부했다. “정치적 환경”이란 북한이 주장해온 남한의 5.24 대북제재조치 해제, 남북대화에서의 핵 협상 배제, 한 ․ 미군사훈련 중지 등을 말한다.

 통일부는 5월말부터 서둘러 민간단체들의 대북 접촉과 교류를 허가하기 시작했다. 통일부는 북한에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보내겠다고 신청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방북을 서둘러 승인했으며 무려 10여 곳의 방북을 더 허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5일 남한 민간단체들의 방북 신청을 모조리 거절했다. 북한의 입북 거부 이유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지지한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유엔 (대북)결의를 남한이 적극 지지한 상황에서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평화를 논의하는 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6일 “남조선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북남관계가 저절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일부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를 허용한다고 해서 북남관계가 대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밖에도 북한은 6.15 남북공동선언 남측위원회가 17주년 기념행사를 개성에서 개최하자는 제안도 거부하며 평양서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북한이 남한 민간단체들의 방북제의를 거부한 저의는 저와 같은 표면적인 것 외에도 또 있다. 남한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들어오고 싶으면 남한 정부의 대북제재를 반대해야 한다고 선동하기 위한데 있다. 동시에 서울의 새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면 김대중 ․ 노무현 정부처럼 북에 퍼주고 비위맞춰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날 김 ․ 노 두 정부는 집권 10년 동안 “북한에 주면 변한다”는 기대 속에 북에 퍼주고 비위 마춰주며 끌려 다녔다. 김 대통령 측근은 금강산 관관사업으로 북에 지불하는 돈은 “민족 제단 앞에 바치는 헌금”이라고 칭송하기 까지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노 대통령은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하면 다 깽판쳐도 괜찮다.”며 남북대화를 절대 선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북한은 퍼주었어도 결코 변하지 않았다. 도리어 퍼준 돈으로 핵 ․ 미사일을 개발해 핵 실험을 다섯 차례나 감행했으며 5000만 남한 국민들을 핵폭탄으로 절멸코자 날뛴다. 이제 여섯 번째 핵 실험에 들어갈 태세이다. 미사일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날의 쓰라린 경험으로 보아 북한과의 관계는 “주면 변한다”가 아니라 “준 돈으로 핵공격 한다”는 등식이 분명해 졌다. 그래서 이명박 ․ 박근혜 정권은 북에 주지 않고 제재로 맞섰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유엔조차도 북한에는 제재 밖에 없다며 제재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1일 올 들어 두 번째 대북 독자 제재에 들어갔다. 다음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 2356호를 통과시켰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자행한지 7번째의 유엔 대북 제재결의안 채택이었다. 5월27일 G7(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은 북한이 핵 ․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한다며 민간단체의 방북을 허가했다가 북한에 의해 반정부 선동용으로 이용되고 말았다. 북한 김정은에게 민간단체들이 대북제재를 반대하도록 선동할 수 있는 기회만 열어준 셈이다. 김 ․ 노 정부가 북한에 퍼주고 비위맞춰주며 북에 핵 ․ 미사일 개발 비용과 시간만 벌어준 결과를 떠올리게 한다.

 새 정부도 G7 국가들이 선언한 것처럼 북한이 핵 ․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도 지난날과 같이 중단시키고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남북대화는 “대화할 상황이 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남북대화가 상당기간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아직 “대화할 상황”은 안 되었다. 지금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에 박차를 더욱 가할 때이다.(konas)

정용석 /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