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기념 시설물 소개」 (5) 해인사
영화 ‘모뉴먼츠맨 : 세기의 작전’, ‘우먼 인 골드’,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이들의 공통점은 전쟁 속 문화재를 소재로 한다는 것이다. 보통 전쟁기간에는 단순히 영토와 자원이 피폐하게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라의 고유문화를 빼앗고 파괴하는 것도 전쟁의 일부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숱한 전쟁 속에 문화재가 소실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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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전통, 역사, 문화, 종교 등이 망라된 선조들의 영혼이 깃든 작품들이 주는 힘은 그 어떤 웅변보다 강하다. 인류탄생 이래 사람들은 해나 달에 소원을 빌고 커다란 바위나 동굴안에 원하는 것을 새기며 복받기를 기원해 왔다. 그 중 고려시대 사람들은 팔만대장경을 새기며 국가의 위기를 부처님의 힘으로 이겨내고자 했다. 그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에서 한순간에 불타 사라질뻔한 위기를 겪었다. 6.25전쟁 당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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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포탄이 빗발치던 1951년 당시 제10전투비행전대장이었던 김영환 대령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리산과 가야산 일대의 낙오된 북한군과 무장공비 토벌을 위한 작전이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김영환 대령은 사찰 상공을 몇 번 선회한 뒤 해인사와 떨어진 산속에 폭탄을 투하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명령불복종에 대해 "사찰이 국가보다 중요하지 않지만 공비보다는 사찰이 중요하다"는 항변과 동료들의 증언으로 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소실을 막기 위해서, 군인으로서 전쟁 중 공격을 포기하는 목숨 건 결단을 내린 이야기는 오늘날 해인사 일주문 앞에 ‘김영환 장군 팔만대장경 수호 공적비’로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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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에 김영환 장군을 기리는 고 김영환 장군 추모제가 거행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오늘날까지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영환 장군은 1954년 3월 5일 제10전투비행단 창설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F-51기를 타고 사천기지를 이륙하여 강릉기지로 가던 중 기상 악화로 동해안 묵호상공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2010년 8월 21일 해인사에서 열린 고 김영환 장군 추모제에서는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뜻을 기리고자 문화재청에서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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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위기인 전쟁 중에 이해관계의 충돌과 인간으로서 겪는 고뇌, 전략이나 손익을 따져야하는 상황에서도 인류에게 필요한 또다른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지키려고 하는 것, 그것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 등 무엇 하나 까다롭고 힘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들이 지켜낸 역사를 되새기며 오늘날 우리의 역사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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