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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기념 시설물 소개」 (5) 해인사

Written by. 대학생 인턴기자 김선영   입력 : 2023-05-03 오후 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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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뉴먼츠맨 : 세기의 작전’, ‘우먼 인 골드’,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이들의 공통점은 전쟁 속 문화재를 소재로 한다는 것이다. 보통 전쟁기간에는 단순히 영토와 자원이 피폐하게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라의 고유문화를 빼앗고 파괴하는 것도 전쟁의 일부라는 말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숱한 전쟁 속에 문화재가 소실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 합천 해인사 전경과 일주문.ⓒkonas.net

 

 한 나라의 전통, 역사, 문화, 종교 등이 망라된 선조들의 영혼이 깃든 작품들이 주는 힘은 그 어떤 웅변보다 강하다. 인류탄생 이래 사람들은 해나 달에 소원을 빌고 커다란 바위나 동굴안에 원하는 것을 새기며 복받기를 기원해 왔다. 그 중 고려시대 사람들은 팔만대장경을 새기며 국가의 위기를 부처님의 힘으로 이겨내고자 했다. 그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에서 한순간에 불타 사라질뻔한 위기를 겪었다. 6.25전쟁 당시 이야기다.

 ▲ 김영환 장군 안내문(위)과 팔만대장경(아래). ⓒkonas.net

 

 말그대로 포탄이 빗발치던 1951년 당시 제10전투비행전대장이었던 김영환 대령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지리산과 가야산 일대의 낙오된 북한군과 무장공비 토벌을 위한 작전이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김영환 대령은 사찰 상공을 몇 번 선회한 뒤 해인사와 떨어진 산속에 폭탄을 투하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명령불복종에 대해 "사찰이 국가보다 중요하지 않지만 공비보다는 사찰이 중요하다"는 항변과 동료들의 증언으로 위중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의 소실을 막기 위해서, 군인으로서 전쟁 중 공격을 포기하는 목숨 건 결단을 내린 이야기는 오늘날 해인사 일주문 앞에 ‘김영환 장군 팔만대장경 수호 공적비’로 우뚝 서 있다.

 ▲ 해인사 입구에 조성된 김영환 장군 팔만대장경 수호 공적비와 안내문.ⓒkonas.net

 

 합천 해인사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에 김영환 장군을 기리는 고 김영환 장군 추모제가 거행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오늘날까지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영환 장군은 1954년 3월 5일 제10전투비행단 창설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F-51기를 타고 사천기지를 이륙하여 강릉기지로 가던 중 기상 악화로 동해안 묵호상공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2010년 8월 21일 해인사에서 열린 고 김영환 장군 추모제에서는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뜻을 기리고자 문화재청에서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하기도 했다.

 ▲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 모습.ⓒkonas.net

 

 절체절명의 위기인 전쟁 중에 이해관계의 충돌과 인간으로서 겪는 고뇌, 전략이나 손익을 따져야하는 상황에서도 인류에게 필요한 또다른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지키려고 하는 것, 그것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 등 무엇 하나 까다롭고 힘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들이 지켜낸 역사를 되새기며 오늘날 우리의 역사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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